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신발이 뭐길래... 서로 양보만 요구하다 좌절된 정현의 올림픽 꿈
정현. /사진=뉴스1
"아쉽습니다."
한국 테니스 역대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을 거뒀던 정현(24)이 데이비스컵에 출전하지 못한다.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에 2020년 도쿄올림픽 진출도 무산됐다. 출전 자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에 나가려면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부터 도쿄올림픽 전까지 열린 데이비스컵에 최소 3번 이상 출전하고 세계 랭킹 최소 80위권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정현은 2번밖에 뛰지 못했다. 세계랭킹도 139위다.
도쿄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것에 정현 소속사 IMG코리아 관계자는 13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아쉽다"고 전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정현 선수가 지난 해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팀으로 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뛰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희망사항이었다. (도쿄올림픽에 나가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정현이 데이비스컵에 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옷과 신발 때문이다. 정확히는 개인 후원사 문제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는다. 데이비스컵에 출전하려면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현은 나이키로부터 테니스화, 라코스테로부터 의류 후원을 받는다. 이 부분에서 양측은 의견 차를 보였고, 결국 정현이 대표팀에서 제외돼 데이비스컵 출전이 무산된 것이다.
앞서 정현 측은 데이비스컵에서도 개인 후원사 의류와 신발을 착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협회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현. /사진=AFPBBNews=뉴스1
소속사 관계자는 "데이비스컵 참가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협회에 전달했다. 다만 선수 개인 후원사가 있으니 경기나 훈련할 때만 개인 후원사 의류를 착용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대신 기자회견이나 팀 단체 행사가 있을 때는 협회 후원사 옷을 입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협회의 허락과 관계없이 개인 후원사 옷을 입을 수 있는 예외 조항은 있다. 세계랭킹 50위 안에 드는 선수라면 협회 후원사가 아닌 개인 후원사 옷을 착용해도 된다. 하지만 정현의 세계랭킹이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소속사 관계자는 "한때 정현은 세계랭킹 19위까지 올랐다. 한국 선수 사상 최초로 호주 오픈 4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최근 부상으로 세계랭킹이 떨어진 탓에 예외조항에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신발의 경우 정현은 나이키와 후원을 맺어 발바닥 물집을 예방하는 맞춤형 운동화를 신는다. 협회는 나이키 신발을 신더라도 로고는 가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소속사 관계자는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다. 해외 사례를 놓고 봤을 때 데이비스컵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해외 선수들이 개인 후원사 용품을 사용한다. 테니스라는 개인 종목 특성상 후원사의 역할이 중요하고, 후원사의 도움이 없다면 선수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 모든 비용을 선수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 부분을 따졌을 때 협회가 존중을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개인 프로 스포츠인 테니스는 선수들이 각자 후원 계약을 맺고 투어 비용을 부담한다.
정현.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해 협회는 스타뉴스를 통해 "애초 정현 선수를 대표팀으로 선발했지만, 출전 의사를 물어봤을 때 힘들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데이비스컵에서 협회 후원사 의류를 착용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현 측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정현의 대표팀 선발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면 개인 후원사 의류를 착용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에 대해선 "세계랭킹의 경우 선수 개인이 대회를 통해 포인트를 쌓는 것이므로 협회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협회는 또한 "정현 선수만 개인 사정을 봐줄 수 없다. 협회가 아디다스와 스폰서를 맺은 것은 오래 전 일이다. 또 예외조항의 경우 정현 선수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정현 선수가 데이비스컵에 참가했을 때도 이 규정을 적용 받아 개인 스폰서를 노출하고 경기를 뛰었다. 이번에는 세계랭킹이 기준이 안 되기 때문에 예외조항을 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후원사 문제로 데이비스컵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는 정현이 처음"이라며 "과거 이덕희(22), 권순우(23) 선수도 개인 후원사 로고를 가리고 뛰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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