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거미 공격 배분하는 '야전 사령관' 조송화
흥국생명이 기업은행을 제물로 승점 3점을 추가하며 4연승을 질주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지난달 2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3,25-21,25-23)으로 승리했다. 4연승 기간 동안 승점 11점을 챙긴 흥국생명은 시즌 승점 48점으로 KGC인삼공사(36점)와의 차이를 12점으로 벌리며 멀게만 보였던 2위 현대건설 힐스테이트(52점)와의 간격도 4점으로 좁혔다.
흥국생명은 돌아온 '핑크폭격기' 이재영이 52.94%의 성공률로 28득점을 퍼부으며 공격을 이끌었고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도 17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재영과 루시아로 이어지는 '쌍포'가 동시에 터지는 날의 흥국생명은 그 어떤 팀도 두렵지 않은 우승후보의 면모를 뽐낸다. 이런 날은 조송화 세터가 흔들리지 않고 원활한 볼배급을 통해 공격수들을 잘 활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미희 감독에게 낙점 받은 흥국생명의 새 주전 세터
▲ 조송화 세터는 박미희 감독의 신뢰 속에 프로 입단 4년 만에 흥국생명의 주전세터로 성장했다. |
ⓒ 한국배구연맹 |
세터는 리베로와 함께 가장 보수적인 포지션으로 꼽힌다. 한 번 주전으로 정해지면 좀처럼 자리가 바뀌지 않아 그만큼 신예 선수들이 기존 선수를 제치고 주전 자리를 차지하기가 힘든 포지션이다. 실제로 학창시절 청소년 대표로 이름을 날리던 많은 유망주 세터들이 프로 진출 후 선배의 자리를 빼앗지 못하고 웜업존만 달구다가 쓸쓸하게 은퇴를 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좋은 세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는 국가대표 주전세터로 성장한 이다영(현대건설)도 이도희 감독 부임 후 주전으로 낙점돼 네 시즌 째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반면 프로 3년 차를 맞는 이원정 세터(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이다영 등장 전까지 수 년간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활약했던 이효희라는 걸출한 세터에 가려 아직 기대했던 만큼의 성장속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조송화 세터 역시 2014년 팀에 부임한 박미희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 속에 V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세터로 성장할 수 있었다. 입단 초기 김사니(SBS SPORTS 해설위원)라는 걸출한 세터에 가려 출전 기회가 거의 없던 조송화는 2013-2014 시즌 22경기에서 세트당 9.42개의 세트 성공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3-2014 시즌 흥국생명은 득점 4위(782점)에 오른 외국인 선수 엘리사 바실레바를 제외하면 국내 공격수 라인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고 7승23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2014년 흥국생명의 새 사령탑에 부임한 박미희 감독은 세터로는 비교적 좋은 신장(177cm)을 가진 프로 4년 차 조송화 세터를 주목했다. 그렇게 흥국생명의 주전세터로 낙점된 조송화 세터는 현역 시절 모든 포지션에 능하던 '코트의 여우' 박미희 감독으로부터 집중지도를 받았다.
조송화 세터가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한 2014-2015 시즌 흥국생명은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여고생 국가대표' 이재영을 지명했고 이재영과 조송화는 코트 안팎에서 좋은 콤비가 됐다. 물론 나이도 어리고 그만큼 경험이 부족해 흔들릴 때도 적지 않았지만 박미희 감독은 조송화가 코트에서 직접 느끼고 배우도록 믿고 기다렸다. 결국 한 시즌을 치르면서 발전을 거듭한 조송화는 세트당 10.21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세트 부문 3위에 올랐다.
안정된 경기운영과 뛰어난 수비로 흥국생명 이끄는 야전사령관
▲ 6시즌 째 흥국생명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고 있는 조송화는 또래의 그 어떤 세터보다도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
ⓒ 한국배구연맹 |
이효희를 거느린 도로공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구단이 가깝게는 1년, 멀게는 4년 사이에 주전 세터 교체를 경험했다. 특히 주전 세터가 김사니에서 염혜선, 이고은(GS칼텍스 KIXX)으로, 그리고 다시 이나연으로 바뀐 기업은행은 6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 후 두 시즌 연속 봄 배구 실패가 확정됐다. 잦은 세터 교체에 따른 후유증을 온 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셈이다(물론 기업은행 부진의 원인이 잦은 세터교체 때문만은 아니지만).
하지만 흥국생명은 조송화 세터가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한 2014-2015 시즌 이후 6시즌 째 한 번도 주전세터가 변하지 않았다. 물론 흥국생명도 조송화 세터의 부상에 대비해 백업세터로 김다솔 세터를 대기시켜 뒀고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3라운드 1순위로 박은서 세터를 지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송화 세터는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급격히 흔들리는 경우가 아니면 좀처럼 코트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다.
흥국생명의 1순위 백업 세터 김다솔은 이번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389번의 세트를 시도했다. 6개 구단 백업 세터 중에서 안혜진(1157회), 이원정(769회) 세터 다음으로 많은 출전 횟수다. 하지만 김다솔 세터는 흥국생명이 승점 3점을 따냈던 최근 3경기에서 한 번도 코트를 밟지 못했다. 그만큼 조송화 세터의 토스워크와 경기 운영이 박미희 감독을 만족시켰다는 뜻이다.
조송화 세터는 29일 기업은행전에서도 뛰어난 활약으로 흥국생명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부상 복귀 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영을 적극 활용했고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13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조송화는 이번 시즌 세트당 3.23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6개 구단 주전 세터들 중 수비 공헌도가 가장 높다. 조송화의 수비는 흥국생명이 팀 디그 부문에서 도로공사(세트당 21.65개)를 제치고 1위(세트당 21.83개)를 달리고 있는 숨은 비결이다.
사실 국가대표 단골손님이 아닌 조송화를 '여자배구 넘버원 세터'나 'V리그 최고의 세터'로 분류하는 배구팬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에서는 '우승경험'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조송화는 지난 시즌 흥국생명의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던 경험을 가진 세터다. 챔프전 8경기를 포함해 10번의 봄 배구를 치렀던 조송화의 '경험'은 이번 시즌 흥국생명이 봄 배구에 진출할 경우 분명 큰 무기가 될 것이다.
ㅡㅡ지우지 말아 주세요 ㅡㅡ
온라인카지노 커뮤니티 일등!! 온카 https://casinole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