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8번의 질주와 아쉬움' 김국영 "높고 두껍지만 뚫어야죠"
hihong@yna.co.kr
(자카르타=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국영(27·광주광역시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8번이나 전력 질주했다.
힘겨운 일정을 소화하며 몸도 지쳤지만, 마음이 더 아팠다.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400m 계주 결선이 끝나고 만난 김국영은 "결과가 좋으면 8번이 아니라 80번을 뛰어도 괜찮을 텐데…"라며 "메달 한 개도 얻지 못하고, 높은 벽만 느꼈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100m 기록 보유자(10초07)이자, 남자 단거리를 대표하는 김국영은 많은 기대 속에 아시안게임을 치렀다. 자신도 시상대에 오르는 장면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 종목인 100m 결선에서 10초26으로 8위에 그쳤다. 26일 결선이 끝난 뒤, 김국영은 눈물을 쏟기도 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나선 200m에서는 20초59로 잘 뛰었지만, 3위에 0.04초 뒤진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눈앞에서 개인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놓친 김국영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김국영이 3번 주자로 나선 400m 계주에서 한국은 39초10으로 5위를 했다.
모든 일정을 마친 김국영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그는 "박태경 코치님께서 '네 컨디션을 맞추는 데 내 실수가 있었다'고 말씀하시더라. 경기를 치른 건 나인데, 코치님께서 상심하시는 걸 보고 더 마음이 아팠다"며 "그래서 다시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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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오랫동안 김국영의 성적이 한국 육상 단거리의 성패를 평가하는 기준이었다.
김국영이 꾸준히 기록을 단축한 덕에 한국 육상도 100m 9초대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여기에 김국영의 동갑내기 친구 박태건(27·강원도청)이 33년 만에 200m 한국 기록(20초40)을 바꿔놨다.
하지만 아시아의 벽은 높았다. 아프리카 출신 귀화 선수를 제외해도, 일본과 중국 스프린터들의 실력이 향상했고 양춘한(대만), 라루 무함마드 조흐리(인도네시아) 등 새 얼굴도 등장했다.
김국영은 "남자 100m와 200m 한국기록을 가진 선수들이 현역으로 뛰고 있는데도 아시안게임 단거리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함께 뛰어보니 중국, 일본 선수들은 이미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보고 있었다"며 "우리가 부족했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김국영은 두려움까지 느꼈다. 그는 "솔직히 '버겁다'는 생각도 했다. 아시아의 벽도 높고 두껍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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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쑤빙톈은 9초92의 놀라운 기록으로 100m 우승을 차지했다. 순수 동양인이 거둔 놀라운 성과에 김국영은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김국영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 정말 대단하다.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생긴다"고 했다.
일단 김국영은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김국영은 "포기할 수는 없다. 높고 두꺼운 벽을 뚫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오늘의 쑤빙톈'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나도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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