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붙잡는 팀이 우승
“외국인 선수 붙잡는 팀이 우승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한 프로스포츠 관계자 사이에서 요즘 도는 자조 섞인 이야기다.
남자 프로농구와 남녀 프로배구가 중단된 가운데, 외국인 선수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고 있다. 4일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 산탄젤로(이탈리아)가 합의로 계약을 해지하고 귀국했다. 같은 날 여자부 IBK기업은행 어나이(미국)도 구단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지난달 남자 프로농구에서는 KT 앨런 더햄과 멀린스(이상 미국), 오리온 사보비치(세르비아)가 “코로나가 무섭다”며 구단을 떠났다. DB 오누아쿠와 그린, 전자랜드 할로웨이와 길렌워터도 최근 미국으로 돌아갔다. 코로나19가 호전되면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복귀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KGC인삼공사 브라운과 보울스, SK 헤인즈와 워니는 복귀를 약속하고 미국으로 휴가를 떠났다.
다른 팀도 혹시나 외국인 선수가 떠날까 노심초사한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의 반이다. 실제로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빠진 프로농구 KT는 최근 SK와 KCC에 대패했다. 심지어 “복불복 시즌”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떠나는 선수가 이 정도니 새로운 대체 선수를 구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선수 자신과 가족의 건강 및 안전을 염려해 떠나는 외국인 선수를 질타할 수는 없다. 물론 개중에는 진의를 의심할 만한 경우도 있다.
프로농구 KT 멀린스는 한국을 떠난 다음 날 스페인 팀과 계약했다. 유럽행을 위해 코로나19를 이용한 거라는 의심을 받는다. 멀린스는 출국하면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를 비판했다. 프로배구 IBK 어나이는 자신에게 한국을 떠나는 데 대한 귀책사유가 없다며 구단에 대해 잔여 연봉 지급을 요구했다. 국제배구연맹(FIVB)에 제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내 외국인 선수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한다. 최근 코로나19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크게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농구 DB 허웅은 “행여 미국에 돌아가는 길이 막힐까 걱정하더라”라고 전했다. 코로나 위험 국가에 머물 경우 귀국하지 못할까 우려했고, 그래서 서둘러 떠난다는 것이다.
시즌 개막을 연기한 프로축구도 외국인 선수들이 팀을 이탈할까 전전긍긍한다. 미국·일본·호주 등지에서 전지훈련 중인 프로야구팀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찬가지다. 외국인 선수는 한국 상황을, 팀은 외국인 선수를 주시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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