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열개라도”…“수요일에 두고 봅시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선장을 발표하는 자리의 시작과 끝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울산 HD 감독(55)을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하면서 우려했던 ‘K리그 현직 감독 빼가기’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이임생 이사는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시즌 중에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울산 구단에 감사드린다. 울산 팬들에게는 소속팀 감독을 시즌 중에 대표팀에 모셨기에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한국 축구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뒤 새 지도자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난맥상을 노출했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를 중심으로 외국인 지도자와 실제 협상 단계까지 밟고도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4월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미국 출신 제시 마시 감독과는 연봉 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임생 이사가 직접 면담에 나섰던 거스 포옛 전 그리스 축구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도 눈높이를 맞출만한 지도자는 아니였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돌고 돌아 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말았다.
대한축구협회가 비판을 받는 대목은 홍 감독의 선임이 지난 2월부터 꾸준히 거론됐던 카드라는 사실이다. 당시에는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을 빼간다는 비판 여론에 외국인 지도자 영입으로 힘이 실렸는데, 결과적으로 시즌 중에 감독을 데려가는 최악의 그림이 나왔다.
올해 K리그1 3연패를 노리고 있는 울산은 우승 경쟁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울산은 8일 현재 승점 39점인 2위로 선두인 김천 상무를 승점 1점차로 추격하고 있다.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는 “협회와 충분히 협의하는 단계를 거쳤다. 우리가 참가하고 있는 모든 대회에서 목표 수정 없이 전부 달성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대책 마련에 힘겨울 수밖에 없다.
이임생 이사도 이 부분에 책임을 절감하고 있기에 홍 감독의 업무 개시 시점에 대해서도 울산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홍 감독이 울산을 계속 이끌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울산이 원하는 계획대로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산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울산 팬들에게도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임생 이사의 사과는 울산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울산 서포터인 ‘처용전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라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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