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 아빠도 형도 못 타본 MVP를 품 안에

20일 프로농구 시상식
허훈은 생애 첫 시즌 MVP
허웅은 팬투표로 인기상 차지
'예능대세' 아빠 허재는 "허허허"

한국 프로농구가 ‘허씨(許氏) 천하’가 됐다. 동생은 실력, 형은 인기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다.

허훈(25·KT)이 20일 오후 2시부터 열린 2020 KBL(한국농구연맹)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2019~2020시즌 국내 선수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허웅(27·DB)은 KBL 홈페이지 투표를 통해 ‘게토레이 인기상’의 주인공이 됐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시즌을 조기에 종료한 KBL은 이날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팬과 취재진 없이 수상자만 초대해 행사를 진행했다. 팬들은 유튜브를 통해 시상식을 지켜봤다.

허훈은 프로 3년차에 KBL 시즌 MVP의 영광을 안았다. 아버지 허재 전 감독, 형 허웅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 김동환 기자

허훈은 프로 세 시즌 만에 생애 첫 시즌 MVP의 감격을 맛봤다. 아버지인 ‘농구 대통령’ 허재(55) 전 감독도, 형인 허웅도 받아보지 못한 상이다. 허훈은 올 시즌 35경기에 출전해 평균 14.9점(전체 12위, 국내 선수 2위), 7.2어시스트(전체 1위)를 기록했다. 어시스트 1위 선수가 MVP를 차지한 것은 강동희와 이상민, 김승현, 주희정, 양동근 이후 6번째다. 3점슛 성공 개수는 평균 2.0개로 5위다.

꾸준한 활약도 중요하지만 시즌 MVP를 받기 위해선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허훈은 올 시즌 놀라운 기록을 두 개 달성했다. 그는 작년 10월 DB전에서 KBL 역대 최초로 3점슛 9개를 연속해서 집어넣었고 지난 2월엔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24점 21어시스트를 기록, 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에 20점 20어시스트를 동시에 넘어선 선수가 됐다.

이런 활약들에 힘입어 그는 사상 처음으로 승률 5할 미만의 팀 소속으로 MVP를 받았다. KT는 이번 시즌이 도중에 종료되면서 6위 (21승22패)로 시즌을 마쳤다. 허훈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컸다. 허훈은 올 시즌 부상으로 8경기에 빠졌는데 KT는 허훈이 뛴 경기에서 20승15패를 기록한 반면 없는 경기에선 1승7패로 부진했다. 그만큼 절대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허훈은 역대 MVP 수상자 중 부상으로 인한 결장 횟수가 가장 많다.

MVP 경쟁자였던 김종규(29·DB)는 아쉬움을 삼켰다. 김종규는 43경기를 모두 뛰면서 평균 13.3점(전체 14위, 국내 5위), 6.1리바운드(전체 9위, 국내 1위)를 기록했다.

2016년 국가대표팀 당시 허재 3부자의 모습. 왼쪽이 허웅, 오른쪽이 허훈이다. / 신현종 기자

동생이 집안 첫 MVP의 영광을 가져간 가운데 형 허웅은 인기상으로 자존심을 살렸다. KBL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된 팬 투표에서 허웅은 8239표를 얻어 동생 허훈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 올스타전 팬 투표에선 허훈이 1위를 차지했다. 허웅이 2016년과 2017년, 허훈이 2020년 올스타 팬 투표 1위에 오른 반면 농구대잔치 시절 전성기를 보낸 아버지 허재는 프로농구 올스타 최다 득표를 차지한 적은 없다.

허웅과 허훈은 코로나 사태로 시즌이 중단되면서 최근 집에서 함께 컴퓨터 슈팅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고 한다. 허재 전 감독은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감독상은 이상범 DB 감독에게 돌아갔다. 28승15패를 기록한 DB는 SK와 함께 공동으로 정규리그 1위 타이틀을 차지했다. 외국선수 MVP는 자밀 워니(SK)가 받았다. DB의 김훈이 신인상의 주인공이 됐다.

[장민석 기자 jordantic@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