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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윔블던 우승해도 랭킹 점수는 ‘0점’…윔블던과 ATP 정면 충돌

보헤미안 0 440 0 0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출전을 금지한 테니스 메이저 대회 윔블던에 대해, 남녀 프로테니스 주관 단체가 대회 랭킹 점수를 부여하지 않기로 맞불을 놔 파장이 주목된다.

남자 프로테니스(ATP)는 21일(한국시각) “앞으로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2022년 윔블던 랭킹 포인트를 삭제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한 윔블던의 결정은 모든 국적의 선수들이 차별받지 않고 대회에 출전할 수 있어야 하는 우리의 근본 원칙을 위배하고, ATP 랭킹 시스템의 권위를 훼손시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 조직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다음 달 말 영국 런던에서 개막하는 윔블던 챔피언십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적 선수들의 출전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국가 대항전이 아닌 개인 스포츠까지 출전을 막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ATP는 물론 여자 프로테니스투어(WTA)에서도 윔블던의 결정에 대응하는 조치를 했다. WTA 역시 이번 윔블던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의 랭킹 포인트를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ATP와 WTA의 이번 결정은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테니스 랭킹 시스템은 1년 내내 출전하는 대회에서 거둔 성적에 따라 랭킹 포인트를 부여하고 이 점수를 기반으로 개인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4대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의 경우 우승하면 2,000점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즉, 이번 결정에 따르면 누가 우승하더라도 2,000점이 아닌 0점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이 방식이 적용되면 현재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우승해 2,000점을 얻었다. ATP 랭킹 시스템은 전년도에 얻은 랭킹 포인트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 없어지는 대신, 새롭게 얻은 점수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조코비치가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랭킹 포인트는 단 한 점도 얻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지난해 획득한 2,000점이 고스란히 날아가 버려 세계 1위를 사실상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반대로 현 세계 2위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는 이 조치로 인해 오히려 윔블던에 출전하지 않아도 세계 1위에 등극할 기회가 열리게 된다. 메드베데프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16강까지 올랐는데, 랭킹 포인트가 불과 180점에 불과해 별로 잃을 것이 없다. 현재 조코비치와 메드베데프의 포인트 차이는 680점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랭킹 포인트가 부여되지 않으면 테니스 최고 전통을 갖고 있는 윔블던은 엄밀히 말해 ‘이벤트 경기’가 되는 셈이다. 테니스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ATP와 WTA는 윔블던에 앞서 영국에서 열리는 잔디 코트 대회의 랭킹 점수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유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영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는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ATP는 윔블던 워밍업 대회로 불리는 퀸스 오픈과 이스트본 오픈에는 정상적인 순위 시스템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대항전이 아닌 개인 종목에서 러시아 국적 선수의 출전이 제한된 건 피겨 스케이팅과 육상 트랙&필드 종목에 이어 테니스 윔블던이 처음이다. 테니스 선수들은 윔블던의 결정에 대해 찬반 논란을 벌이고 있다. 조코비치, 나달과 같은 영향력이 큰 선수들은 윔블던의 러시아 선수 출전 금지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고,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전쟁을 맞아 입대한 세르게이 스타코프스키와 같은 선수는 윔블던의 결정이 옳다고 맞받았다.

윔블던 조직위는 ATP와 WTA의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공식 성명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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