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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활강 꿈꾸는 94세 최고령 스키어 “스키는 한쪽 폐나 다름없어”

마법사 0 561 0 0


“만 94살 한 달 됐습니다.”

스키장에서 여유롭게 스피드를 즐기는 모습에 실례를 무릅쓰고 나이를 물으니 미소를 지으며 정확하게 알려줬다. 10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만난 이근호(94) 설해장학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요즘 거의 매일 스키를 타며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고 있다. 경쾌한 걸음으로 직접 스키를 짊어지고 곤돌라를 타고 코스 정상으로 오른 뒤 활강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다.

1980년대 대한스키협회 부회장을 지낸 이근호 이사장은 1926년 1월 7일생이다. 90대 중반의 나이에도 꾸준한 스키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 스키 시즌이 되면 리조트 근처에 숙소를 잡고 혼자 매일 오전, 오후 10여 차례 설원을 질주한다. 리조트의 발왕산 정상(1458m) 라운지에서 먹는 피자와 파스타가 별미라고 한다. 이 이사장은 “회갑 무렵 스키를 시작해 지금까지 타고 있다. 스키가 건강에는 최고다. 스키 덕분에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산다. 스키로 하체가 튼튼해져서인지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웃었다.

이 이사장이 스키와 인연을 맺은 건 대구 계성고 동기동창인 김재현 전 쌍용그룹 부회장(2013년 작고)이 1983년 제12대 대한스키협회 회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친구의 부탁으로 협회 부회장을 맡고 이듬해 유고 사라예보 겨울올림픽을 대비한 프랑스 그르노블 전지훈련 때는 단장으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선수들이 전부 훈련을 나가니 나 혼자 남더라고요. 근처 스키학교에서 스키를 배웠죠. 그 뒤로 1년 동안 스키장에서 살다시피했고, 일본에서 2급 스키 지도자 자격증까지 땄습니다.”

17년 전 폐에 작은 용종이 생겨 폐 한쪽을 드러내는 수술을 받고도 그는 스키로 마음을 추스르고 안정을 찾았다. “암은 아니고 작은 혹 같은 것이었는데 당시 내시경 수술 기계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돼 조작이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 쪽 폐를 떼어 내게 된 거죠. 스키가 있었기에 용기가 생겼다고나 할까요. 제게는 스키가 한 쪽 폐나 다름없습니다.”

스키 행정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한 그는 자신의 호(설해, 雪海)를 따 설립한 장학재단을 통해 스키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스키 유망주와 각종 국제대회 메달리스트에게 격려금을 전달한 지도 십수 년이 훌쩍 넘었다. 21일 끝난 전국겨울체육대회에서도 유망주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스키를 탈 때 마음만큼은 스키를 처음 접했던 회갑 무렵 나이로 돌아간다는 이 이사장은 인터뷰를 마친 뒤 그 설렘을 떠올리며 다시 곤돌라에 몸을 실었다.

용평리조트 신달순 대표는 “100세가 될 때 발왕산 슬로프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이 이사장에게 평생 시즌 이용권을 증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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