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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폴 얻기 위해 7명 내어준 LA클리퍼스...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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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스턴 로키스로 이적한 크리스 폴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01년 2월 영남 라이벌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는 김주찬(KIA 타이거즈)과 마해영을 맞바꾸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만 해도 롯데 팬들의 반발이 상당히 거셌다. 마해영은 1999년 35홈런119타점에 이어 2000년에도 23홈런90타점을 기록했던 롯데의 간판타자였기 때문이다. 삼성으로 이적한 마해영은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끝내기 홈런을 쳤고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롯데팬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만년 유망주였던 김주찬이 2008년을 기점으로 뒤늦게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마해영과의 트레이드는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김주찬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626안타 188도루를 기록하며 롯데 타선의 돌격대장으로 맹활약했다. 공교롭게도 마해영은 김주찬이 본격적으로 성적을 내기 시작한 2008년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2001년 2월 삼성과 롯데의 트레이드는 양 팀 모두에게 윈윈이었던 셈이다.

이렇듯 트레이드는 당사자들이 훗날 어떤 커리어를 남길지 알 수 없기에 섣불리 그 결과를 판단하면 곤란하다. 당장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가 훗날 뛰어난 성적을 올릴 수도 있고 트레이드 당시 스타였던 선수가 이적 후 부상 등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난 작년 6월에 있었던 휴스턴 로키스와 LA클리퍼스의 1:8 트레이드 역시 재평가가 시급하다.

휴스턴 이적 첫 시즌에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밟은 크리스 폴

클리퍼스는 크리스 폴과 블레이크 그리핀(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디안드레 조던(댈러스 매버릭스), J.J. 레딕(필라델피아 76ers)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선수구성을 앞세워 서부 컨퍼런스의 강자로 떠올랐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코비 브라이언트가 이끌던 LA레이커스의 전성기가 저물면서 클리퍼스는 LA를 대표하는 농구단으로 자리 잡았다(물론 몇 년 성적이 좋다고 해서 클리퍼스가 레이커스의 파이널16회 우승 경력을 단숨에 따라 잡을 수는 없다). 

클리퍼스는 현역 최고의 포인트 가드 폴이 팀을 이끄는 동안 6시즌 연속 6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의 한계는 비교적 뚜렷했다. 실제로 클리퍼스는 폴과 그리핀, 조던이 함께 뛰는 동안 우승은커녕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만26세의 젊은 나이에 클리퍼스에 합류했던 폴도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베테랑이 됐고 클리퍼스는 폴이 더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팀을 재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우승까지 가기에 뚜렷한 한계를 느낀 것은 휴스턴도 마찬가지였다. 휴스턴은 '털보네이터' 제임스 하든이 가세한 2012-2013 시즌부터 서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떠올랐지만 하킴 올라주원 시대 이후 다시 파이널 무대에 오르기엔 2% 부족했다. 특히 2016-2017 시즌엔 리그 최고의 슈팅가드로 꼽히는 하든이 포인트가드로 출전했을 정도로 포인트 가드 포지션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결국 폴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싶었던 클리퍼스와 폴처럼 기량이 검증된 확실한 포인트가드를 원했던 휴스턴은 작년 6월 무려 9명의 선수가 포함된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휴스턴은 폴을 얻기 위해 선수 7명과 현금, 그리고 신인 지명권까지 클리퍼스에 내줬다. 사실상 로스터의 절반가량을 내주는 큰 손실이었지만 휴스턴은 현역 최고의 포인트가드를 얻기 위해 기꺼이 큰 손실을 감수했다.

폴 영입 효과는 2017-2018 시즌에 곧바로 나타났다. 폴은 2017-2018 시즌 58경기에서 18.6득점7.9어시스트1.7스틸을 기록했고 폴의 합류로 로테이션 활용이 더욱 다양해진 휴스턴은 NBA 전체 승률 1위를 기록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는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3승4패로 패했지만 휴스턴은 폴의 합류 후 우승 후보로 신분이 상승했다. 그리고 휴스턴은 시즌 종료 후 폴에게 4년 1억6000만 달러의 장기계약을 선물했다.

클리퍼스에 자리 잡은 폴의 트레이드 상대들

반면에 폴이 떠난 클리퍼스는 2017-2018 시즌 42승40패로 서부 컨퍼런스 10위에 머무르며 7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식스맨 루 윌리엄스가 22.6득점5.3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수비형 가드 패트릭 베벌리가 11경기, 208cm의 대형 포워드 다닐로 갈리날리가 21경기 만에 시즌아웃된 것이 뼈아팠다. 클리퍼스는 지난 1월 또 한 명의 프랜차이즈 스타 그리핀까지 트레이드하며 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했다.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도 휴스턴은 골든 스테이트와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분류됐지만 조던마저 떠나며 빅3가 완전히 해체된 뒤로는 플레이오프 진출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즌 절반을 향해가고 있는 현재 클리퍼스는 21승14패로 6할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휴스턴 역시 하든의 투혼으로 서부 컨퍼런스 6위(19승15패)까지 올라왔지만 정작 이번 시즌 3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폴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 중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클리퍼스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주역들이 바로 작년 6월 크리스 폴 트레이드의 반대급부로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이미 지난 시즌부터 클리퍼스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윌리엄스는 이번 시즌에도 24.8분 출전에 17.6득점을 기록하는 매우 효율적인 생산력을 뽐내고 있다. 주전과 식스맨을 오가는 베벌리 역시 장기인 수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폴의 유산'중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역시 백업 빅맨 몬트레즐 해럴이다. 휴스턴에서 두 시즌을 소화한 후 클리퍼스로 이적한 203cm의 언더사이즈 빅맨 해럴은 지난 시즌 76경기에서 11득점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출전 시간이 17분에서 25.3분으로 늘어난 해럴은 평균 15.5득점6.7리바운드 필드골성공률 63.6%를 기록하며 윌리엄스와 함께 클리퍼스의 핵심식스맨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클리퍼스는 폴 트레이트 때 합류했던 선수들 외에도 그리핀 트레이드 때 영입했던 토비어스 해리스, 애이브리 브래들리, 보반 마리야노비치도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는 NBA 통산 867승에 빛나는 닥 리버스 감독이 그만큼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안다는 뜻이다. 리버스 감독 부임 이후 .629의 승률을 자랑하는 클리퍼스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두 에이스를 떠나보낸 충격을 빨리 극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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