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악재들, 독하게 버텨낸 장정석 감독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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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악재들, 독하게 버텨낸 장정석 감독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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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2년 차, 다양한 사건 사고들 속에서도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끌고 간 장정석 감독. 외유내강의 전형을 보여주는 리더였다.(사진=이영미)>

넥센 히어로즈의 2018년은 한 마디로 다사다난, 그 자체였다. KBO리그를 흔드는 대형 악재들로 선수단이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히어로즈는 구부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다는 걸 성적으로 보여줬고 팀의 ‘가을야구’를 이끌어냈다.

히어로즈가 이토록 강함을 넘어 독하게 시즌을 치러낸 배경에는 감독 데뷔 2년차를 맞은 장정석 감독이 존재한다. 장 감독은 시즌 내내 사면초가 신세였다. 매번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해야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장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없다는 세간의 우려를 성적으로 지워냈다. 매우 치밀하고 영리한 팀 운영으로 선수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평소 개인 인터뷰를 상당히 꺼려했던 장 감독과 12월 중순, 고척스카이돔구장에 마련된 감독실에서 만났다. 예상보다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질문 내용은 다소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장 감독은 어떤 질문에도 주저 없이 대답해나갔다. 장 감독한테 2018시즌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에릭 해커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히어로즈의 2018년은 어떤 시즌이었나.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많았던 시즌이었다.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시간들을 보냈는지 잘 모르겠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 가슴 아픈 일들도 있었다. 우리 팀이 우여곡절 속에서도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의 힘 때문이다. 선수들이 뭉치지 않았다면 아주 힘들었을 것이다.”

시즌 마치자마자 히어로즈는 고종욱을 SK로 보내고 삼성 이지영을 받는 삼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올시즌 박동원의 이탈로 포수는 김재현, 주효상으로 대체했었다. 그러나 김재현이 상무 지원을 한 터라 현재 1군 포수로는 주효상 한 명 밖에 없었다. 144경기를 나이 어린 주효상한테 맡기는 건 무리였다. 프런트에 포수 영입을 서둘러 달라고 부탁했는데 삼각 트레이드가 이뤄진 것이다. 이지영 같은 베테랑 포수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 강민호가 삼성으로 가면서 이지영의 입지가 애매했는데 올시즌 그런 아픈 경험들이 우리 팀에서 보약으로 승화되길 바란다. 이지영의 합류는 분명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새 외국인 투수로 좌완 에릭 요키시를 영입했고 제이크 브리검, 제리 샌즈와는 재계약을 마무리했는데. 

“나를 포함해 코칭스태프, 프런트 모두 좌완 투수 영입을 희망했다. 제이크 브리검이라는 좋은 투수가 있지만 에릭 요키시가 1선발로 활약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에릭 해커와 재계약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나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공은 나오기 어렵다고 봤다. 무엇보다 우리한테 필요한 투수는 좌완이었다. 팀의 1,2선발은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그들이 강해야 팀 전력도 강해진다. 가급적이면 젊은 선수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최근 외국인 선수 영입 추세가 점차 젊은 선수들로 향하는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을 영입할 경우 팀적으로 장기적인 플랜을 쌓을 수 있다. 물론 트리플A까지 경험한 선수가 더 도움이 되겠지만 최근에는 더블A나 멕시코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의 스카우트가 성공한 사례가 있어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장정석 야구를 가리켜 ‘믿음의 야구’라고 말한다.

“과찬이다. 파트별로 역할을 해주는 분들이 정말 많다. 허문회 수석코치를 비롯해 파트별 코치들, 베테랑 선수들이 있었기에 올시즌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변수가 정말 많다. 혼자 계획 세워서 끌고 가기란 불가능하다. 올시즌처럼 부상자도 많고 사건 사고가 많은 해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어린 선수들이 기회 잡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해주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믿음의 야구’란 어떤 야구인가.

“믿음이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기회를 줬는데 실수했다고 내치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그럴 경우 선수들의 플레이에 변화가 생긴다. 과정을 통해 서로를 향한 신뢰가 형성된다면 믿음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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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장정석 감독과 SK 힐만 전 감독>
 
처음 경험했지만 강렬했던 포스트시즌

감독 2년차에 처음 맞이했던 포스트시즌.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한화를 상대했던 준플레이오프, 그리고 SK와의 플레이오프까지 장 감독은 고비 때마다 과감한 승부를 펼치며 인상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세운 작전이 있었나.

“정규 시즌 동안 해보지 않았던 플레이를 구상했었다. 단기전은 분위기가 넘어왔을 때 잡아야 한다. 그래서 번트 훈련을 보강했었다. 안하던 번트를 대기 시작하면 상대 투수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선수 자랑을 하는 셈인데 감독, 코치가 시킨다고 모든 선수들이 그걸 따라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그대로 잘 따라준다. 그 점이 정말 고맙다.”

히어로즈가 가을야구를 통해 얻은 여러 가지 수확 중 안우진의 성장을 확인한 부분도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안우진은 고교 재학 중 폭력 사건을 일으킨 이력으로 프로 데뷔 자체가 혼란스러움을 부추긴 부분도 있다. 

“나도 아들 둘이 야구를 한다. 우진이를 처음 대면할 때는 감독보다는 부모 마음이 앞섰다. 자신의 잘못으로 여러 선수들이 상처를 입었고 지금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진이가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야구를 해야 하는 선수 아닌가. 감독 입장에선 우진이의 인성은 물론 야구에 대한 마음까지 살펴봐야 했다.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끝나는 시점에 복귀 절차를 밟았는데 스프링캠프를 함께 하지 못했던 부분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내기도 했다. 좀 더 여유있게 시작했더라면 다른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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