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쥬스' 여자골프팀 이끈 박세리 "감독 두 번 하니 힘드네요"

(사이타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달콤한 어벤져스, '어벤쥬스'라 불린 한국 여자골프 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골프 '전설' 박세리(44)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세계랭킹 2∼4위 고진영(26), 박인비(33), 김세영(28)과 6위 김효주(26)가 태극마크를 달고 나왔다.

박인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저력도 있다. 박 감독은 리우올림픽 때도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은 모두 메달권에서 멀어진 채로 모든 라운드를 마쳤다.

7일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경기장인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파71·6천648야드)에서 만난 박 감독은 "결과에 욕심은 있었지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고 이번 올림픽을 돌아봤다.

박 감독은 "경기 시즌 중이어서 심란했지만, 선수들이 무탈하게 경기를 마쳐 마음이 놓인다"며 선수들 부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흡족하다"고 했다.

골프는 결국 선수가 스스로 풀어나가야 하는 경기였다는 것을 박 감독은 잘 알고 있었다.

박 감독은 "선수들끼리 많이 의지했다. 금·은·동 메달을 걸고 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계획을 짜거나 선수들을 다독인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매번 최대한 부담감을 덜 주려고 했다"며 "시즌에는 성적에 따른 결과를 받지만, 올림픽은 순위를 따지지 않고 금·은·동 메달만 본다. 그런 압박감이 쉽지 않다"고 선수들이 겪었을 고충을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 감독은 "메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탈하게 마친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열린 올림픽이어서 선수들의 건강과 컨디션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또 일본의 무더운 여름 날씨에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박 감독은 안쓰럽게 지켜봐야 했다.

결과에 아쉬움이 있다면 3라운드에서 스코어를 많이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박 감독은 밝혔다. 그는 "어제는 우리 네 명이 다 이상하게 잘 안 풀려서 아쉽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박인비의 경우 올림픽 2연패를 생각 안 할 수 없었을 거라면서 "언론에서 항상 기사가 나오니 부담감이 꽤 있었을 것이다. 표현하거나 말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욕심은 다 있다"고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하지만 "선수들이 웃으며 연습하는 것이 좋았다. 그런 분위기가 가장 좋았다"며 흐뭇해했다.

3년 뒤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 이야기가 나오자 박 감독은 "감독을 두 번 하니 엄청 힘들더라"라며 "선수들의 상황을 잘 알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까웠다. 매번 머리가 아팠다"며 고충을 살짝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저한테도 좋겠죠"라며 조심스럽게 대표팀 감독 역할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