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배구에 뒤통수 날린 이재영, 심각한 국제적 결례
그리스 여자배구 PAOK 소속의 이재영(25)이 무릎 치료를 위해 지난 12일 돌연 귀국했다. 지난달 17일 현지에 도착한 뒤 채 한 달도 그리스에 머물지 않았다. 단 2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다. 언제 다시 팀에 합류할 지 기약이 없다.
경기 중 다친 것이 아니라 고질적인 부상이다. 이재영은 그리스에 입국할 때부터 컨디션을 100%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무릎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PAOK는 이재영에게 팀에 남아 치료할 것을 권했지만 거절당했다. PAOK는 수술을 이유로 막무가내로 돌아가겠다는 이재영을 하릴없이 떠나보냈다. 이쯤되면 팀은 물론 그리스에 대한 국제적 기만행위다.
PAOK는 한국 V리그 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MVP 출신 이재영을 영입하자 독점 촬영 영상 시청권을 판매하고 이번 시즌 모든 홈경기 유료 시청 패키지를 출시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재영은 빨라야 내년 1월 이후에야 복귀할 수 있다.
이재영이 그리스 PAOK에 입단한 뒤 한 달도 안돼 무릎 수술을 이유로 12일 귀국했다. 지난달 16일 그리스로 출국하는 모습. 사진=MK스포츠 DB이재영은 선명여고 2학년 시절부터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려 왔다. 2013년 국가대표 첫 소집 당시 결장한 이유도 무릎이었다. 2020년 1월에는 연골이 무릎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진단을 받았다.
PAOK 입단을 위해 그리스로 떠나기에 앞서 쌍둥이 동생 이다영의 사생활 문제가 폭로되는 과정에서 이재영 무릎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 메신저 대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이재영이 진단받은 ‘박리성 골연골염’은 상태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1~2단계는 재활치료만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PAOK가 이재영에게 관절경 수술을 권장했다는 것은 최소 3단계 이상이라는 얘기다.
이재영은 8개월 가까이 사실상 무소속 선수였다. 입단 한 달도 되지 않아 무릎이 출전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는 것은 반년 넘게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않았다는 증거다.
PAOK는 이재영 영입 당시 ‘그리스 배구 1부리그 첫 한국인’으로 큰 의미를 부여했다. 축구 등 주요 구기 종목으로 범위를 넓혀도 그리스 최상위 무대에 한국 국가대표 출신이 발을 디딘 것은 처음이다.
선수의 몸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PAOK에 우선 책임이 있지만 이재영 스스로 정상적인 출전이 어려운 것을 알고도 PAOK와 계약하고 선수단에 합류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스 배구계와 배구 팬들에 대한 대단한 결례일 뿐 아니라 법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도 있다. 나아가 한국-그리스 스포츠 교류에도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김대호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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