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천금 결승포' 한국, 밀집수비 필리핀에 1-0 신승
‘특급킬러’ 황의조가 결승포를 터뜨린 한국 축구가 필리핀을 누르고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웃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끝난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필리핀과 경기에서 후반 22분 터진 황의조의 오른발 결승포로 1-0 신승했다. 한국은 앞서 키르기스스탄을 2-1로 누른 중국(승점 3·골득실+1)에 다득점에서 뒤진 2위에 자리하며 첫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3위로 아시아에서 4번째다. 필리핀은 116위로 이번 대회 참가 24개국 중 21위로 첫 경기부터 다득점을 목표로 했다. 비록 한 골 승리에 그쳤으나 메이저대회 첫 경기의 어려움을 고려했을 때 우선 승점 3을 따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과 필리핀 선수들이 경기 전 나란히 그라운드에 서 있다.
한국은 지난해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33골을 터뜨리며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골잡이 황의조가 공격 선봉에 나섰다. 2선엔 황희찬과 구자철, 이재성 등 독일 분데스리가 1~2부리거가 책임졌다. 중앙 미드필더 듀오는 러시아 월드컵 콤비 정우영과 기성용이다. 포백은 김진수~김영권~김민재~이용이 포진했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필리핀은 예상대로 수비를 극대화한 5-4-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두 수 아래 필리핀을 상대한만큼 한국은 전반에 71% 볼 점유율을 보이면서 압도적으로 필리핀을 몰아붙였다. 좌우 풀백인 김진수와 이용이 거의 2선까지 올라가 벤투 감독이 지향하는 후방 빌드업을 이행하려고 애썼다. 두 풀백이 공격적으로 올라가고 측면 공격수인 황희찬과 이재성이 중앙으로 움직이는 패턴으로 상대 밀집 수비를 깨려고 했는데 문전에서 세밀한 패스가 살아나지 않았다. 측면에서 날아오는 크로스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중앙에서 수비 뒷공간을 무너뜨릴 킬 패스도 뜸했다. 세컨드볼도 오히려 필리핀이 더 잘 따내면서 한 두 차례 위협적인 역습을 펼치기도 했다. 수비수 이용이 막아서다가 한 차례 경고를 받기도 했다.
기성용이 전반 볼을 잡고 패스 길을 찾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물론 기회도 있었다. 전반 31분 구자철이 아크 왼쪽에서 절묘한 턴으로 돌파를 시도하다가 프리킥을 얻어냈다. 그러나 정우영의 킥이 허공을 갈랐다. 전반 40분과 42분엔 황의조가 연속으로 문전에서 감각적인 터닝 슛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 미카엘 팔케스가르트의 선방에 걸렸다. 유효슛 2개를 포함해 8개의 슛이 전반에 나왔지만 선제골을 얻는 데 실패했다.
후반 들어서도 흐름은 비슷했다. 수비진을 대폭 끌어올려 필리핀 수비를 두드렸지만 마무리 패스 질이 떨어졌다. 필리핀은 한국 측면 수비가 전진한 틈을 역습 기회에서 놓치지 않았다. 패트릭 레이첼트가 예리한 돌파로 정우영의 경고를 끌어낸 데 이어 후반 9분엔 왼쪽 측면 역습을 시도, 문전에서 하비에르 파티뇨가 이어받아 골키퍼 김승규와 맞섰다. 결정적인 슛을 김승규가 몸을 던져 막아냈는데, 하마터면 선제골을 내줄 뻔했다. 설상가상 기성용이 경미한 부상으로 후반 12분 황인범과 교체돼 물러났다.
볼 점유율은 높지만 득점은 없고 경고, 부상자만 발생하면서 경기는 갈수록 한국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렀다. 벤투 감독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다급해진 벤투 감독은 후반 18분 구자철을 빼고 또다른 독일파인 베테랑 이청용을 교체 투입했다. ‘신의 한 수’가 됐다. 3분 뒤 이청용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만들어졌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이용의 패스를 이청용이 재빠르게 황희찬에게 전진 패스를 넣었다. 황희찬이 오른발로 낮게 깔아찬 공을 황의조가 한템포 빠르게 돌려세운 뒤 문전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유효슛 2개를 책임지며 예열한 황의조가 기해년 A대표팀 첫 골을 터뜨리며 2018년 기세를 이어가는 순간이다.
선제골을 내준 뒤 필리핀은 공격 숫자를 조금씩 늘리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벤투 감독은 후반 40분 이재성을 빼고 주세종을 넣으면서 2선에 안정감을 줬다. 다득점도 중요하나, 실점하지 않고 이기는 게 더 중요했다.
스벤 예란 에릭손 필리핀 감독도 존 패트릭 스트라우스 대신 필 영허즈번드를 투입해 동점골에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더는 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교체로 들어간 이청용이 막판까지 안정적으로 공격진에서 볼을 소유하면서 경기를 주도했고, 김영권 김민재가 이끄는 센터백도 흔들림 없이 공세를 제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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