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한국시각), 대한민국과 일본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이 펼쳐진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

0-0으로 팽팽하던 연장 전반 3분. 대한민국 이승우의 통쾌한 슛이 터졌다. 4년 전, 16세 이하 챔피언십 8강에서 일명 60m 드리블로 일본을 격파했던 이승우가 이번에도 또 한 번 승리에 앞장선 것이다.

이승우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광고판을 밟고 올라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 카자흐스탄과의 1차전에서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이 펼친 세리머니였다. 비록 최 감독은 광고판에 오르려다 넘어진 기억이 있지만, 이승우의 골 세리머니 덕분에 국민은 즐거운 추억을 떠올렸다.

특히 최 전 감독은 20년 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상대로 2골을 폭발, 일본 킬러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뉴 일본 킬러 이승우가 원조 일본 킬러 최용수 감독을 기억에서 소환한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승우는 광고판에서 내려온 뒤 벤치에 있던 이민성 코치에게 달려갔다. 이민성 코치는 1998년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경기에서 후반 41분 짜릿한 결승골을 꽂아 넣은 도쿄대첩 주인공이다. 이승우는 일본을 무너뜨렸던 이민성 코치에게 달려가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날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소환된 레전드는 박지성이었다. 이번에는 황희찬이 기억을 꺼내들었다. 황희찬은 1-0으로 앞서던 연장 전반 10분 결승골을 꽂아 넣은 뒤 산책 세리머니를 했다. 2010년 영원한 캡틴 박지성이 일본과의 친선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일본팬들 앞을 여유 있게 달려갔던 산책 세리머니를 그대로 재연한 것이다. 황희찬은 경기 뒤 “준비했던 세리머니는 따로 있지만, 갑자기 생각이 나서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승우와 황희찬의 연속골을 앞세워 2대1 승리, 두 대회 연속 금빛 피날레를 장식했다. 동시에 두 선수의 오마주 세리머니로 과거 일본전 기분 좋은 추억까지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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