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퇴직금 털어 '지옥'을 다녀온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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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퇴직금 털어 '지옥'을 다녀온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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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걸이 지난달 14일 사우디아라비아 다카르랠리 사막 구간을 질주하고 있다. 정주영 RYU27 감독 겸 사진작가 제공류명걸이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허스크바나 일산점에서 다카르랠리 완주 메달과 등 번호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정신 차려라” 부모님 만류 뿌리치고

한국인 최초 모터바이크 타고 ‘다카르랠리’ 완주한 류명걸

바이크 타고 시골길 달리던 청년

고교·대학시절 정비 배우고 익혀

2018년 10년 다녔던 직장 사표

“돈 아닌 꿈에 도전하고 싶었다”

접수비 4000만 원 내고 출전

새벽 기상 12일간 7800㎞ 질주

52시간40분 亞 역대 최고 기록

158명중 96명 완주… 1명 사망

“완주하니 전역한 것처럼 얼떨떨”

다카르랠리는 죽음의 레이스에 비유된다. 자동차, 모터바이크로 사막, 계곡, 산길 등 인간의 손길을 거부한 순수 자연을 달리는 이벤트. 1978년 출범한 다카르랠리에서 지금까지 7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난달 5일부터 17일까지 75%가 사막 지대인 사우디아라비아 7800㎞를 12개 구간으로 나눠서 달렸고, 2015년 모터바이크 준우승자인 파울로 곤칼배스(포르투갈)가 레이스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2017년 모터바이크 우승자 샘 선덜랜드(영국)는 사고로 척추가 부러졌다.

모터바이크는 자칫 한눈팔다간, 집중력을 잃다간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한국인 최초로 올해 다카르랠리 모터바이크에 출전, 완주한 류명걸(38)은 “다카르랠리에선 베테랑조차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선수들의 사고가 남 일 같지 않았다”면서 “앞서 질주하던 선수가 허벅지 골절상으로 쓰러져 구조를 요청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류명걸은 “죽음을 두려워해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올해 다카르랠리에 참가했다”면서 “고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운이 좋게, 또 슬기롭게 헤쳐나왔다”고 덧붙였다.

다카르랠리는 지난달 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출발했고 11일 리야드에서 하루 휴식한 뒤 17일 키디야로 들어왔다. 모터바이크, 사륜 모터바이크, 승용차, 트럭, 다목적 오프로드 자동차 등 5개 부문에 60개국 342개 팀이 출전했다. 모터바이크 부문에는 158명이 참가했지만 96명이 완주했다. 류명걸은 52시간 40분 26초로 40위에 올랐다. 역대 아시아인 최고 기록이자 성적.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허스크바나 일산점에서 만난 류명걸은 “이번이 첫 도전이었기에 완주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해냈다”면서 “군에서 막 전역한 것처럼 얼떨떨하고, 완주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명걸의 모터바이크 경력은 20년. 충남 청양군 출신인 류명걸에게 모터바이크는 시골길을 누빌 수 있는 효율적인 교통수단이었다. 모터바이크에 매료된 류명걸은 고교 2학년 시절 충남 논산시의 모터바이크 대리점에서 일했고, 군 전역 후에는 신성대 자동차학과에서 정비기술을 전문적으로 익혔다. 그리고 2003년 모터바이크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류명걸은 2017년과 2019년 몽골랠리, 2018년 바하랠리에서 우승하며 아시아 1인자로 이름을 알렸지만 부모는 계속 반대했다. 특히 이번 다카르랠리 출전은 극구 만류했다. 그의 부모는 아직 아들의 레이싱을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 류명걸은 “다카르랠리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닌 데다가 위험하다 보니 부모님께선 ‘제발 정신 차리자’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면서 “정말 다치기라도 하면 부모님 얼굴을 뵐 면목이 없다고 생각해 훈련에 더욱 집중하고 몰두했다”고 말했다.

한 번 얼떨결에 크게 다친 적이 있다. 2016년 몽골랠리에서 레이스를 마치고, 연회장으로 이동하다 앞선 차량이 급정거하는 바람에 왼팔이 부러졌다. 전치 6주 진단. 류명걸은 “잠깐 긴장을 늦추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다카르랠리에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마음가짐을 유지했기에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류명걸은 지난 2년간 다카르랠리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경기 포천시의 모터바이크 훈련장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수영과 달리기, 사이클 등으로 기초체력을 다졌고, 필라테스로 유연성을 길렀다. 류명걸은 2018년 2월, 10년간 다녔던 모터바이크 사업장에 사표를 제출했다. 다카르랠리에 ‘올인’하기 위해서. 류명걸은 “직장 생활, 돈에 얽매이는 삶은 너무 버거웠다”면서 “돈이 아닌 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모든 것을 다카르랠리에 걸었다”고 설명했다.

다카르랠리에서 류명걸은 새벽 3시에 일어나 10시간씩 600∼700㎞를 달렸다. 베테랑 정비공이기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모터바이크를 세우고 직접 점검했다. 다카르랠리를 완주하면서 지출한 타이어 비용은 1200만 원에 달한다. 다카르랠리엔 특수 제작된 장비가 생명수나 다름없다. 다카르랠리 전용 모터바이크는 대당 최소 4500만 원이 넘는다. 류명걸은 클림치브 레이싱에서 모터바이크를 빌렸다. 모터바이크 제조사들이 다카르랠리용 모터바이크를 개인에게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기량은 450㏄. 모터바이크 앞뒤엔 GPS가 하나씩 설치됐다.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헬리콥터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위성 전화도 있다. 구조 요청이 접수되면 마취 전문의가 탑승한 구조 헬기가 10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한다. 헬기가 신속하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출전자들은 섬광탄을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운전석 옆에 생수 4L와 구급상자, 정비용품이 달려 있다. 류명걸은 다카르랠리에선 3D 프린터로 특수 제작한 헬멧을 착용했다.

류명걸은 다카르랠리를 위해 3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 접수비만 4000만 원에 이른다. 류명걸은 소속팀 RYU27의 정주영 감독과 자금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했다. ‘처갓집양념치킨’이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고, 류명걸은 전세자금과 퇴직금을 모두 쏟아부었다. 지난해 10월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열린 출정식에선 기념 티셔츠 500장을 모터바이크 업계 종사자와 팬들에게 판매했다. 정 감독의 본업은 사진작가. 두 사람은 기금 마련을 위한 사진 전시회도 열었다.

류명걸의 여자친구 역시 모터바이크 마니아. 다카르랠리 마지막 날 여자친구는 류명걸의 완주를 직접 보기 위해 마지막 구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키디야로 날아왔다. 류명걸은 다카르랠리를 마치고 프러포즈했고, 오는 3월 웨딩마치를 울린다. 류명걸은 “다카르랠리 완주 과정을 담은 책을 펴내고, 사진 전시회 개최도 준비할 계획”이라면서 “다카르랠리가 아니라 도로가 잘 정비된 곳, 그러니까 국내라면 교통법규를 잘 지키고 다른 운전자들을 배려한다면 바이크는 매력적인 교통수단”이라고 말했다.

고양 =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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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행복의문 2020.02.04 19:21  
류명걸 님~ 놀라운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카지노커뮤니티

축하합니다. 6 럭키포인트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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