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이 위축돼 있다“ 두산, 치명적인 4번타자와 외인의 부재

두산 베어스답지 않은 야구를 하고 있다.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은 SK 와이번스와의 시리즈에서 2승3패 벼랑 끝에 몰려있다. 12일 홈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6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정규 시즌-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했던 두산은 2016년 이후 2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지만, 올해 가을은 확실히 예전과 다르다.

특히 타자들이 공격에서는 움츠려있고, 수비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실수가 연달아 나오고 있다. 4차전 정수빈의 역전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승리하면서 2승2패를 만들었기 때문에 팀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고 봤지만, 이튿날(10일) 열린 5차전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9회초 더블 플레이를 포함해 병살성 타구가 4번이나 나왔고, 2개의 실책이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득점은 3회초 정진호의 솔로 홈런이 유일했다. 

4년째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는 두산 김태형 감독은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위축돼 있다“고 진단했다. 김 감독은 “다들 자신감이 없다. 지금까지 잘 안맞다보니 정규 시즌 같으면 반드시 방망이가 나갔어야 하는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공에 선뜻 스윙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타이밍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수빈이나 최주환 양의지 허경민 등 상위 타순 타자들은 꾸준히 감을 유지하거나, 살아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김재호 오재원 오재일 등 베테랑 타자들과 박건우의 부진은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이런 팀 분위기에는 4번타자 김재환의 부재도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 3차전을 앞두고 훈련 도중 오른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 그는 3,4차전에 이어 5차전도 출전하지 못했다. 홈런왕 김재환이 4번 타순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다. 지금처럼 나머지 타자들의 방망이가 잘 안맞을 때는 4번타자가 주는 위압감이 필요하다. 4번 타자로 대신 나선 최주환과 양의지가 분전하고 있어도 홈런왕의 빈 자리는 크게 느껴진다. 옆구리 통증이 초반보다 많이 좋아진 김재환은 어떻게든 경기를 뛰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김재환이 절실한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무리할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통증이 남아있다면 스윙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없고, 자칫 더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면 그로 인한 데미지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일단 11일 휴식을 취하고 홈에서 열리는 6,7차전을 대비해 김재환의 몸 상태를 꾸준히 체크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뜬금없는 상황에서의 부상이라 더욱 안타깝다. 이번 한국시리즈 최대 변수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외국인 타자의 부재도 새삼 느껴진다. 정규 시즌에서는 다른 선수들이 워낙 잘하고, 야수층이 탄탄한 팀이다보니 빈자리를 느낄 새가 없었다. 하지만 상대팀도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치는 단기전에서는 확실히 조커 카드가 필요하다. SK는 김동엽이나 최 항, 박정권 등 번갈아 펀치력 있는 대타 자원들을 선발과 교체로 번갈아 기용할 수 있다. 그러나 두산은 사실상 베스트9이 최선이다. 대수비, 대주자 자원은 있지만 대타 자원이 부족한 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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