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환의 상트 리포트]위기의 신태용호, 20년전 멕시코에 당한 '개구리 점프' 굴욕을 기억하라
오는 24일 새벽, 정확히는 오전 0시(한국시각)에 한국 축구가 '아즈텍의 후예' 멕시코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충돌합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멕시코와 만나는 건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무려 20년 만입니다.
1998년 6월 13일, 프랑스 리옹 제를랑 스티다움에서 한국과 멕시코가 충돌했습니다. 조별리그 1차전. 신태용호의 막내 이승우(1998년 1월 6일생)가 태어난 지 5개월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당시 차범근호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국민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큰 기대감을 갖고 장도에 올랐지만 첫 상대 멕시코에 1대3으로 완패했습니다. 전반 27분 하석주가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득점 이후 3분 만에 하석주가 백태클로 퇴장 당하면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갔습니다. 수적 열세에 놓였던 한국은 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다 펠라에즈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았습니다. 경기 분위기가 멕시코로 넘어갔고, 후반 30분과 후반 39분 연속으로 금발의 에르난데스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졌습니다. 또 더 굴욕적인 건 블랑코가 우리 선수 둘(이민성과 최성용) 사이에서 '개구리 점프 드리블'로 돌파하는 진기명기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지금도 FIFA(국제축구연맹) TV가 이색적인 장면을 소개할 때 빠트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쩜 한국 축구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굴욕적인 장면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월드컵에서 멕시코에 이어 네덜란드에 0대5 대패를 당했고, 차범근 감독이 중도 경질되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까지 맞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벨기에전에선 투혼을 불살라 1대1 무승부를 거두면서 조별리그를 1무2패로 마감했습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이 20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훈련을 했다.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20/신태용호의 태극전사들에게 20년 전 멕시코전은 선명하게 기억이 나지 않을 겁니다. 신태용호가 당시 차범근호가 처했던 상황과 똑같은 처지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멕시코가 한국 축구사에서 잊지 못할 한 페이지를 안겨준 팀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지금 우리 태극전사들이 처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스웨덴전에 모든 걸 쏟아부었지만 PK골로 0대1 패했습니다. 반면 멕시코는 첫판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1대0으로 잡는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멕시코(15위)는 한국(57위) 보다 FIFA랭킹에서 무려 42계단 앞서 있습니다. 월드컵 본선 16강 단골팀이 바로 멕시코입니다. 멕시코가 독일전에서 보여준 기술과 스피드 그리고 힘은 놀라웠습니다. 조제 무리뉴 맨유 감독은 "멕시코가 독일을 이길만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수비를 우선시하다 유효슈팅을 단 1개도 때리지 못했습니다.
태극전사들은 패배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습니다. PK를 내준 김민우도, 패스 미스로 맹비난을 받았던 장현수도 조금씩 웃음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미드필더 정우영은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누가 뭐래도 자신감을 되살려 멕시코와 끝까지 붙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이승우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신태용호가 멕시코 보다 기본 전력, 개인기, 팀 경기력, 팀 분위기 등등 그 어느 하나 앞서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멕시코에 질 경우 2패로 사실상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됩니다. 태극전사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과 압박 게이지가 자꾸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신태용 감독이 '마법사'가 아닌 이상 멕시코를 무너트릴 비책을 짜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주전 풀백 박주호까지 햄스트링을 다쳐 더이상 뛰지 못합니다.
'공은 둥글다'고 합니다. 그래서 변수가 생길 수 있어, 경기를 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스포츠계의 명언도 있습니다. 또 다른 쪽에선 "그럼 한국이 발에 땀날 때까지 뛸 때 멕시코 선수들은 가만히 서서 놀고 있겠냐"는 냉정한 목소리도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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