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일본만 만나면 펄펄…이승우의 당돌한 자신감, 한국 축구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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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 2014년 9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16세 이하(U-16) 아시아챔피언십 8강전을 앞두고 체격이 작은 한 선수는 당돌한 인터뷰를 했다.
그는 경기 전망을 묻는 말에 "일본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반응은 엇갈렸다. 한편에선 자신감 있는 표현이 보기 좋다고 했고, 다른 한편에선 어린 선수가 건방지다며 비판했다.
그 선수는 여론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의 말을 경기에서 입증했다. 일본전에서 자신의 말처럼 엄청난 골을 터뜨렸다.
하프라인부터 약 60m를 거침없이 드리블해 수비수와 골키퍼를 제치며 통쾌한 골을 기록했다.
이 선수는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한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였다.
이승우는 성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하지만 주눅이 들지 않았다.
일부에선 '건방지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차고 넘치는 자신감을 그라운드에서 뿜어냈다.
덩치가 큰 선수가 많은 이탈리아 프로축구에서도 거친 몸싸움을 마다치 않으며 자기 색깔을 충분히 보여줬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일본과 결승에서 위기를 겪었다.
문전을 완전히 틀어막은 일본의 수비벽을 쉽게 뚫지 못하고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표팀은 초조해졌다. 선발 출전한 황희찬(함부르크)은 땅을 주먹으로 치기도 했다.
후반 12분 그라운드를 밟은 이승우의 표정은 미묘했다. '뭔가 보여주겠다'라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팀 분위기는 가라앉았지만, 이승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4년 전 방콕에서 일본을 상대로 원더골을 터뜨렸던 것처럼, 이승우는 이날 엄청난 골을 만들었다.
답답한 경기가 계속되던 연장 전반 3분, 손흥민(토트넘)이 왼쪽 측면에서 돌파하다 흐른 공을 직접 왼발 슈팅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이승우는 골을 넣은 뒤에도 특유의 능청스러운 행동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최용수 해설위원이 선보였던 광고판 세리머니를 따라 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경기를 즐기며 자신의 플레이를 뿜어냈던 이승우의 활약으로 한국은 2-1로 승리, 아시안게임 2연패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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