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와~ 열차 타고~ 충성! 전역·입대를 명 받았습니다!
V-리그 남자부 선수들도 대한민국 국적인 이상 병역의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일반인들이 대체로 20대 초반에 군에 입대하는 것과 달리 선수들은 조금 늦게 병역 의무를 수행하곤 한다. 아무래도 운동선수라는 직업은 그 생명이 짧고, 20대 초반부터 30대 초중반까지가 전성기이기 때문에 그렇다. 선수들의 군 입대와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1월부터 전역이 예정된 선수들과 올 시즌을 끝으로 입대가 예정된 선수들은 누구인지 알아본다.
(박진우)
배구선수들은 어떻게 입대할까?
먼저 통상적인 배구선수들의 군 입대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배구선수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 프로에 온다. 그렇게 되면 프로에 첫 발을 내딛는 나이는 보통 20대 초반이다. 최근 들어 얼리드래프트(고교 졸업 후, 혹은 대학 2, 3학년 때 프로 드래프트 신청) 열풍으로 일찍 프로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아직까지는 대학을 마치고 오는 선수들이 훨씬 많다.
선수들이 주로 입대하는 방법은 크게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혹은 일반병사 입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상무에 입대하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군 복무 방법이다. 군 기간 동안 선수경력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프로 선수들이 군 입대로 가장 걱정하는 것이 바로 경기감각 저하 문제인데, 상무에서 훈련을 하고, 경기를 뛰며 이 고민을 덜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구단에서도 선수들의 상무 입단을 가장 선호한다.
상무는 실업배구연맹에 소속돼 실업배구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특히 연 2회 열리는 실업연맹전이 이들에겐 가장 큰 규모의 대회다. 상무는 화성시청과 함께 실업배구 양대산맥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 외에도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주최하는 전국남녀종별배구선수권대회 일반부, 전국체육대회 일반부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아무래도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어서 매 대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나 상무에 입대할 순 없다. 상무는 입대 연령을 ‘만 27세 이하’로 제한하고 신체검사에서 3급 이상을 받아야 지원할 수 있다. 단, 신장 및 체중 제한으로 인한 4급은 지원이 가능하다. 무릎이나 발목, 어깨 등 관절 쪽 부상이 많은 선수들은 신체검사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또 경기에 출전했다는 실적도 필요한데, 이는 어느 정도 기량을 갖춘 인원만을 선발하려는 의도다. 여기에 인원 제한을 두고 매년 포지션 별로 필요한 수만큼 선발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만 27세 이하라는 나이 제한도 걸림이 될 수 있다. 대학 4년을 마치고 프로에 입단할 경우 선수 나이는 만 22세로 선수가 입대 전까지 실질적으로 프로 무대서 뛸 수 있는 기간은 4~5년 정도다. 이 사이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문제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조금 더 프로 무대에서 뛰고픈 욕심이 날 수 있다.
상무 외에 입대 방법은 일반인들과 다를 바 없다. 다만 배구선수들은 대부분 키가 크고, 무릎이나 발목이 좋지 않아 공익근무요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전력 최홍석의 경우 2016년 신체검사 결과 무릎에 이상이 있어 군 면제 판정을 받기도 했다.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나이는 최대 만 30세다. 프로 선수들은 병무청에 프로배구선수라는 사유서를 제출하면 연기가 가능하다.
스포츠 선수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꼽는 모델은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해 병역 특례를 받는 방법이다. 올림픽 금, 은,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특례로 기초군사훈련만 받게 된다. 그러나 사실상 배구와는 먼 이야기다. 한국 남자배구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특례 선수가 없다. 당시 금메달 멤버 중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은 KB손해보험 이선규, 현대캐피탈 문성민, OK저축은행 김요한 등이 있다.
(전병선)
전략적인 군 입대, 배구도 가능할까
몇몇 종목에서는 선수 군 입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야구다. 야구는 유망한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조기 군 입대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재능은 뛰어난데 경기에 출전하기는 어려워 경험을 쌓기 어려운 선수, 혹은 그 포지션에 뛰어난 현역 선수가 있어 당장은 출전하지 못하지만 미래를 책임질 가능성이 엿보이는 선수들을 미리 군에 보내 병역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다.
이는 배구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케이스다. 몇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 ‘육성군’이 없다는 배구의 특성 때문이다. 1군과 2군으로 나누어 운영하는 구단의 경우 경기에 뛰는 1군, 육성을 담당하는 2군으로 선수단이 구성된다. 그러나 배구는 그 구분 없이 1군에서 리그 출전과 육성 모두를 담당하고 있다. 사실상 전문적으로 선수를 육성하는 개념이 부족하다. 20명 내 선수들로 한 시즌을 치러야 하는데 선수 정원이 턱없이 부족한 게 실정이다. 대부분 선수들이 즉시전력으로 활용된다.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를 장기적 관점에서 키울 만한 여력이 없다.
둘째로 장기적인 계획을 준비하기 힘든 구조다. 프로배구 감독들은 일반적으로 구단과 2년, 혹은 3년 계약을 맺는다. 감독들은 그 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 ‘팀 미래를 위해 초석을 닦겠다’라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임기 내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는 선수들은 최대한 곁에 두고 활용하고 싶은 게 감독들의 심리다.
그 외에도 배구는 개인기보다는 팀 차원의 움직임이 중요한 점, 선수층이 얕아 선수 운용이 어려운 점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이수황)
2019년, 누가 돌아오나
그렇다면 2018~2019시즌에 복귀하는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각 팀 별로 어떤 선수가 돌아올 예정인지 살펴보도록 한다. 다만 여기서는 현재 군 입대로 떠난 선수 전체를 언급하지 않음을 참고하길 바란다.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에서는 선수 복귀를 목이 빠져라 기다릴지도 모른다.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 복귀해 팀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KB손해보험은 미들블로커 이수황(1990년생, 196cm)과 윙스파이커 정동근(1995년생, 192cm)이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상무에서 복무 중이다. 둘은 1월 15일 전역과 함께 선수단에 합류할 계획이다.
KB손해보험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윙스파이커 선수들의 부진이 눈에 띄는 상황. 주전 손현종, 황두연이 경기 별로 심각한 기복을 보인 탓에 팀이 크게 흔들린다. 이에 김정호, 박광희를 중용하기도 했지만 신장이 작은 한계를 보였다. 삼성화재, 한국전력과 삼각 트레이드로 영입한 정동근 합류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192cm 신장을 갖춘 정동근은 팀에 활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정동근은 이른 시기에 입대를 한 편으로 아직 나이가 어려 손현종, 황두연이 군에 입대할 때를 대비한 전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운동선수에겐 전성기 나이인 이수황은 베테랑 미들블로커가 많은 KB손해보험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곽명우)
OK저축은행은 세터 곽명우, 아포짓 스파이커 전병선이 돌아온다. 상무에서 뛰고 있는 두 선수 역시 마찬가지로 1월 15일 전역 예정이다.
현재 OK저축은행에 필요한 옵션은 백업 세터, 그리고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다. 주전세터 이민규가 흔들릴 때 투입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이효동이 교체벰버로 나서지만 만족스러운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 조재성은 경기마다 기복이 있어 대체선수가 필요한 상태다. 때마침 돌아오는 선수들이 반갑게 느껴질 이유다.
대한항공에도 돌아오는 선수가 있다. 리베로 김동혁(1991년생)이다. 김동혁 역시 상무 소속으로 1월 전역 예정이다. 현재 대한항공 리베로 라인은 정성민과 백광현, 여기에 신인 이지훈까지 포화 상태다. 복귀 후에 치열한 주전 경쟁을 치러야 한다.
우리카드는 세 명의 선수가 순차적으로 팀에 합류한다. 1월에는 미들블로커 박진우(1990년생, 197cm)가, 3월에는 세터 김광국(1987년생, 188cm), 4월에는 윙스파이커 이동석(1993년생, 194cm)이 전역한다. 박진우는 상무 전역을, 김광국은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 해제할 예정이다. 상무로 입단한 이동석은 이후 무릎 부상을 입어 상근예비역으로 전환됐다.
3, 4월에 돌아오는 김광국과 이동석은 사실상 올 시즌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핵심은 박진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박진우도 돌아온 후 곧바로 팀에 합류가 확실치는 않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현재 무릎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서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라고 박진우 근황을 전했다.
현대캐피탈에도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며 전역을 기다리는 선수가 있다. 바로 미들블로커 최민호(1988년생, 195cm)다. 최민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한 바 있다. 최민호 전역 시기는 3월 초순으로 시즌 막바지에 합류한다. 만약 현대캐피탈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최민호가 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근 김재휘, 신영석이 부상을 당해 최민호가 복귀하자마자 코트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몇몇 선수들이 돌아오는 다른 팀과 달리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의 경우 올 시즌 복귀하는 선수는 없다.
(서재덕)
Adios, 올 시즌 끝으로 떠나는 선수들
그렇다면 올 시즌을 마치고 떠날 예정인 선수들은 누가 있을까. 군에 입대할 나이가 된 선수들을 구단별로 알아본다. 다만 군 입대는 팀 사정, 감독의 생각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또한 그 선택은 전적으로 선수 본인에게 달려 있다. 나이가 어려도 선택에 따라 조금 빨리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한국전력 서재덕이다. 올 시즌 외국인선수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국전력이다. 그럼에도 서재덕의 분투는 눈부시다. 그래서 더욱 서재덕이 떠난다는 사실이 아쉽다. 1989년생인 서재덕은 올해로 입대 나이를 꽉 채웠다. 본래 1월 입대 예정이었지만 시즌 종료 후로 미뤘다. 따라서 아직 정확한 입대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갈 확률이 크다.
대한항공에도 급한 선수가 있다. 바로 세터 황승빈이다. 1992년생 황승빈은 만 나이로 따질 때 올해가 마지막 상무 지원 가능 나이다. 마침 곽명우가 전역하면서 상무에 세터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지원할 경우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급한 팀은 KB손해보험이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어린 KB손해보험은 세터 양준식이 올 시즌이 끝나면 입대가 예정돼 있다. 1991년 1월생인 양준식은 상무 입대 가능 나이를 넘겨 공익근무나 상근예비역으로 갈 확률이 높다. 윙스파이커 손현종(1991년생)과 황두연(1993년생), 리베로 정민수(1991년생)도 군입대를 준비할 나이다. 손현종과 정민수의 경우, 한 시즌 더 뛰고나서 군입대할 예정인 반면 황두연은 이번 시즌 후 입대를 고려하고 있다. 시즌 막바지에 감독과 협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즌이 남아 대부분 팀에서 군 입대 선수를 확정하지 않았다. 각 구단들은 시즌을 마친 뒤 열리는 FA시장에서 어떤 영입을 할 것인지, 또 선수 몸 상태 등 다양한 가능성을 따져 하나씩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선수 엔트리가 한정돼 있고 선수 미래가 달린 문제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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