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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투 피치래? 김광현 상대할 땐 배트가 넉넉히 필요해진다

이제는 ‘팔색조’라는 수식어도 과하지 않은 듯하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투 피치’ 이미지는 지워진지 오래다. 100마일(약 160㎞)의 속구 없이도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도 선발로 충분히 통할만한 제구와 레퍼토리의 다양성을 갖췄음을 증명하고 있다.

김광현은 1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3안타 6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잠잠한 타선 탓에 승수를 쌓진 못했지만 평균자책점(ERA)은 0.63까지 떨어졌다. 선발로 나선 5경기로 한정하면 ERA는 0.33까지 낮아진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배트 사냥꾼’의 면모였다. MLB닷컴의 게임데이나 베이스볼서번트 등을 살펴봐도 김광현은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4개의 구종을 던졌다. 하지만 김광현의 포심은 일반적인 궤적은 물론 때로는 컷 패스트볼(커터)처럼 날아갔다. 단순히 포심으로 볼 게 아닌, 더욱 세분화된 분석이 필요하다.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말려들어가는 커터성 변화구로 자주 헛스윙을 유도해냈고, 타자의 배트에 걸려도 빗맞기 일쑤였다. 4회말 루이스 유리아스, 5회말 아비사일 가르시아는 김광현의 커터성 포심을 노렸지만 배트가 부러지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 구종이 ‘컷 패스트볼’로 불리게 된 이유를 증명한 배트 사냥으로, 적어도 이날 경기만큼은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를 연상케하기 충분했다.

밀워키전까지 김광현의 구종별 구사율은 포심(46.0%), 슬라이더(33.3%), 커브(12.0%), 체인지업(8.6%) 순이다. KBO리그 시절만 해도 포심과 슬라이더 투 피치라는 편견이 강했는데 일단 커브와 체인지업 합쳐 20%를 육박하니 타자와 싸움에서 헷갈리게 만들 요소는 충분하다. 여기에 포심도 세분화를 시켜야 하니 사실상 5~6개의 구종을 갖고 타자와 싸우는 셈이다. 현지에서는 상대적으로 실밥이 크고 무딘 ML의 공인구 덕에 김광현의 포심이 커터성 궤적을 띈다는 시선도 있다. 김광현이 팔색조로 탈바꿈하는 데 이러한 환경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김광현은 KBO리그에서도 슬라이더의 종류를 다양하게 던지기 때문에 투 피치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도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가 ‘밀워키 타자들이 몸쪽에 약하니 적극적으로 공략했다’고 말해 적극적으로 공략했다”며 공을 돌렸다. 하지만 커터성 궤적의 공이 없었다면 이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ML 타자들은 김광현을 상대할 때는 배트를 넉넉히 챙겨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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