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태훈 "제가 자초한 무사 만루, 직접 처리해야죠"

김태훈(28)이 마운드를 지킬 때는 약점이 사라진다.

플레이오프(PO)에서 평균자책점 0(4경기 3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했던 김태훈은 한국시리즈(KS) 데뷔전도 화려하게 치렀다.

KS 2차전이 열리는 5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태훈은 전날(4일) 기억을 떠올리며 "운이 좋았다"고 웃었다.

김태훈은 4일 KS 1차전에서 팀이 5-3으로 앞선 7회말 등판해 2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과정은 힘겨웠다. 김태훈은 7회말 두산 베어스 첫 타자 김재환에게 3루수 앞 내야안타를 내줬다. 이어 양의지에게도 좌전 안타를 내주고, 최주환과 풀 카운트(3볼-2스트라이크)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해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김태훈은 "최주환 선배와의 승부가 정말 어려웠다. 마지막 공은 볼넷을 감수하고 유인구를 던졌다"고 고백했다.

최주환은 김태훈의 유인구를 잘 참았다.

무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 김태훈은 "내가 자초한 위기니까,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공을 잡았다.

김태훈은 오재일을 삼진으로 처리하더니, 김재호를 2루수 옆 병살타로 요리하며 7회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김태훈은 "우승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8회에는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막았다.

올해 포스트시즌 5경기 5⅓이닝 무실점 행진이다.

김태훈은 "나도 놀랍다. 내가 아닌 것 같다"고 씩 웃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올해 정규시즌 SK의 불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페넌트레이스 61경기에 나서 94이닝을 던지며 9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올렸다.

SK 팬들이 "김태훈을 아껴야 한다"고 우려할 만큼, 김태훈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SK 불펜에 힘을 실었다.

김태훈은 "PO 때 잠시 구속이 떨어져서 걱정했지만, KS 1차전에서는 다시 구속이 올라왔다"며 "체력적인 부담은 전혀 없다. KS가 끝나고 난 뒤에 푹 쉬면 된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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