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설에서 은퇴까지, 프로야구 연봉협상의 '부상자들'
▲ 손승락 |
ⓒ 롯데 자이언츠 |
2020년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에서 '마음의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재계약과 연봉 협상과정에서 구단과의 갈등으로 인한 불화설은 물론 은퇴까지 선언하는 사례가 나오며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막연한 온정주의와 몸값 거품을 걷어내고 성과에 걸맞게 평가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과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선수의 입장과 심리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협상 전략이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베테랑 투수 손승락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손승락은 지난해 말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현역 2위인 통산 271세이브에 빛나는 대형 마무리 투수로 2010년대를 호령했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전성기가 지나간 베테랑에게 올겨울 FA시장은 차가웠다. 손승락은 타 구단으로의 마땅한 영입 제안을 받지 못했고, 원소속팀인 롯데와 협상도 지지부진했다. 결국 시간은 해를 넘겼고, 만족할 만한 제안을 받지 못한 손승락은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롯데 구단은 손승락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간의 공로를 인정하여 2020시즌 중 은퇴식을 열어주겠다는 입장이다.
손승락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601경기 45승 49패 271세이브 평균자책점 3.64다. 지난해 53경기 4승 3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3.93으로 부진했지만 2010년부터 9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렸을만큼 꾸준한 모습을 보였고 불펜 자원으로 아직 1~2년은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다소 이른 은퇴가 아쉽다.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베테랑 선수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국내 FA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올해는 손승락이 희생양이 되었다고 평가한다. 반면 다른 쪽에선 지난 시즌 극도의 부진으로 주전 마무리 자리까지 구승민에게 내줬던 상황에서 개인성적이나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FA신청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성(NC)과 구자욱(삼성)도 올겨울 구단과 연봉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성은 지난해 연봉 2억 원에서 20% 삭감된 1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연봉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상태로 미국행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던 김진성은 정작 계약 이후 얼마되지 않아 돌연 귀국했다. 구단과 합의 하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지만 연봉계약을 마치고 난 후 스프링캠프를 이탈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신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김진성은 현재 창원마산야구장에서 2군 선수단과 함께 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구자욱은 아직도 삼성 구단과 연봉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했다. 지난해 연봉 3억을 받았던 구자욱은 삼성 구단의 고과평가에서 삭감 대상자로 분류되어 10% 삭감된 2억7000만 원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욱이 지난 2019시즌(타율 0.267, 15홈런, 71타점) 다소 부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삭감 자체는 이해가 가지만 문제는 형평성이다. 구자욱은 그동안 호성적을 거뒀음에도 구단에 연봉을 백지위임하는 등 많은 양보를 했지만 연봉 인상에는 인색했던 구단이 한 해 부진했다고 일방적인 삭감을 요구하는데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몇 천만 원이라는 액수의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와 구단간의 감정적인 대립으로 골이 깊어질 경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구자욱은 이승엽 이후 삼성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연봉 협상으로 인한 진통이 장기화되면 다음 시즌 준비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일부 삼성팬들은 구자욱이 훗날 FA 자격을 얻어서 팀을 떠나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지난 FA 이적시장에서 기아를 떠나 롯데 유니폼을 입은 안치홍이 대표적인 사례다. 안치홍은 기아의 프랜차이즈 내야수로 당초 FA자격을 얻어도 팀에 잔류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구단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나 정작 협상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실망한 안치홍은 롯데행으로 눈을 돌렸다. 기아 구단은 안치홍을 놓친 뒤 팬들의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야했고 협상전략을 바꿔 또다른 FA 내야수 김선빈을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간신히 잡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구단마다 나름의 고과 기준과 원칙이 있고 모든 선수를 일일이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협상에 임하는 전략적 태도는 또다른 문제다. 선수는 기계가 아니라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에 동기부여와 충성심이 주는 정신적 가치는 어떤 데이터로도 환산할 수 없다. 선수를 만족시킬 만한 대우를 해주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감정까지 상하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최근 KBO리그가 몸값 거품을 빼야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 구단에 유리한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납득할 만한 기준과 일관성이 없다면 구자욱의 사례처럼 오히려 부작용만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선수는 선수대로 연봉협상과는 별개로 프로다운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계약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팀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선수와 구단 모두 소탐대실하지 않도록 상생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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