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난 아직 은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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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 “난 아직 은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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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고 묻고 싶었던 내용이 많았던 임창용. 어렵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얘기를 풀어냈다.(사진=이영미)>

임창용(43)을 만났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계속 고사하다 어렵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KIA 타이거즈로부터 재계약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팀을 나온 후 두문불출했던 임창용은 여전히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듯 했다. 어느새 해를 넘겼고, 최근에는 임창용이 대만행을 알아보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궁금한 내용부터 풀어가기로 했다. 임창용과의 인터뷰는 <1>편과 <2>편으로 나눠 게재한다. 

‘임창용이 대만리그(CPBL)를 알아보고 있다’는 얘기가 대만 매체를 통해 흘러 나왔다. 그런데 대만 구단이 임창용 선수의 나이와 선발 투수로서의 능력에 의문을 품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나도 대만리그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에이전트로선 여기 저기 팀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설령 제안이 있었다고 해도 내가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 같다. 한국에서 더 뛰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느 팀이라도 날 받아주는 팀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기다림이 무위로 끝난다면 어떻게 할 건가.

“그 이후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1월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12일에는 오키나와로 개인 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내 거취는 에이전트한테 맡겨 두고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다.”

임창용은 얼마 전 호주 프로리그(ABL)의 퍼스 히트란 팀으로부터 강력한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GM이 직접 나서 임창용의 가족들이 호주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향후 임창용의 야구 교실 운영까지 제안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임창용은 고민 끝에 정중히 거절했다. ABL의 짧은 시즌 때문이었다. 11월부터 1월까지 리그가 진행되는 ABL은 팀당 40경기, 4연전으로 10주간 열린다. 임창용은 “3개월 야구하고 남은 시간을 개인 훈련으로 버티기에는 어려움이 뒤 따른다”면서 “난 시즌 내내 공을 던지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내와 논의를 했을 정도로 마지막까지 고심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1989년 창단한 퍼스 히트는 2010?11, 2011?12, 2013?14, 2014-15시즌 우승팀으로 이번 시즌에도 질롱 코리아가 포함된 ABL 남서부지구에서 1위를 내달리는 중이다.

많은 팬들은 임창용 선수가 KIA와 헤어지게 된 배경을 궁금해 한다. 지난 한 시즌동안 여러 형태의 불화설이 돌았던 터라 궁금증이 증폭된 부분도 있다. 

“시즌 마치고 얼마 안 있어 조계현 단장님이 부르셨다. 재계약을 앞둔 나로선 계약하자고 부르시는 줄 알았다. 사무실에서 단장님을 만났는데 처음 하시는 말씀이 ‘너, 야구 계속 할 거지?’였다. 내가 ‘해야죠’라고 말씀 드렸더니 ‘우리 팀에서는 힘들 것 같다, 내부적으로 현장과 상의해서 결정했다. 자유계약으로 풀어주겠다’고 하시더라. 순간 마땅히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알겠습니다’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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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현 단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임창용이 지난 3년 동안 잘 해줬지만 이제는 젊은 후배들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고 방출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방출 통보를 받고 처음에는 암담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서운한 감정이 앞섰다. 내가 구단에서 큰 역할을 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구단 선수였고, 나이 많은 선수였는데 사전 예고 없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방출 통보를 받는다는 게 기분 좋지만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은 이후 팬들의 시위 현장에 나타나 ‘임창용 선수가 먼저 원했다, 자유계약으로 풀어달라고 먼저 말했다’는 얘기를 전한 바 있다.

“그 내용은 6월에 있었던 얘기다. 감독님과 문제가 불거졌을 때 감독님께서 내게 먼저 ‘자유계약으로 풀어주길 바라느냐, 아니면 방출 시켜줄까’라고 물으셨다. 그래서 ‘그건 감독님이 결정하실 문제’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6월에 김기태 감독과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모든 걸 말할 수는 없겠지만 공개할 수 있는 부분만 얘기해 달라.

“6월 6일 KT전이었다. KIA는 전날 두 경기 연속 승리를 이어 갔다. 6일에도 4-1로 앞섰고, 3점차 세이브 상황이었다. 그런데 9회에 감독님이 나 대신 김윤동을 내보내시더라. 거기서 살짝 기분이 좋지 않았다. 팀 마무리가 난데 왜 날 기용하지 않으시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에는 마무리로 올라가 세이브를 챙겼다. 7일 경기 후 감독님과 선수들이 인사를 나누는데 감독님과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하이파이브 하는 시늉만 하자, 감독님이 매니저를 통해 ‘창용이한테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보셨던 것 같다. 사실 6일 경기 후 매니저를 통해 감독님 면담을 신청했었다. 그때 매니저가 날 만류하는 바람에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7일 경기 후 감독님이 그 내용을 알게 되신 것이다. 나중에 감독님이 방으로 부르셨고, 그 자리에서 그동안 불펜 운영과 관련해서 쌓아둔 얘기들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2군행 통보를 받았다.”

김기태 감독으로선 아무리 베테랑 선수의 의견이라고 해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감독의 권한에 도전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님도 그렇게 받아들이신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이 내게 ‘자유계약으로 풀어줄까? 아니면 방출시켜줄까?’라고 물어보셨다고 생각한다. 난 구단으로부터 연봉을 받는 선수다. 연봉을 받으면 그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7,8,9회에 나갈 선수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으면 선수들의 준비 과정이 엉클어지고 불펜 전체가 흔들린다. 그걸 명확하게 해주시길 바랐을 뿐이다. 내가 나이 어린 선수였다면 감히 감독님께 그런 말씀도 드리지 못했을 것이다. 내 커리어를 인정해주셨기 때문에 KIA에서 날 받아들였던 게 아닌가. 나도 팀을 위해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고, 팀 승리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직언했던 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사실 그런 내용은 코치들한테 먼저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당연히 말씀드렸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선발 전환을 요구했다는 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2018년 전지훈련 갔을 때 이대진 코치님한테 처음으로 선발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우리 팀에 5선발이 없으니 선발 좀 시켜 달라는 부탁이었다. 물론 팀 입장에서는 걱정이 됐을 것이다. 나이도 많은 데다 5,6이닝을 던질 수 있을 정도의 체력과 구위인지 판단이 안 섰을 것이다. 선발 얘기는 전지훈련지에서 유야무야 됐다. 코칭스태프에서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임창용 선수가 선발을 원했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아 코칭스태프와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난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발 수업을 받고 착실히 몸을 만들어서 시즌 초부터 선발로 뛰고 싶었지, 시즌 중간에 선발로 들어가길 바랐던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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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군에서 한 달 있다가 1군으로 복귀한 다음 곧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2군에 있는 동안 선발 얘기가 오갔던 건가.

“전혀 없었다. 선발 계획이 있었다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1군 복귀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1군 올라가서 이대진 코치님으로부터 선발 얘기를 들었다. 7월 10일 NC전 불펜 등판 후 20일 KT전부터 선발 투수로 경기에 나섰다. 선발로 나선 처음 2경기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11년 만의 선발 전환이라 적응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너무 완급 조절에 신경 쓰다 초반에 난타를 많이 당했다. 몇 경기 치르다보니 강약 조절이 되면서 이닝을 거듭할수록 구위가 좋아지는 걸 느꼈다. 불펜과는 달리 선발은 미리 예고되기 때문에 5일 동안 루틴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더라. 언제 나갈지 고민 안 해도 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재미있었다. 선발로 나가는 경험들이. KIA가 5위 순위를 확정짓는 경기에도 선발로 등판했었다.”

임창용은 7월 20일 KT전에서 선발 전환을 이룬 다음 20이닝 동안 25자책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무려 11.25였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하고 포크볼을 가다듬으면서 9월 6일 넥센(키움)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당시 투구수가 102개. 특히 9월 29일 한화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양현종, 헥터에 이어 어엿한 3선발 투수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2018 시즌 임창용은 37경기에 등판해 5승 5패 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 5.42를 기록했다.

사실 선수 기용과 로테이션 관련해서 자주 불만을 표출하다 보면 감독이나 코칭스태프에서는 선수를 대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선수도 아닌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임창용 선수라면 더 그랬을 것 같다. 

“개인적인 욕심을 앞세웠다면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야구만 하는 게 맞다. 팀을 위해 용기를 내 감독님께 말씀드린 것이다. 답답할 때는 코치들한테 의견을 전달했지만 그게 잘못된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다시 1군으로 부르셨을 때는 날 용서하신 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선발로 보직 변경 통보받았을 때도 군말 없이 적응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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