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속에서 미인을 선택한 남자 구단들의 계산서
달빛 속에서 미인을 골랐다. 그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제도가 도입된 2016년 이후 처음인 비대면 트라이아웃이 15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렸다. 35~30~25~20~15~10~5개 등 지난 시즌 1위부터 7위까지 성적 역순으로 총 140개의 구슬을 넣은 뒤 뽑는 확률추첨 결과 6위 KB손해보험이 1순위의 행운을 잡았다. 5번째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맞이한 첫 경사였다.
이상열 감독은 말리 출신의 노우모리 케이타를 지명했다. 영상만 놓고 본다면 가장 뛰어난 기량의 선수다. 첫 번째 지명확률이 가장 높았던 한국전력도 탐냈다. 다만 경기에서의 모습은 영상과 다를 수 있고 19세로 어려서 성공을 확신하지는 못한다. 이상열 감독은 “모험을 택했다. 우리 팀에서 뛰었고 세터 황택의와도 호흡이 잘 맞는 펠리페를 뽑을까 생각도 했지만 안정적인 선택으로는 우승할 수 없어 새로운 얼굴을 선택했다”고 했다.
또 다른 모험은 2순위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도 했다. 공교롭게도 새로 데뷔한 감독 2명이 앞 순번을 잡았다. 라이트 박철우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고희진 감독은 폴란드리그의 경험 많은 바토즈 크라이첵을 호명했다. 몇몇 구단의 전력분석관들은 부상경력 등을 들며 가장 의외의 선택이라고 했지만 삼성화재는 성공의 확신을 가지고 지명했다. 근거가 궁금하다.
앞 순번에서 용감하게 선택하는 바람에 3번째 선발의 행운까지 겹친 우리카드는 예상했던 대로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를 선택했다. 2017~2019시즌 KB손해보험에서 등록명 알렉스로 활약했다. 레프트 포지션을 원하던 한국전력이 사전에 많은 조사를 했던 선수다. 나경복을 라이트로 돌리고 레프트에 필요한 퍼즐을 찾던 우리카드로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어느 팀의 단장은 “우리카드의 우승을 만들어준 앞 순번 팀의 선택”이라고 했다. 우리카드에게 3번째 순번이 결정되자 변우덕 사무국장은 함성을 질렀다. 그는 2017년 신인선수지명에서 한성정, 2018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 구슬(아가메즈)을 뽑았다.
앞 순번을 기대했던 한국전력은 5순위로 미국대표팀 출신의 카일 러셀을 선택했다. 레프트와 라이트에서 두루 활약해줄 선수를 찾던 한국전력은 케이타 다음으로 염두에 뒀던 선수를 뽑아 위안을 삼았다. “프로필에는 라이트로 나왔지만 3년 전까지는 레프트로 뛰었고 시스템을 아는 배구센스 능력이 좋다”고 장병철 감독은 말했다. 카일은 지명 뒤 현장과의 영상통화에서 유일하게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적응력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 했다.
사실상 최하위 순번인 6순위의 OK저축은행은 폴란드의 미하우 필립을 호명했다. 눈에 띄는 것은 197cm의 신장이었다. 대한항공 비예나의 성공사례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석진욱 감독은 “프로필에 나온 외국인선수의 신장은 부풀려진 것이 많다. 미하우는 빠르고 블로킹 능력이 좋았다. 지난 시즌 레오도 여러 면에서 좋았지만 블로킹이 아쉬웠다. 서브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원했던 선수를 뽑아서 만족한다”고 했다.
트라이아웃 전날인 14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비예나와의 재계약을 통고했던 대한항공은 4순위를, 다우디와 재계약한 현대캐피탈은 7순위였다. 이번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은 당초 체코에서 5월 초에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일정이 연기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비대면 선발을 했다. 3월 2일~4월 29일까지 신청한 선수 가운데 40명과 지난해 뛰었던 선수 가운데 재계약을 신청한 7명 등 총 47명이 최종후보였다. 선정된 7명은 첫 계약 31만 달러(기본급여 25만 달러+계약유지 수당 6만 달러), 재계약 36만 달러(기본급여 30만 달러+계약유지 수당 6만 달러)를 각각 받는다. 세금은 별도다. 같은 팀에서 2시즌 이상 뛴 선수가 또 트라이아웃을 신청해도 연봉은 변하지 않는다. 대신 그동안 뛰었던 팀에서 무제한으로 계속 뛸 수 있다. 새롭게 바뀐 조항이다. KB손해보험이 19세의 케이타를 선택한 이유도 당장이 아니더라도 미래를 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한편 여자부도 6월 4일에 남자부와 같은 방식으로 트라이아웃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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