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잃은 치어리더들… “건강하게 다시 만나요”
비록 언제 다시 무대에 오를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 동작 하나에도 열정이 넘쳤다. 3일 서울 송파구의 연습실에서 간판 치어리더 서현숙 씨(앞줄 왼쪽)가 후배들과 프로야구 두산 응원가에 맞춰 연습을 하고 있다. 최근 농구, 배구 리그 중단 결정에 이어 프로야구도 개막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 그래도 서 씨는 “마스크를 쓰고 응원하더라도 동작은 완벽히 맞아야 하지 않겠나. 일단 평소대로 준비하고 있다”며 웃었다.
“머리가 자라 뿌리 부분이 검게 드러났죠. 염색이 필요한데 언제 해야 할지….”
치어리더 서현숙 씨(26)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금발 염색을 미루고 있다. 그는 매년 이맘때면 머리를 금빛으로 새롭게 물들인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개막을 맞아 새 시즌을 준비하는 자신만의 의식이다. 올해는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제 경기장에 나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축구는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K리그 개막전을 잠정 연기했다. 프로야구는 14일로 예정된 시범경기를 취소한 데 이어 정규시즌 개막도 연기될 공산이 크다. 서 씨는 “원래 3월이 가장 바쁠 때다. 농구, 배구 시즌이 한창인 데다 야구, 축구 개막이 겹쳐서 연습과 출장 스케줄이 빼곡해야 하는데 올해는 일이 없다. 치어리더 일을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경력 6년 차인 서 씨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약 26만 명 보유한 인기 치어리더다. 두산(프로야구), FC서울(프로축구), 오리온(프로농구), GS칼텍스(여자배구), 우리은행(여자농구)의 응원을 맡고 있다.
금빛 단발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서현숙 씨는 프로야구 두산의 간판 치어리더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26만 명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 출처 서현숙 씨 인스타그램
서 씨는 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2일 일제히 리그 중단을 결정하면서 실업자 신세가 됐다. 3일 서울 송파구 소재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초조한 마음으로 프로야구 개막 관련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난주 무관중 경기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뉴스를 열심히 챙겨 보고 있다. 요즘 동료들을 만나면 언제 다시 경기장에 설 수 있을지가 가장 큰 화제”라며 답답해했다.
치어리더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타격을 받은 직업 가운데 하나다. 경기가 없고 관중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사라졌다. 치어리더 대부분은 고정급 없이 경기당 수당을 받는다. 신입 치어리더의 경우 한 경기 응원을 하면 10만 원 정도를 일당으로 받는다. 얼굴이 알려진 치어리더들은 광고 촬영, 방송 출연 등 부수입이 있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섭외가 뚝 끊겼다. 서 씨는 “믿기 힘들겠지만 정말 수입이 ‘0’이다. 그래도 연차가 있는 치어리더들은 모아둔 돈이 있어 버티고 있지만 경력이 얼마 안 된 후배들은 당장 월세부터 걱정이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듣는데, 쉬는 중에도 연습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리그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 중일 때는 구단의 배려로 어느 정도 수입이 유지되기도 했다. 본업인 치어리딩이 아니라 경기 진행을 돕거나 경기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하는 등 일감을 받았다. 여자배구 GS칼텍스는 무관중 경기 때 치어리더를 초대해 인터넷방송으로 ‘편파 중계’라는 일거리를 주기도 했다. 서 씨는 “수입이 완전히 끊길 뻔했는데 구단 관계자들의 배려로 임시 일거리가 생겼다. 조용한 경기장이 너무 어색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그 중단으로 이런 일자리도 사라졌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팬들과의 소통만큼은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팬들이 개설한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깜짝 인사’를 하기도 했다. 서 씨는 “팬들 중에서도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분이 많더라. 어떻게 소통할까 고민하다가 채팅방에 예고 없이 들어가 사진을 올리고 인사를 드렸다.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힘이 났다”며 웃었다. 그는 “우리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분들을 비롯해 많은 분이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상황 아닌가.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돼서 건강한 모습으로 경기장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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