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실패' 롯데, 드러난 단점만 보강하면 5강 이상?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야구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한 해이지만, 올해도 8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여전히 KBO리그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지난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KBO리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연말을 맞이해 10개 구단이 어떻게 한 시즌을 보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네 번째 팀은 마지막까지 5위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롯데 자이언츠다.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가을야구를 노렸지만, 결국 5위 자리를 KIA 타이거즈에 내주고 말았다.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도 패배하며 롯데의 올 시즌 최종 순위는 6위가 아닌 7위가 됐다.
지난해 마운드에서 힘을 실어줬던 박세웅과 박진형이 월드시리즈 엔트리 합류라는 경력으로 눈길을 끌었던 듀브론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막 이후 7연패... 첫 단추 잘못 끼운 게 아쉬웠다
개막전부터 롯데의 일정이 험난한 편이었다. 인천 원정에서 SK를 만났고, 듀브론트와 윤성빈이 차례로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듀브론트가 등판한 경기에서는 집중력 부재와 실책에 발목이 잡혔고, 이튿날에는 롯데 타자들이 SK 선발 김광현에 꽁꽁 묶였다. 결국 두 경기를 모두 내준 채로 잠실로 이동했다.
▲ 롯데 듀브론트 |
ⓒ 연합뉴스 |
타자들의 타격감이 조금씩 올라오길 바랐던 조원우 감독의 바람과 달리, 롯데 타자들은 두산과의 3연전에서도 침묵을 이어갔다. 3경기 동안 6득점에 묶이면서 시리즈를 두산에 내줬다. 홈으로 돌아와서도 큰 변화가 없었고, NC와의 3연전에서도 이미 루징 시리즈가 확정된 상태로 4월을 맞이해야만 했다. 여기에 3월 31일 경기가 끝난 이후, 이대호가 퇴근 도중 한 팬이 던진 치킨 상자에 맞는 일이 벌어지면서 분위기가 더 어수선해졌다.
4월 들어 조금씩 승수를 쌓았지만, 개막 이후 10경기에서 1승 9패에 머무른 것이 결국 시즌 후반에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후반기 팀 성적만 놓고 보면 58경기 31승 27패 승률 0.534로, 10개 구단 가운데 4번째로 승률이 높았다. 10월 11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 경기에서 5강 진출의 꿈이 좌절되기는 했으나 첫 단추만 잘 끼웠어도 5위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마운드-안방 문제가 현실로...막지 못했다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 마운드와 안방이었다. '팀 선발 평균자책점 9위'를 기록한 선발진에서는 레일리와 노경은만이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고, 나머지 투수들은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듀브론트도 듀브론트이지만 김원중, 윤성빈, 송승준 등 국내 선발 투수들의 활약이 미미했다.
불펜진에서도 손승락 이외에는 돋보이는 투수가 없었다. 그나마 시즌 초반에는 진명호, 후반에는 오현택과 구승민 등이 필승조를 책임졌지만 선발 투수에서 필승조로 이어지는 과정이 매우 불안했다. 올 시즌 롯데의 팀 블론세이브는 22개로, 넥센 히어로즈(2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팀이었다.
강민호의 이탈로 큰 공백이 예상된 안방은 어린 포수들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나종덕, 나원탁, 안중열, 김사훈 등 자원은 많은데 확실하게 붙박이 주전 포수가 될 만한 포수는 보이지 않았다. 시즌 후반에는 안중열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년 시즌 주전 포수 자리를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또 다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롯데의 포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1.92로 최하위였다. 단순히 수치로만 봤을 때도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강민호가 있을 때보다 무게감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이 매 경기를 통해 드러났다. 내년 시즌 최대 과제로도 역시나 안방이 지적되는 이유다.
가을야구에 도전할 2019 롯데, 단점 보완이 관건
2017년의 롯데보다 2018년의 롯데가 전력 면에서 약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후반기의 롯데는 2017년의 롯데만큼이나 임팩트가 있었다. 나름대로 선수들이 뒷심을 발휘하는 모습이었다. 전력 이탈의 여파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결과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롯데의 스퍼트는 팬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가을야구 티켓을 놓친 롯데의 비시즌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양상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고, 새 외국인 타자와 투수 영입도 끝냈다. 2015년부터 4년간 마운드를 지킨 레일리와의 재계약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내부 FA 노경은과 협상만 잘 마무리된다면 롯데의 스토브리그는 별 탈 없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 |
ⓒ 연합뉴스 |
일각에서는 안방이 약하기 때문에 외부 FA 영입으로 양의지를 노린다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으나 롯데는 처음부터 양의지에 관심이 없었다. 거액을 투자하지 않고, 내부 육성을 통해 기존의 포수들이 경쟁 체제 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길 바라고 있다. 이는 마운드도 마찬가지다. 김건국, 윤성빈을 비롯한 젊은 선발 투수들이 이제는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2년 연속으로 가을야구에 갈 뻔한 롯데의 희망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롯데의 미래가 어둡지는 않다. 단점만 잘 보완한다면 5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다시 한 번, 부산 사직구장에 뜨거운 가을이 찾아올 수 있을까. 롯데의 2019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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