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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의 49득점 대기록이 소환한 흑역사…KBL엔 ‘기록’이 없다?

마법사 0 680 0 0

프로농구 SK 가드 김선형(31)의 ‘49득점 대기록’이 KBL을 뜻밖의 혼란 속으로 밀어넣었다.

지난 5일 부산 KT와의 홈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혼자 49득점을 올리며 팀을 10연패에서 구해낸 김선형의 활약은 외국인선수가 대세인 KBL에서 국내선수의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확인한 것이어서 찬사를 받았다. KBL은 23시즌 역사상 국내선수 한 경기 최다득점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기념해 특별시상을 하기로 했다.

5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KBL 프로농구 서울SK-부산KT 경기에서 SK 김선형이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김선형의 맹활약은 자연스럽게 KBL의 흑역사인 2003~2004 시즌 ‘기록 밀어주기 추태’에 얽힌 추억을 소환했다. 단순히 ‘참고 기록’으로만 삼기로 했던 당시 KBL의 결정과 달리 그 때의 기록은 여전히 ‘공식’으로 남아있고, 새삼스럽게 이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시즌 마지막 날인 2004년 3월 7일 모비스 우지원과 전자랜드 문경은은 3점슛 타이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LG와 TG삼보와의 경기에서 각각 21개, 22개의 3점슛을 꽂아넣었다. 이때 거둔 우지원의 70점, 문경은의 66점은 KBL의 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 1, 2위 기록이다. 한 선수에게만 기회를 몰아준 비정상적인 경기, 상대팀도 다른 기록을 거래하기 위해 느슨하게 수비하면서 나온 부끄러운 기록이었다. 전자랜드를 상대한 TG삼보 김주성은 블록슛 11개를 쳐내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팬들은 분노했고, 엄청난 비판에 휩싸인 KBL은 다음날 즉시 기술위원회를 열고 해당 기록들을 참고기록으로만 삼기로 했다. 완전히 무효화하지는 않되, 타이틀 경쟁 등에 관한 기록에서는 제외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때의 파문으로 인해 KBL에서 개인 타이틀 부문 시상제도가 사라졌다.

KBL은 2003~2004 시즌 연감 정규리그 총평에 “밀어주기 경기는 많은 팬들의 비난 속에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싣고 부끄러운 자화상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겼다. KBL 홈페이지 ‘역사관’에도 그대로 실렸다.

그러나 KBL은 최근 이 부분이 논란이 되자 과거 기록을 찾다가 ‘우지원, 문경은의 밀어주기 기록이 공식 인정됐다’는 취지로 홈페이지의 총평 내용을 수정하는 실수를 범했다. 당시 기술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한 회의자료는 내부 문서상으로 존재하지 않았으나 한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신문 기사 내용을 근거로 지난 9일 홈페이지에서 내용을 임의로 수정했다. 이에 대한 언론사의 문의가 이어지자 섣부른 판단이었음을 인정한 KBL은 불과 몇 시간만에 수정내용을 원위치로 돌려놓는 해프닝을 범했다.

더 큰 문제는 당시 기록을 인정하지 않기로 한 기술위원회 결정을 담은 회의록과, 수개월 뒤 이를 번복한 것으로 추정되는 재정위원회 또는 이사회의 회의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온라인에 떠도는 과거 신문기록만을 근거로 15년 전의 기록을 변경할 수는 없는 일이다. 15년 전의 밀어주기 추태는 당사자들이 모두 반성하고 부끄러워 하는 아픈 기록이다. KBL은 차제에 이에 관한 명확한 근거를 찾아 당시 기록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내려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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