류지혁과 눈물 흘린 박건우 "가서 보란 듯이 잘해"
북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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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8 19:22
"가서 보란 듯이 잘했으면 좋겠어요."
가장 아끼는 동생과 갑작스러운 이별에 복받치는 감정은 숨길 수 없었다. 박건우(30, 두산 베어스)는 내야수 류지혁(26, KIA 타이거즈)이 팀을 떠나기 전 꼭 안아줬고, 두 선수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
두산은 7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을 마치고 깜짝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두산은 내야수 류지혁을 내주면서 KIA 우완 홍건희를 받았다. 지난 4일 선발투수 이용찬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이탈하면서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한 투수가 필요했다.
류지혁은 KIA와 지난 주말 3연전에서 공격과 수비, 주루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6일 경기는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7일에도 1타수 1안타로 계속해서 좋은 타격감을 자랑하다 사구 여파로 오른쪽 종아리가 좋지 않아 경기에서 빠졌다. 이 장면이 두산에서 마지막일 줄은 본인과 동료들, 팬들도 예상하지 못했다.
3-2 승리를 자축하던 선수들은 선수단 미팅이 있다는 말을 듣고 라커룸에 모였다. 승리 투수가 돼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던 유희관은 무슨 일이 있냐는 반응이었다. 라커룸에서 트레이드 소식을 알린 순간 선수들은 류지혁의 새로운 앞날을 축하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만큼 류지혁은 두산 선수들이 아끼는 동생이자 동료였다.
박건우는 류지혁이 2016년 1군에서 본격적으로 백업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친동생처럼 살뜰히 챙겼다. 당시 류지혁은 내야수와 외야수를 통틀어 가장 어린 선수였다. 두 선수는 룸메이트로 함께 지내면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의지하는 사이였다. 박건우는 "나는 (류)지혁이 나이에 1군에서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했다"며 동생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류지혁이 5년 가까이 백업으로 지내면서 지쳐갈 때 옆에서 가장 쓴소리를 많이 한 동료 역시 박건우였다. 박건우는 2009년 두산에 입단해 2016년 주전으로 도약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 백업 또는 2군 선수로 장기간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옆에서 더욱 힘을 실어주려 했다.
박건우는 지난해부터 류지혁에게 "이제는 네가 해줘야 할 때"라고 조언했고, 류지혁은 올봄부터 더욱 비장한 각오로 시즌을 준비했다. 덕분에 올해 적은 기회 속에서도 20경기, 타율 0.417(24타수 10안타), 1홈런, 4타점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
박건우는 경기를 마치고 류지혁이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기 전에 팀 동료로는 마지막으로 밥 한 끼를 사줬다. 그는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그냥 지혁이가 다치지 말고 야구를 잘했으면 좋겠다. 가서 보란 듯이 잘했으면 좋겠다. 같이 있을 때 조금 더 잘해줬으면 했는데 아쉽다"며 "선배가 아닌 형으로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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