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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확률로 되돌아본 2018 가을야구 '그 때 그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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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했다. 연이은 명승부에 팬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각종 악재로 흥행 부진이 예상됐지만 시청률도, 티켓 판매도 성공적이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는 경기 상황에 따른 과거 사례를 기반으로 한 승리확률(WP·Win Probability)과 순간승리기여(WPA·Win Probability Added)를 제공한다. 승리확률로 본 가장 인상적인 가을야구 장면 5개를 소개한다.
 

준PO 1차전 승리를 지켜낸 넥센 마무리 김상수(왼쪽).
내가 넥센 수호신이다, 승리 지킨 김상수

넥센은 PO 1차전에서 8회 초까지 3-2로 앞섰다. 안심할 순 없었다. 상대가 리그 최다 역전승에 빛나는 한화였기 때문이다. 약속의 8회가 되자 대전구장에선 '최강한화 승리한다'라는 육성응원 구호가 울려퍼졌다. 한화 타자들은 응원에 답했다. 송광민이 안타, 지성준이 볼넷을 골랐다. 넥센은 마무리 김상수를 조기투입했으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정근우의 내야안타로 1사 만루. 이때 한화의 승리확률은 55.5%.

하지만 김상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2번타자 이용규를 상대로 공 1개만 던져 3루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한화의 승리 확률은 36.0%로 급감했다. 김상수는 3번 호잉도 1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넥센의 승리확률은 83.8%, 한화의 승리 확률은 16.2%로 추락했다. 주자가 있을 경우 대량득점이 나는 야구의 특성상 한 번의 플레이로 승리확률를 올리기는 타자 쪽이 유리하다. 그러나 김상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호잉(19.8%)과 이용규(19.5%)를 잡아내 이날 경기 승리확률 1,2위 플레이를 독차지했다. 9회까지 막은 김상수의 이날 WPA는 0.442(44.2%)였다.

준PO 3차전에서 이보근을 상대로 결승 1타점 2루타를 치는 한화 김태균. [뉴스1]
김태균 적시타, 4028일 만에 포효한 독수리

2018 프로야구 돌풍의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였다. 하위권으로 점쳐진 한화는 한용덕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2007년 이후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하지만 선발진이 약한 한화는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내주며 가을 야구를 3경기 만에 끝낼 위기에 몰렸다. 한화는 10월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3차전에서 깜짝 선발 장민재의 호투와 제러드 호잉의 홈런이 터지면서 앞서갔다. 그러나 5,6회 3점을 내주면서 3-3 동점을 허용했다.

한화의 자존심을 살린 건 베테랑 김태균이었다. 김태균은 3-3으로 맞선 9회 초 1사 1루에서 우중간을 꿰뚫는 안타를 날렸다. 1루주자 이성열은 전력질주해 홈까지 파고들었다. 세이프. 정확하게 50%였던 한화의 승리확률은 단숨에 85.3%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마무리 정우람이 9회 말을 막으면서 게임 오버. 2007년 10월 12일 삼성 라이온즈와 치른 준PO 3차전 이래 11년 10일 만에 거둔 한화의 포스트시즌 승리였다.

PO 5차전에서 동점 솔로포를 터트린 뒤 멋진 배트플립을 선보인 SK 김강민. [뉴스1]
승리확률 43.7% 높인 김강민의 동점포

11월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은 '혈전'이었다. SK는 0-3으로 뒤진 6회 말 로맥의 홈런과 최항의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SK는 7,8회에 추가점을 뽑아 9-4까지 달아났다. 넥센에게 남은 정규이닝 공격은 9회 초, 한 번. 그러나 2사 이후 3점을 따라붙었고, 박병호가 동점 투런포를 터트려 9-9를 만들었다. 넥센은 연장 10회 초 임병욱-김민성의 연속 2루타로 마침내 역전까지 성공했다. 10회 말 시작 전 SK의 승리확률은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타격으로 경기의 추는 SK 쪽으로 기울었다. 선두타자 김강민이 신재영을 상대로 동점 솔로포를 터트린 것이다. 이 한 방으로 SK의 승리 확률은 63.7%로 올라갔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높은 WPA(43.7%)를 기록한 플레이가 김강민의 홈런이었다. 후속타자 한동민은 또다시 신재영을 상대로 홈런을 터트려 4시간 53분 동안 치러진 접전을 끝냈다. 김강민은 "내 야구인생 최고의 경기가 될 것"이란 소감을 남겼다.

짧게 쥔 방망이로도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두산 정수빈. [뉴스1]
짧게 쥔 배트로 담장 넘긴 정수빈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친 '잠실 아이돌' 정수빈은 9월 8일 팀에 합류했다. 2015년에 방망이를 몸 가까이 붙여 세우는 서건창(넥센)의 타격 폼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던 그는 변신을 시도했다. 주먹 하나 이상이 들어갈 만큼 짧게 방망이를 쥔 것이다. 그는 "오랜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다. 부끄럽지 않냐고?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안타만 치면 된다"고 웃었다. 정수빈의 말은 진짜였다.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3안타를 때려내며 군복무에도 불구하고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거짓말이기도 했다. 정수빈은 4차전에서 0-1로 뒤진 8회 초 1사 1루에 홈런을 쳤다. 그것도 SK 불펜에서 가장 공이 빠른 앙헬 산체스를 상대로. 27.5%의 두산 승리확률은 74.2%로 바뀌었다. 결국 두산은 4차전을 2-1로 따내며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만들었다. 정수빈은 "산체스의 공이 빨라 반발력 덕분에 넘어간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두산 팬들은 벌써부터 내년 시즌 정수빈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KS 6차전에서 결승 솔로홈런을 날린 뒤 포효하는 SK 한동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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