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과 나란히 불펜에 오른 강백호, 그 결과는?
<8일 KT 캠프에서 프로 데뷔 첫 불펜피칭을 실시한 강백호.(사진=이영미)>
왼쪽부터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 주권, 배제성, 강백호가 나란히 불펜에 섰다. 메이저리거부터 ‘이도류’를 시험하는 선수까지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는 지난 시즌 신인 최다 홈런(29개)을 기록한 강백호가 야수가 아닌 투수조에 포함돼 불펜피칭을 실시했다. 강백호의 불펜피칭은 KT 입단 후 처음 있는 일.
고교 시절 투타 겸업을 하며 150km의 빠른 공을 던졌던 강백호가 이날 불펜피칭을 하게 된 사연이 흥미롭다. 얼마 전 이강철 감독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백호의 투타 겸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큰 관심을 모았다. 이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불펜피칭을 통해 강백호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고, 결국 8일 강백호의 불펜피칭이 실시된 것이다.
불펜피칭을 앞두고 투수들과 함께 가벼운 캐치볼로 몸을 풀었던 강백호는 불펜에서는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백호의 공을 받은 이는 포수 장성우. 장성우는 연습 투구를 하는 강백호에게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던지라고 말하며 후배의 마음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강백호는 이날 모두 20개의 공을 던졌다. 구종은 모두 직구. 장성우는 연신 “나이스” “좋아 좋아”를 외치며 강백호에게 힘을 실어줬다.
20개의 공을 모두 던지고 불펜에서 내려온 강백호는 장성우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한 다음 이강철 감독,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와 짧은 대화를 나눈 후 야수조 훈련장으로 돌아갔다.
이강철 감독에게 강백호의 투구를 지켜본 소감을 묻자,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한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주위에서 하도 강백호의 공이 좋다고 해서 나름 기대를 가졌다. 그런데 투수코치, 트레이닝 파트도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무리하면서까지 강백호에게 투수를 맡기지 않으려고 한다. 선수한테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 오늘 몇 개의 공은 아주 좋았다. 투수는 일정한 리듬을 갖고 공을 던져야 하는데 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강백호가 정말 투타를 겸업하려면 야수 훈련 외에 투수 파트 훈련에도 참여해야 한다. 선수한테는 체력적,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내가 욕을 먹더라도 스톱시키는 게 맞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투수보다는 타석과 수비에서 더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다고 믿었다. 고교 시절 150km의 공을 던진 선수라고 해도 프로에서는 그 공이 치기 쉬운 공일 수도 있다는 것.
“선수는 팀에서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백호로선 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감독, 코치들이 정리해주는 게 맞다.”
훈련을 마친 장성우에게 강백호의 공에 대한 의견을 묻자, 장성우는 “생각보다 괜찮았다”면서 “투구 연습을 안 한 것 치고는 구위나 제구가 좋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장성우는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백호가 투타에서 실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두 가지를 다 하는 건 부상 위험이 크다. 이벤트 형식으로는 몰라도 시즌 동안 투타 겸업을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 팀에는 좋은 투수들이 많다.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강백호는 투타 겸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팀이 정한 방향대로 맞춰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강백호도 야수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 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불펜피칭을 마친 후 이강철 감독,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는 강백호. KT 코칭스태프는 강백호에게 투타 겸업을 시키지 않기로 했다는 게 이 감독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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