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탁구 새 역사?' 깜짝 메달은 장하나 이면의 과제는 중하다
한국 탁구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복식 결승 진출을 이룬 임종훈(왼쪽)-장우진. 휴스턴=대한탁구협회
2021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파이널스를 마치고 귀국한 한국 탁구 대표팀. 지난달 30일 미국 휴스턴에서 막을 내린 이번 대회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세계선수권의 성과는 있었다. 남자 복식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역시 최초의 은메달을 수확했다. 장우진(26·국군체육부대)-임종훈(24·KGC인삼공사)이 한국 탁구에 새 역사를 장식했다. 비록 스웨덴의 크리스티안 카를손-마티아스 팔크에 1 대 3으로 졌지만 남자 복식 최고 성적을 냈다.
하지만 나머지 종목에서는 메달이 없었다. 특히 남녀 단식에서는 각각 16강, 8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임종훈이 16강, 여자팀 맏언 니 서효원(34·한국마사회)가 개인 최고 성적인 8강에 올랐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조기 탈락했다.
한국 탁구는 지난 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에서도 메달 1개에 머물렀다. 당시 20살이던 안재현(삼성생명)이 당시 남자 단식 세계 랭킹 4위 16살의 일본 탁구 천재 하리모토 도모카즈를 꺾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동메달을 따냈다. 세계 157위의 안재현의 쾌거와 달리 믿었던 남녀 에이스들은 메달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도 깜짝 은메달이라 할 만하다. 장우진-임종훈은 2018년 코리아오픈과 월드 투어 그랜드파이널스 남자 복식 우승을 차지하긴 했다. 그러나 이후 도쿄올림픽 등 이상수(31·삼성생명)-정영식(29·미래에셋증권)이 대표팀의 남자 복식 간판으로 활약했고, 세계 랭킹도 1위까지 올랐다. 장우진-임종훈의 남자 복식 세계 랭킹은 14위였다.
휴스턴에서 열린 2021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탁구 대표팀 선수단이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탁구계에서는 깜짝 메달도 반갑지만 더 많은 선수들이 8강, 16강 등에 오르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에서 메달을 기대하는 만큼 두터운 선수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년 중국 청두세계선수권은 단체전이다.
한국 탁구의 전설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은 "이번 대회 우리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했고 고생했다"면서도 "그러나 남자 복식 외에 메달이 나오지 않은 것은 살짝 아쉽다"고 결산했다. 이어 "서효원 외에 남녀 단식에서 다른 선수들도 더 나은 성적을 냈다면 내년 세계선수권과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더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라고 짚었다.
현 감독은 1989년 도르트문트 대회에서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과 혼합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1991년 지바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을 이뤄 역사적인 여자 단체전 우승을 이뤘다. 1993년 구텐베르크 대회에서는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바 있다.
국가대표 사령탑 출신 김형석 포스코에너지 감독도 "메달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고르게 상위권에 포진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현실적으로 개인전은 워낙 중국, 일본이 강세라 단체전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팀 전력에 기복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내년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의욕적으로 개인전을 휩쓸 가능성이 높을 만큼 전략적으로 단체전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신유빈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오른 손목 피로 골절 재발로 조기에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대한탁구협회
이를 위해 선수단 관리와 대표팀 선발 등 내년을 위한 플랜을 짜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번 대회에서 기대를 걸었던 여자팀 차세대 에이스 신유빈(17·대한항공)은 오른 손목 피로 골절이 재발해 조기 기권해야 했다.
신유빈은 여자 단식 1회전에서 도쿄올림픽 단체전 동메달리스트 수와이얌 미니(홍콩)를 4 대 0으로 완파했지만 2회전에서 사라 드뉘트(룩셈부르크)에 3 대 4로 분패했다. 이후 훈련에서 통증을 느껴 대회를 조기 마감했다.
이에 따라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와 나서는 여자 복식, 조대성(19·삼성생명)과 호흡을 맞춘 혼합 복식도 기권해야 했다. 사실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 정상에 오른 전지희-신유빈의 여자 복식에도 메달을 기대하고 있었다. 한 탁구인은 "신유빈이 올해 올림픽과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까지 강행군을 해왔다"면서 "그렇다면 관리가 됐어야 했는데 결국 신유빈과 짝을 이룬 복식조는 기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내년에 예정된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등 메이저 대회를 위한 계획도 중요하다. 단체전의 특성상 전략적인 선수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세대 교체와 신구 조화 사이에서 전력의 극대화를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대표팀 단식 최고 성적을 낸 맏언 니 서효원. 대한탁구협회
이번 대회에서 경쟁력을 보인 서효원이나 도쿄올림픽에서 분전한 정영식 등 베테랑들도 어린 선수가 성장하기까지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현 감독은 "당초 서효원은 올해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도 고민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경쟁력을 보인 만큼 대표팀에 아직 필요한 자원일 될 수 있다"면서 "단체전 메달을 위한 키맨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자 단식 세계 22위인 서효원은 16강전에서 홍콩 에이스 두호이켐(13위)을 4 대 1로 제압했다. 두호이켐은 도쿄올림픽 단식 3회전에서 신유빈을 누른 선수다. 서효원은 앞선 32강전에서는 세계 11위 펑톈웨이(싱가포르)도 4 대 3으로 제압했다.
여자팀 에이스 전지희(14위)가 베르나데트 쇠츠(24위·루마니아)에 아쉽게 진 반면 선전을 펼친 셈이다. 현 감독은 "같은 소속팀 선수라서가 아니라 서효원은 국제 대회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복식은 어렵지만 단식이라면 단체전에서 1승을 안겨줄 수 있다"고 짚었다.
물론 서효원이 아시안게임에 나서기 위해서는 내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해야 한다. 이후 태극 마크를 잠시 반납한 정영식 등 2022년 대표 선발전은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다.
선수단과 함께 대회를 치른 대한탁구협회 김택수 전무는 "복식에서 새 역사를 만들었지만 많은 과제를 확인한 대회였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경기력 향상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결산했다.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발견한 세계선수권을 교훈 삼아 한국 탁구가 과연 내년 재도약을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 더욱이 2024년 부산세계선수권대회를 재유치한 만큼 지금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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