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만만 류현진(오른쪽)이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캐멀백랜치-글렌데일 베이스볼콤플렉스에서 열린 LA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팀 동료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며 웃고 있다. 피닉스 | 연합뉴스


젊은 시절 전형적인 ‘이닝이터’

건강한 류현진의 상징이었던

직구·체인지업 ‘테마’로 정해

부상 ‘훌훌’ 재활프로그램 삭제

내구성 물음표 불식에 ‘사활’

선발 보직 안정권…자신만만

류현진(32·LA 다저스)이 가장 좋았던 때로 돌아가고자 마음먹었다. ‘건강한 류현진’의 상징이었던 직구와 체인지업을 올 시즌 테마로 정했다.

지난 14일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첫 불펜피칭으로 시즌 준비를 시작한 류현진은 올 시즌 제구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류현진은 “올해는 지금 던질 수 있는 구종을 갖고 조금 더 제구 쪽에 신경 쓸 계획이다. 작년처럼 커브에 집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새 시즌 계획을 말했다.

류현진은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새 구종을 준비했다. 2015년 어깨 수술에 이어 이듬해 팔꿈치 수술까지 받고 재활한 뒤 본격적으로 풀타임 활약에 도전하는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부상을 털었지만 선발 경쟁으로 시작해야 했던 지난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은 새 변화구를 더하려 노력했다. 회전수를 늘린 고속 커브가 핵심이었다. 주무기인 직구와 체인지업을 유지하면서 투심패스트볼과 슬로 커브에 고속 커브까지 겸비하게 된 류현진은 타자들을 교란시키며 평균자책 1.97의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끝에 월드시리즈 무대에까지 설 수 있었다.

현재 류현진의 팀내 입지는 지난해 이맘때에 비하면 훨씬 낫다. 아직 보직이 확정되지 않은 다저스 마운드 내에서도 류현진의 선발 보직은 안정권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시즌을 준비하는 류현진의 마음은 지난해 2월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저스의 퀄리파잉오퍼를 수용해 잔류하면서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진출을 이번 시즌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뛰어난 성적이 수반돼야 좋은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제구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류현진은 “아무래도 내가 가장 좋았을 때는 체인지업이 좋을 때였다. 그래서 (올해도) 체인지업이 좋아야 할 것 같다”며 “직구도 어느 정도 돼야 모든 변화구가 승부 되기 때문에 직구에도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말했다. 빠른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해온 류현진으로서는 지극히 ‘기본’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괴물’로 불리던 KBO리그에서 류현진은 시속 150㎞를 넘는 빠른 공에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를 더해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빠른 직구에 정확한 제구력을 앞세우면서도 공격적인 피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체인지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 우타자 바깥쪽 낮은 코스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6년 전 메이저리그에서도 류현진이 14승을 거두며 데뷔할 수 있었던 큰 힘이었다. 이 체인지업을 간파하고 공략해오는 타자들과의 싸움은 류현진의 빅리그 2년차 핵심이기도 했다.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긴 재활 뒤 복귀한 지난해 변신을 위해 새 구종을 장착하려 애썼다면, 건강과 안정감을 입증해야 하는 올해는 주특기인 직구와 체인지업을 더욱 확실히 다듬겠다는 의지다.

류현진은 지난 두 시즌을 준비하면서는 재활 훈련에 큰 비중을 뒀다. 그러나 이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는 피칭 훈련 준비에만 매달렸다. 시즌 준비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삭제한 것은 어깨와 팔 부상을 완전히 털어냈다는 뜻이다.

20대의 류현진은 전형적인 ‘이닝이터’였다. 데뷔하자마자 2년 연속 200이닝 이상 던진 류현진은 한화에서 뛴 7년 동안 1269이닝을 던졌다. 다저스 입단 후에도 같은 모습으로 잘 데뷔했고 그때도 류현진의 상징은 직구와 체인지업이었다. 그러나 이후 5년 사이 150이닝 이상을 던진 시즌은 단 한 번(2014년)에 그치면서 류현진의 내구성에는 물음표가 달려있다.

올 시즌 류현진은 달라진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사활을 걸었다. 과거로 돌아가는 열쇠로 ‘기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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