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로 이적한 강승호 "LG서 좋은 모습 못 보여드려 죄송"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은 강승호(24)는 트레이드 발표 후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 실감하지 못한 듯한 표정이었다.
1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을 찾은 강승호는 "처음에 소식 듣고 너무 얼떨떨했다"며 "저한테는 이런 일이 안 생길 줄 알았다"고 힘들게 입을 열었다.
강승호가 트레이드를 예감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가 1라운드 지명 선수라서다.
마지막 전면 드래프트였던 2013년 LG로부터 1라운드 3순위로 지명을 받은 강승호는 대형 내야수로 주목을 받았다.
10개 구단이 전부인 KBO리그에선 '부메랑' 우려 때문에 트레이드가 자주 나오지 않는다.
상위 라운드 지명 선수를 보냈을 때 역풍은 더 크게 불어오기 마련이라 구단은 보통 1라운드 혹은 1차 지명 선수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2013년 입단 후 일찌감치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강승호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뛰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타율 0.250에 5홈런, 31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고, 류중일 LG 감독은 그를 주전 2루수 후보로 점찍었다.
그러나 강승호는 올해 32경기에서 타율 0.191에 그쳤고, 2루수 자리는 정주현에게 넘어갔다.
LG는 불펜 보강을 위해 강승호를 내주는 대신 7살 많은 우완 투수 문광은을 받았다.
문광은 역시 2010년 SK로부터 1라운드 8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다.
밖에서 바라본 SK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구단이었다고 말한 강승호는 "유니폼을 입고 운동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1일 강승호와 면담에서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 야구를 즐겨라"고 조언했다.
강승호는 "감독님의 첫 말이 '무조건 즐겨라'였다"며 "그동안 생각해보면 너무 결과에 얽매였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홈런 군단' SK에 합류한 강승호는 힐만 감독에게 많은 홈런을 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그에게 홈런보다 출루에 더 중점을 두라고 당부했다.
강승호는 "저 말고도 홈런 치는 타자가 팀에 많다"며 "감독님 말씀대로 출루에 더 신경 쓰겠다"고 했다.
LG에서 뛰다가 이적한 선수 중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사례는 적지 않다.
2009년 KIA 타이거즈로 이적해 MVP까지 수상한 김상현이 그랬고, 2011년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성장한 박병호도 LG 출신이다.
강승호는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며 '잘 될 거라'고 많이 하더라"면서도 "제 하기 나름이라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LG에서 기회를 많이 받았지만, 좋은 모습 못 보여드려 죄송하다"면서 "SK에서는 LG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잘하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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