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올림픽 진출 '인기 폭풍'.. 더 눈총 받는 '아시아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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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올림픽 진출 '인기 폭풍'.. 더 눈총 받는 '아시아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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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프로구단들 '연봉 깎기' 집착.. 대표팀 피땀 흘려 만든 큰 기회, 또 허비하나

[오마이뉴스 김영국 기자]

▲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경기 모습
ⓒ 박진철 기자
 
여자배구가 도쿄 올림픽 티켓의 훈풍을 타고 더욱 비상하고 있다. 여자배구 대표팀이 지난 7~12일 태국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에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면서 인기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지난달 발표한 '2019-2020시즌 V리그 전반기(1~3라운드) 시청률-관중수' 자료에 따르면, 여자배구의 전반기 경기당 평균 관중은 2302명이었다. 지난 시즌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3라운드만 놓고 보면, 3% 정도 감소 추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이 끝난 직후인 14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 동안, 여자배구 5경기의 평균관중은 3062명으로 폭증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경기에 출전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관중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16일 목요일 GS칼텍스-현대건설 경기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은 만원 관중을 초과한 4156명이 몰렸다. '평일 경기'가 완전 매진된 건, GS칼텍스 구단이 장충체육관으로 돌아 온 2015년 1월 재개장 경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어진 18일 김천 실내체육관의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 경기는 4004명이 몰렸다. 19일 IBK기업은행-현대건설 경기는 최하위 팀의 홈구장이었음에도 3771명이 입장했다. V리그 여자배구 경기에서 3경기 연속 4000여 명의 구름 관중이 몰려든 경우는 최근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TV 시청률도 경기당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이 '대박' 기준인 1%를 넘어섰다. 그러면서 올 시즌 여자배구는 V리그 출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인 KBS 1TV는 지난 17일 "오는 2월 1일 여자배구 흥국생명-KGC인삼공사 경기를 생중계한다"고 발표했다. V리그의 지상파 생중계는 올 시즌 여자배구만 2번째로 실시한다.

올림픽 티켓 훈풍... 귀국 장면 TV 생중계, V리그 관중 '폭증'

인기 훈풍은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 배구의 최대 염원이었던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에 성공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간절함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내 부상 상태가 어떻든, 반드시 올림픽 티켓을 따겠다"며 투혼을 불살랐다. 그리고 우승 직후 모두가 끌어안고 폭풍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국민과 언론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12일 MBN에서 방송된 한국-태국 결승전 생중계 시청률은 5.4%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 13일 여자배구 대표팀이 금의환향한 인천국제공항은 언론사 취재진과 환영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 뉴스 전문 TV는 보도하던 뉴스를 중간에 끊고, 여자배구 대표팀의 공항 귀국 장면과 김연경 선수 인터뷰를 현장에서 생중계하기도 했다. 여자배구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남자축구, 야구 국가대표팀과 함께 흥행 보증수표로서 위상을 확실하게 입증한 셈이다.

더 중요한 대목이 있다. 지금의 관심과 인기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오는 7~8월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배구에 대한 국민과 방송·언론매체의 관심은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 올림픽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김연경 등 황금 세대뿐만 아니라 V리그에서 인기가 높은 선수들도 '대중 스타'로 올라서는 장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 티켓 획득 여부는 한국 여자배구에게 중대한 분수령이었다. 

결국 프로 리그가 대중적 인기를 끌어올리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 확대가 아니라 국내 선수들 중에서 대중 스타가 끊기지 않고 계속 나와야 한다는 점, 아울러 대중의 관심과 인지도를 높이고 대중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는 국제대회 선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물 들어왔는데, 노는 안 젓고... '아시아쿼터 찬물' 끼얹을까
 
▲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 이후 '여자배구 열기'.... 2019-2020 V리그 서울 장충체육관 '만원 초과' 관중 (2020.1.16)
ⓒ 박진철 기자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인기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더욱 높여주고, 신생팀 창단, 2군 리그 도입 등 프로 리그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여자배구 6구단 체제는 만약 인기가 다시 하락한다면 매우 허약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 인색한 프로구단이 '팀 해체' 운운하며 특혜를 요구하는 악순환이 재발할 수도 있다. 과거에 그런 사례들이 있었다.

문제는 이 좋은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논란거리가 현재 프로배구계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프로구단의 '단장'들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쿼터제 도입 시도다. 아시아쿼터제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외국인 선수를 현행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각 팀마다 주전급 국내 선수 1명은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선수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

프로구단들이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려는 핵심 목적은 외국인 선수를 늘려서 국내 선수 연봉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프로구단들은 국내 대어급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연봉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아시아쿼터제로 주전급 선수의 공급을 늘려서 국내 핵심 선수들의 존재감을 떨어뜨리고, 이를 압박 수단으로 사용해 연봉을 낮추겠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일부 구단 관계자는 "솔직히 연봉 문제가 이유의 전부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시아쿼터제에 우려의 목소리가 큰 이유는 한국 배구를 전반적으로 위축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가 프로에서 뛸 자리가 줄어들고 연봉도 떨어진다는 사실은 프로 팀 비주전 선수들의 고사와 은퇴, 어린 유망주들의 '배구 종목 외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국내 스타의 명맥도 끊어지게 된다. 이는 한국 프로 리그 현실에서 팬들의 외면을 자초하는 치명타다.

아시아쿼터제가 국제대회 경쟁력을 더 추락시킨다는 지적도 심각한 대목이다. 현행 외국인 선수 1명 출전 제도 속에서도 국내 라이트 공격수의 도태 현상이 빚어져 배구 대표팀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많다.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면 다른 포지션도 똑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V리그가 다른 아시아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기량을 향상시키는 신흥 무대가 되고, 반대로 국내 선수는 도태 현상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 한국 배구가 아시아권 국제대회에서조차 고전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여자배구 특급 인기... 그 속에 '정답' 다 있다

아시아쿼제 논란의 정답은 이미 여자배구의 '특급 인기'가 넘치도록 증명해주고 있다. 여자배구도 불과 몇 년 전까지 대중과 방송사로부터 '찬밥 신세'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2 여자배구 런던 올림픽 세계예선전'은 국내 방송사가 아예 중계조차 하지 않았다. V리그에서도 여자배구는 남자배구 경기 앞에 하는 보너스 게임 정도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두 번의 올림픽 출전은 여자배구 인기 반전의 '최고 촉진제'가 됐고, 지금은 V리그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주전 멤버로 활약했던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김희진, 김해란 등 '황금 세대'가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뒤를 이어갈 이재영, 이다영, 박정아, 강소휘 등 신흥 스타들이 성공적으로 안착을 하면서 상승세가 더 두드러졌다. 또한 고교생 신인들이 프로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대중들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신진 스타가 속출한 것도 인기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관련 기사 :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 그들은 '위대한 명품'이었다).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은 지금도 세계적 명장인 라바리니 감독의 지도 아래 기량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까지 치르고 나면, 중국을 제외하고 다른 아시아권 선수들과 기량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 고참인 한송이(36세) 선수는 17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실 개인적인 궁금증이 있었다. 라바리니 감독님이 대표팀을 이끈 후 선수들이 대표팀에만 다녀오면 한 뼘씩 성장해 있는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라며 "직접 경험해 보니 선수들이 왜 성장하게 됐는지를 깨닫게 됐다. 체력적인 부담은 있지만 선수들 기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지도법을 갖고 계셨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명이 넘는 대표팀 구성원들이 오직 감독님만을 믿고 따르며 한 마음으로 움직이는 과정은 전율이 일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여자배구 아시아쿼터제가 대어급 선수의 연봉 인하 효과는 없고, 인기 있는 중간급 선수들이 비슷한 비용의 아시아 선수 영입으로 코트에서 사라지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이유이다. 중국 대표팀 선수들은 국가가 통제하기 때문에 아시아쿼터로 영입하기도 쉽지 않다.

프로농구, 외국인 축소-관중 증가... '근본적 문제'에 집중해야

남자배구의 경우도 처방전이 다르지 않다. 최근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배경도 엄밀히 따지면, 국제대회의 연속된 부진이 가장 영향이 크다. 세계 배구 흐름인 장신화, 스피드 배구, 강서브로 탈바꿈하는 걸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대표팀을 운영하는 배구협회와 대표팀 감독, V리그의 외국인 몰빵 배구에 안주해 온 프로구단들의 공동 책임이다. 그런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획기적 개선 노력 없이, 외국인 선수만 확대할 경우 프로농구의 사례에서 보듯 장기 침체의 경로를 갈 가능성를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프로농구는 올 시즌부터 남녀 모두 '국내 선수 비중 강화'를 이유로 외국인 선수 제도를 '1명 출전'으로 축소해 버렸다. 여자 프로농구는 2018-2019시즌부터 외국인 보유 수마저 1명으로 축소했다. 이후 결과는 긍정적이다. 남녀 프로농구 모두 올 시즌 상반기 관중이 지난 시즌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팬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프로구단들의 아시아쿼터제 도입 시도에 선수, 학교 배구 등 배구계는 당연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프로배구의 주인인 배구팬들조차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는 점이다. 또한 모든 프로구단들이 다 아시아쿼터제를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몇몇 여자배구 프로구단은 앞서 제기된 우려의 목소리들과 똑같은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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