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타오르는 고종욱, 또 성공한 SK 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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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성립 당시에는 커다란 물음표가 붙었다. 소중한 거포자원을 포기하고 포지션 중복자원을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대주자 요원을 데려왔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다. 홀로 팀 타선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한다. SK가 지난 겨울 삼각 트레이드로 영입한 외야수 고종욱(30)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고종욱은 매서운 타격감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2일 잠실 LG전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전날 4안타에 이어 이날도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에 성공했다. 3연속경기 멀티히트, 9연속경기 안타를 날리며 SK 유니폼을 입은 첫 해부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4연속시즌 3할 타율에 실패했고 OPS(출루율+장타율)도 4년 만에 0.800 아래로 내려갔지만 이적과 함께 부활했다. 장기인 타격을 앞세워 SK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우뚝 섰다.
강자에 더 강하다. 전날 타일러 윌슨, 이날 케이시 켈리의 주무기인 무빙패스트볼에 완벽하게 대처했다. 윌슨의 날카롭게 떨어지는 싱킹패스트볼을 정확하게 받아쳤고 켈리의 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도 안타로 연결했다. 특히 7회초 2사 2루에 찬스에선 켈리의 커브를 공략해 적시 2루타를 터뜨려 2-0을 만드는 소중한 타점을 올렸다. 경기 후 고종욱은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내가 팀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개인기록이 좋아지는 것보다는 팀이 많은 경기를 이겨서 기쁘다. 물론 이기는 경기에 내가 잘 하면 그 기쁨은 두 배가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다치지 않고 내 역할에 충실해 팀이 많이 승리할 수 있게 기여하겠다”고 미소지었다.
이번에도 SK의 트레이드는 성공 조짐이다. 지난 겨울 거포 외야수 김동엽을 삼성에 보내고 키움으로부터 고종욱을 받는 삼각트레이드가 성사됐을 당시만 해도 SK의 행보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한 노수광과 역할이 중복되는 백업 외야수를 데려온 게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다. 무엇보다 2연속시즌 20홈런 이상을 터뜨린 거포자원을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개막 후 고종욱과 김동엽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종욱이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메우며 ‘디펜딩 챔피언’ SK의 주축선수로 올라선 반면 김동엽은 단 하나의 홈런도 터뜨리지 못한 채 1할대 타율에 머물며 2군으로 내려갔다. 트레이드 전부터 힘에선 김동엽이 앞설지 몰라도 주력과 수비에선 고종욱이 낫다는 평가였다. 그런데 고종욱은 타격에서도 김동엽을 크게 앞서고 있다. SK는 중심타자들이 지난해보다 고전하고 있음에도 투수진의 호투와 고종욱의 활약으로 두산과 선두경쟁 중이다.
물론 트레이드 성패를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팀구성을 보더라도 SK에는 김동엽과 같은 거포자원이 많다. 반면 고종욱처럼 타율이 높고 스피드까지 갖춘 선수는 적다. 야수진의 균형을 맞추는 면에 있어도 고종욱의 영입은 성공작이 될 확률이 높다. 지난 시즌 1번타자로 진화한 노수광에 이어 올시즌에는 고종욱의 도약까지, 꾸준한 트레이드로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S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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