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이후 압도적 우승' 유영, 세계 상위권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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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이후 압도적 우승' 유영, 세계 상위권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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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30, 은퇴)가 빙판을 떠난 뒤 '포스트 김연아'란 명칭은 늘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뜨거운 주제가 됐습니다. 김해진(23, 은퇴)과 박소연(23, 은퇴)이 김연아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출전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김연아의 영향을 받은 어린 유망주들이 등장했습니다.

2016년 1월, 유영(16, 과천중)은 만 11살의 나이에 국내 최고 권위 대회인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한 살 위인 임은수(17, 신현고)가 3위, 김예림(17, 수리고)이 4위에 오르며 새로운 포스트 김연아 경쟁이 시작됐죠.

이들은 각종 국내 대회에서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그러나 유영은 종합선수권대회에서 4번이나 우승하며 한국 여자 싱글의 간판이 됐습니다. 특히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을 뛰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고난도 점프를 갖춘 유영은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했습니다. 5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제74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유영은 총점 220.2점으로 우승했습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가 인정한 유영의 개인 총점 최고 점수는 217.49점(2019년 시니어 그랑프리 스케이트 캐나다)입니다. 자신이 출전한 모든 대회를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죠. 그러나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받은 점수는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유영의 최고 점수는 여전히 217.49점이지만 220점을 넘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대회 여자 싱글 역대 최고 점수는 김연아가 2014년 기록한 227.86점입니다. 유영은 김연아 다음으로 종합선수권대회에서 220점을 돌파했습니다. 또한 이 대회 여자 싱글 역대 최다 우승자인 김연아(6회) 다음으로 많이 우승한 선수가 됐습니다.

유영은 현재 지도자이자 ISU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인 변성진(1986~1989 우승)과 더불어 4회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국내 대회의 성적만 본다면 점점 김연아의 위상에 접근한다고 볼 수 있죠. 아직 만 15살인 유영의 어린 나이를 생각할 때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역대 최다 우승자가 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제 대회입니다. 유영이 국내 대회에서 이룩한 성적이 더 힘을 얻으려면 국제 대회의 성과가 뒤따라야 합니다.

트리플 악셀 갖추며 상위권 경쟁력 갖춰

유영은 3년 전부터 트리플 악셀은 물론 쿼드러플(4회전) 살코 등 고난도 점프를 연습했습니다. 2016년 12월에 열린 꿈나무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 쿼드러플 살코를 시도했습니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한국 여자 싱글 선수로는 처음으로 4회전 점프를 시도한 데 의의를 뒀습니다.

많은 대회에 출전하며 유영은 트리플 악셀과 쿼드러플 점프를 잠시 봉인했습니다. 그러나 하마다 미에(일본) 코치를 만나면서 '안정'보다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하마다 코치는 이번 대회에 유영과 동행했습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을 깨끗하게 뛴 뒤 유영은 하마다 코치와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기술 구성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 유영은 2위 이해인(15, 한강중, 204.56점)을 15.64점 차로 제쳤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유영이 보여준 퍼포먼스와 기술의 완성도 그리고 다른 선수와 점수 차는 김연아 이후 가장 압도적이었습니다.

경기를 마친 유영은 "(트리플 악셀에서 실수했지만) 거의 클린 경기로 마쳐서 기분이 좋다. 나머지 점프를 급하지 않게 잘 마무리해서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유영은 스케이트 캐나다 이후 스케이트 날 문제로 트리플 악셀을 제대로 뛰지 못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온 그는 공식 대회에서 두 번째로 트리플 악셀을 가뿐하게 뛰었습니다.

현역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트리플 악셀을 공식 대회에서 인정 받은 이는 유영은 포함해 6명입니다. 4회전 점프를 뛰는 선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죠.

유영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5) 선수를 비롯한 러시아 선수들이 고난도 점프를 뛰는 것을 봤다. 이제는 여자 선수들도 고난도 점프를 뛰지 않으면 상위권 진입이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며 자극을 받았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유영의 도전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과제도 얻었죠. 남자 싱글 못지않게 '점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여자 싱글에서 유영은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4회전 점프에 대한 도전과 세계 상위권 진입의 가능성

유영은 트리플 악셀 성공률을 한층 높이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그는 "스케이트 캐나다가 열리기 전에는 트리플 악셀이 매우 좋았다. 그때는 (완성도와 성공률이) 80%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스케이트 날 문제로 많이 연습하지 못해 몇 퍼센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50%는 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영의 '점프 업그레이드' 계획은 명확합니다. 트리플 악셀 완성도와 성공률을 높인 뒤 다음 시즌 4회전 점프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하마다 코치를 만난 유영은 4회전 점프에 대한 논의를 나눴습니다. 4회전 점프를 하나 정도 추가하는데 쿼드러플 러츠를 시도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쿼드러플 러츠는 모든 스케이터들에게 '꿈의 점프'로 불립니다. 남자 선수들조차 힘겨워하는 점프인데 현재 러시아의 어린 선수인 안나 쉐르바코바(15)와 트루소바가 이 기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도전해온 쿼드러플 살코도 유영이 도전할 점프 목록에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살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지만 시즌이 끝난 뒤 연습 결과에 따라 유영이 시도할 4회전 점프가 결정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에서는 알레나 코스토르나야(16, 러시아)가 우승했습니다. 새로운 규정 도입 이후 그는 여자 싱글 역대 최고 점수인 247.59점을 받으며 우승했죠.

코스토르나야는 아직 4회전 점프를 본격적으로 뛰지 않습니다. 그러나 질이 뛰어난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세계 기록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고난도 점프에 대한 과제는 유영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이번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이해인은 "국제 대회에서 3위 안에 진입하려면 쿼드러플 점프나 트리플 악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부족한 점도 많고 현재 하고 있는 것을 잘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이 점은 선생님과 잘 얘기해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3위에 오른 김예림은 "러시아 선수들을 비롯한 많은 선수가 고난도 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대회가 많아서 부상 위험도 있다. 시즌이 끝나면 고난도 점프에 대해서 고민하고 시도해볼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에이스가 된 키히라 리카(16)도 4회전 점프를 시도하겠다는 도전 의지를 공개했습니다. 어느덧 고난도 점프에 필수 요소가 된 여자 싱글에서 유영은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4회전 점프와 트리플 악셀 등 고난도 점프에 대한 도전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가시밭길 같은 이 훈련과정을 어떻게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또한 큰 부상을 피하는 것도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유영은 이번 대회에서 여러모로 큰 의미를 남겼습니다. 어느덧 그는 국내 무대에서 김연아 이후 가장 압도적인 선수가 됐습니다. 다음 달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ISU 4대륙선수권대회와 3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막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유영은 또 다른 가능성에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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