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소국이라고 꿈도 작을까요"…동티모르 첫 수영선수
(자카르타=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동티모르 수영선수 이멜다 펠리시타 시메네스 벨루(20)는 18일(한국시간) 개막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티모르의 스포츠 역사를 새로 쓴다.
시메네스 벨루는 이번 대회 여자 자유형 50m·100m·200m와 접영 50m 등 네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다.
아시안게임 수영 종목에 출전한 동티모르 선수는 아직 없다.
동티모르는 인구 130여만명의 소국이다. 대회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동티모르는 이번에 축구, 육상, 태권도, 가라테 등 13개 종목에서 67명의 선수를 파견한다. 4년 전 인천 대회 32명의 두 배가 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선수단을 꾸렸다. 그래도 수영 종목에는 시메네스 벨루 뿐이다.
동티모르는 1975년 포르투갈의 400년 식민통치가 끝난 뒤 인도네시아에 합병됐다. 이후 끈질긴 투쟁 끝에 2002년 완전히 독립했다. 그러나 스포츠보다는 극심한 빈곤과 사회정치적 불안 등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일이 많다.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후 아시안게임에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아직 한 번도 메달을 만져보지는 못했다.
시메네스 벨루의 이번 대회 목표도 메달이 아니다. 그는 18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메달을 따길 바라지는 않는다"면서 "다들 알듯이 우리는 좋은 수영장도 없고 시설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경험을 쌓아 후배들이 다음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도록 도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시메네스 벨루는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50m 길이의 레인이 아니라 그의 고향 바우카우에 있는 한 호텔 수영장의 25m 풀에서 주로 훈련해왔다.
그는 지난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도 동티모르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했다.
여자 자유형 50m에서는 34초63으로 87명 중 82위에 머물렀고, 자유형 100m에서는 1분19초52로 78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는 당시 싱가포르 언론 스트레이츠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모두가 너무 빨라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난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내가 어린 선수들에게도 가르치는 것처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14세 때 바우카우에서 FINA가 진행한 수영교실에 참가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시메네스 벨루는 2016년부터는 고향에서 12∼13세 어린이 8명의 수영 훈련을 이끌고 있다.
미국의 '수영여제' 케이티 러데키가 우상이라는 그는 "수영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면서 "그것을 조국의 후배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우리가 작은 나라에 산다고 큰 꿈을 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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