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야?' PGA챔피언십에 2명의 '잭 존슨'
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벨러리브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출전 선수 명단에는 2명의 잭 존슨(Zach Johnson)이 있다.
한명은 너무나 유명하다. 2007년 마스터스, 2015년 디오픈을 제패하는 등 PGA투어에서 12승을 올린 바로 그 잭 존슨(42)이다.
또 한명은 이름만 같을 뿐 PGA투어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무명 선수다.
무명 잭 존슨(35)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골프장 클럽 프로로 일하고 있다.
클럽 프로는 골프장에서 회원을 상대로 골프를 가르치는 레슨 프로를 말한다. 레슨뿐 아니라 골프장 운영과 관리, 골프용품 판매까지 도맡는 경우가 많다.
클럽 프로 가운데 상당수는 투어 프로를 꿈꾼다. 그 꿈을 이루는 클럽 프로도 있지만 대다수는 끝내 PGA투어를 밟아보지 못한다.
PGA챔피언십을 주최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는 회원 대다수를 구성하는 클럽 프로들에게 PGA 프로페셔널 챔피언십을 통해 해마다 20명에게 PGA챔피언십 출전권을 준다.
무명 잭 존슨은 클럽 프로 선수권대회 격인 PGA 프로페셔널 챔피언십에서 공동12위를 차지해 PGA챔피언십에 출전했다.
무명 잭 존슨은 워낙 유명한 동명이인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적지 않게 겪었다.
2009년 일터로 배달된 소포가 대표적인 사례다. 수취인 이름이 '잭 존슨'인 이 소포를 보낸 곳은 PGA투어 사무국이었다.
'PGA투어 사무국이 왜 나한테 이런 걸 보냈을까'라면서 뜯어본 소포의 내용물은 그 유명한 선수 잭 존슨에게 가야 할 물건이었다.
당시 커미셔너 팀 핀첨이 잭 존슨의 소니오픈 우승을 축하하는 친필 편지까지 들어있었다.
당연히 클럽 프로 잭 존슨은 유명한 동명이인의 존재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메이저 챔피언 잭 존슨은 동명이인이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실은 몰랐다.
메이저 챔피언 잭 존슨이 동명이인이 PGA챔피언십에 함께 출전하게 됐다는 소식을 알게 된 건 지난 6월이다.
PGA 프로페셔널 챔피언십에 고향 친구인 클럽 프로 숀 매카티가 출전했기에 대회 웹사이트에서 순위표를 찾아보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친구 숀에게 물어보고 같은 이름의 클럽 프로가 출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그는 "참 기묘한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다행히 둘은 중간 이름(middle name)이 달라서 PGA챔피언십 경기위원회는 조 편성이나 리더보드에서는 둘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유명 선수 잭 존슨의 본명은 '재커리 해리슨 존슨'이다.
클럽 프로 잭 존슨은 '재커리 J 존슨'이다. 중간 이름 J는 출생 신고 때 부친이 중간 이름이 마땅히 생각이 나지 않아서 일단 J라고 써넣었던 것이라고 한다.
대회 경기위원회는 클럽 프로 잭 존슨에게 중간 이름 J를 넣어서 또 한명의 잭 존슨과 구별하겠다고 미리 통보했다.
동명이인이 많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선수 이름에 정회원 자격 취득 순서에 따라 아라비아 숫자를 붙여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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