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 새겼다, 유도대표팀 감독 된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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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새겼다, 유도대표팀 감독 된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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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유도의 부흥을 목표로 내세운 김미정 감독이 유도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대한체육회]

여자 유도 레전드 김미정(50)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91년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유도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상 72㎏급)에선 여자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김미정은 지난달 유도 역사를 또 하나 썼다. 여성 지도차 최초로 여자 유도대표팀 감독으로 선임,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다.

여자 유도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조민선(66㎏급) 이후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선 노메달이었다. “침체기에 부담스러운 자리를 맡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지금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내 유도 인생은 어려움을 개척하고 ‘최초’가 되는 것에 익숙하다. 마침 세대교체 시기다. 백지상태의 선수들에게 ‘기술·체력·정신력’을 입혀 메달권으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당면 과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여자 유도는 4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종주국 일본에 완패했다. 여자 5개 체급 결승에서 일본과 맞붙었는데, 1개 체급(정보경 48㎏급)에서만 금메달을 땄다. 김 감독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대표팀 코치로 참가해 전 체급 입상(금3·은1·동3)에 기여한 바 있다.
 

15㎏ 감량 후 복근을 드러낸 보디 프로필. [사진 김미정]

그는 “대회를 앞둔 선수는 조급할 수 있다. 나는 감독이다. 늦게 시작해도 제대로 준비하면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미정은 서울체고에 투포환 선수로 입학했다가 고2 때 뒤늦게 유도로 바꿨다. 그리고 3년 만에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따냈다.

그는 ‘일본 킬러’였다. 1991년 세계선수권과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모두 일본 간판스타 다나베 요코를 꺾고 우승했다. 김미정이 오른손으로 상대 도복 등판을 틀어쥐고 주특기 허벅다리 걸기를 하면 일본 선수도 매트에 뒹굴었다. ‘틀어잡기’는 한국 특유의 변칙 기술이다. 김 감독은 “최근 우리 선수들이 일본만 만나면 위축돼 안타깝다. 내가 선수 땐 ‘틀어잡기’를 가르쳐 달라며 일본에서 초대장을 보냈다. ‘라떼(나 때)’ 자랑으로 생각하겠지만, 난 진심으로 한국 유도의 위상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신개념 ‘합동훈련’을 도입했다. 남자 대표팀 황희태 감독에게 훈련 중 일부 시간을 할애해 여자팀과 겨뤄 달라고 요청했다. 이전엔 없던 훈련이다. 김 감독은 “스피드와 힘이 뛰어난 남자 선수를 상대하면 여자 선수는 주로 방어를 해야 한다. 유도는 방어가 핵심이다. 체력과 기술 흡수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미정 감독

김 감독은 ‘맘언 니’(Mom+언 니) 리더십을 내세운다. 그는 유도 선수 자녀를 뒀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 김병주(공군사관학교 교수) 사이에서 태어난 맏아들 김유철(22)은 올림픽을 꿈꾸는 90㎏급 선수다. 그는 “첫 여성 감독이라는 강점을 살려 선수들과 교감하겠다. 남성 지도자는 챙기지 못하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겠다. 엄마처럼 품고, 언 니처럼 친근하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선수촌 입촌을 앞두고 김 감독은 강도 높은 식단 관리와 훈련으로 선수 못지않은 근육질의 몸을 만들었다. 1년에 걸쳐 무려 15㎏을 감량했다. 복근에 ‘왕’자가 선명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내 건강도 지키면서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직접 몸 관리를 했다. 감독으로 나서는 내 마음가짐”이라며 웃었다. 그는 이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걸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죽을 각오로 하겠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여성 최초의 ‘금메달 감독’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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