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대신 현역 ‘끊임없는 도전’/야거, 체코 2부리그 선수로 복귀/이치로, 시애틀 스프링캠프 참가 누군가는 “손뼉 칠 때 떠나라”고 말을 한다. 특히 스포츠 세계에서 더욱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충고다. 화려한 젊은 시절의 명성을 초라한 말년 모습이 깎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선수들이 내리막길에 접어들 즈음 은퇴를 선택하곤 한다. 그러나 몇몇은 은퇴 대신 끊임없는 도전을 선택한다. 전성기에 한참 모자랄지라도 단 하루라도 더 경기장에 서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스즈키 이치로아이스하키 역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전설적 선수인 야로미르 야거(47)도 이런 도전자 중 한명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피츠버그·워싱턴 등에서 최정상급 활약을 펼쳤고, 프로선수들의 올림픽 참가가 처음 허용된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는 체코를 이끌고 금메달을 따냈다. 무려 24시즌 동안 NHL에서 활약하며 역대 2위인 1921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뒤 2017년 아메리카 대륙을 떠난 야거는 놀랍게도 아직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조국인 체코 2부리그에서다. 야거는 클라드노 소속으로 19일 체코 하비로프에서 열린 AZ 하비로프와의 경기에 나서 18분간 뛰며 팀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 시즌 캘거리에서 방출된 뒤 NHL 복귀가 무산되자, 고향팀이자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클라드노로 돌아왔다. 그러나 불과 5경기 만에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다만, 큰 부상에도 은퇴만은 선택하지 않았고 1년간의 재활을 거쳐 빙판 복귀에 성공했다. 야거는 경기 뒤 “나이 때문인지 사실 훈련하기조차 쉽지 않다”면서도 “드디어 경기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야로미르 야거같은 시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명의 전설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일본과 메이저리그 모두에서 전설로 추앙받는 스즈키 이치로(46)다. 지난해 15경기에서 타율 0.205(44타수 9안타)에 그친 뒤 5월 초부터 시애틀 구단 회장의 특별 보좌역으로 이동해 현역 은퇴가 유력해 보였던 그는 최근 팀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며 현역 연장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50세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는 공언을 지키기 위해 주저없이 도전을 선택한 것.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그는 전성기 수준인 7%의 체지방률을 유지한 채 캠프에 나타나 구단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통산 타율 0.311에 명예의 전당 보증수표인 3000안타를 넘어선 3089개 안타까지 쳐냈지만 서슴지 않고 새로운 타격폼을 몸에 익히는 시도에까지 나서고 있다. 이치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시즌을 맞이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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