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전 골든골, 내 축구인생을 바꾼 한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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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전 골든골, 내 축구인생을 바꾼 한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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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31일. 한국 축구가 4강 신화를 썼던 한·일 월드컵 개막일이다. 2022년 5월 31일은 그로부터 딱 20년이 되는 날이다. 한·일 월드컵 최고 스타였던 안정환(46)을 최근 만나서 20주년을 맞은 소회를 들어봤다. 안정환은 “2002년은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기간이기도 하다. 팬들이 많이 몰려서 바깥에 못 나갈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인기는 대단했다. SK텔레콤이 안정환과 광고 계약을 맺자 당장 경쟁사 KTF가 아내 이혜원 씨를 모델로 기용할 정도였다.
 

히딩크 감독이 이탈리아전 승리 후 안정환, 설기현을 끌어 안고 있다. [중앙포토]


거스 히딩크 한국 대표팀 감독은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활약하던 안정환에게 눈길도 안주며 ‘길들이기’를 했다. 히딩크는 “안정환은 좀 과하게 예쁘고 아름다웠다. 여러모로 호마리우(브라질 스타)를 닮았는데 건드리면 반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정환은 “나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남과 비교되는 걸 싫어한다. 감독님이 자극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방법으로 내 능력을 끄집어냈다. 개인 면담 때 감독님이 ‘이번 대회가 끝나면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는데, 인생이 달라지긴 달라졌다”고 말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바지에 분비물이 묻어 나올 만큼 독하게 훈련했다.

“내 벤츠 부숴놓고 마피아가 살해 협박”

16강 상대는 크리스티안 비에리, 프란체스코 토티, 파올로 말디니 등이 버티고 있는 이탈리아였다. 안정환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포진한 이탈리아를 이길 거라고 생각 못 했다. 그런데 목숨 걸고 뛰니까 되더라. 이게 축구다. 강팀이 약팀을 다 이기고 이변도 없다면 그건 축구가 아니다. 그러니 지구인이 축구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전날 히딩크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이기면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안정환은 “나도 원래 군대에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국민들이 선수들에게 축구를 계속 할 수 있고 나라를 빛낼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했다.

안정환은 이탈리아전 연장전에 헤딩 골든골을 터트려 2-1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 승리로 안정환은 이탈리아 축구 팬의 미움을 받게 됐다. 루치아노 가우치 페루자 회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던 안정환은 “월드컵이 끝난 뒤 아내가 짐을 싸러 이탈리아에 갔는데 누군가 내 벤츠 차량을 다 부숴 놨더라. 현지 신문에는 마피아가 살해 협박을 한다고 나왔다”며 “그 (이탈리아전) 한 골과 내 축구 인생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와 16강전 연장전 헤딩으로 골든골을 터트린 안정환(오른쪽). [중앙포토]


안정환은 2002 월드컵이 끝난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로버스와 계약했다. 지금도 그 사인 용지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페루자가 국제축구연맹에 소유권을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고, 결국 안정환은 페루자에 위약금 380만 달러(당시 35억원)를 물어줘야 했다. 일본 연예기획사가 빚을 갚아주겠다고 했고, 결국 안정환은 일본 J리그 시미즈 유니폼을 입었다.

“박지성(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손흥민(토트넘)보다 먼저 EPL에서 뛸 수도 있었는데 아쉽지 않느냐”고 묻자 안정환은 한참이나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EPL에 갔다면 제 인생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많은 분이 지금까지 ‘2002년에 당신이 있어 행복했다’고 말씀해주세요. 그러면 전 ‘아니다. 여러분이 있어 행복했다’고 말씀드려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국민에게 사랑받았으니 35억원 줬다고 치자’ ‘국민의 사랑과 35억을 퉁치면(맞바꾸면) 된다’라고.”

안정환은 말을 이어갔다.

“전 한국 축구에 떳떳합니다. 한국 축구를 위해 뛰며 얻은 것도 있지만 잃은 것도 많아요. 나라를 위해 뛰다가 잘못되고 어려워졌는데 혼자 해결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죠. 전 한국 축구를 위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습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안정환(오른쪽). [중앙포토]


안정환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스페인 리그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독일 뒤스부르크로 이적했다. 안정환은 “당시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월드컵 준비를 위해 독일로 가는 게 좋겠다’ 고 했다. 연봉도 적었고, 조건도 안 좋았다. 결국 토고전에서 결승골을 넣어 한국의 월드컵 원정 첫 승을 이끌었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안정환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우루과이전에서 출전 기회를 못 잡고 3번째 월드컵을 마감했다. 안정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라이트만 보였다. 2002 이탈리아전, 2006 토고전처럼 ‘내가 뭔가 할 수 있겠다’는 똑같은 느낌이 왔다. ‘하늘이 인생에서 3번 기회를 준다는데 아쉽게 못 잡고 이렇게 끝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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