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맨 조코비치, 어느새 뱃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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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맨 조코비치, 어느새 뱃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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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P 세르비아오픈 결승서 세계 8위 루블레프에게 져 준우승

4월이 끝나가는데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는 올 시즌 우승 트로피가 하나도 없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기계처럼 트로피를 수집하던 그로선 생경한 일이다. 이제 조코비치는 랠리가 길어지면 라켓을 지팡이처럼 짚고 헉헉대고, 숙인 허리 사이론 뱃살이 접힌다. 2022년의 조코비치는 과거와 너무나 다르다.

숨길 수 없는 뱃살 - 노바크 조코비치가 24일(현지 시각)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세르비아 오픈 단식 결승 경기 도중 힘들어하며 허리를 숙이자 접힌 뱃살이 드러난 모습. 왼쪽 사진은 전성기였던 2012년 호주 오픈에서 우승할 당시 조코비치의 상체 모습. 복근이 선명하게 보인다. 조코비치는 올해 초 코로나 백신 접종 거부로 호주 오픈에 출전하지 못한 이후로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조코비치 인스타그램·트위터

조코비치는 24일(현지 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세르비아 오픈 단식 결승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25·러시아·8위)에게 세트스코어 1대2(2-6 7-6<7-4> 0-6)로 졌다. 고향에서 만원 관중의 뜨거운 갈채 속에 트로피를 들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조코비치는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이 대회는 조코비치가 올 시즌 세 번째로 출전한 무대다. 그는 코로나 백신 접종 거부를 고수해 투어 일정을 망쳤고 후원사도 줄줄이 잃었다. 올 초 호주 오픈은 그가 아홉 차례나 우승했던 안방이지만 호주 정부와 송사 끝에 추방되는 수모를 겪었고, 역시 백신 문제로 미국 입국을 못 해 3월 마스터스 대회(인디언웰스·마이애미)를 놓쳤다. 코트 밖이 시끄러우니 몸도 망가졌다. 2월 두바이 오픈에선 8강 탈락했고, 이달 초 몬테카를로 오픈에선 알레한드로 다비도비치 포키나(23·스페인·46위)에게 져 첫판 탈락했다. 포키나는 지금껏 세계 10위 이내 선수를 딱 한 번 이겨봤던 신예였다.

세르비아 오픈 단식 결승전 도중 체력 고갈로 힘겨워하는 조코비치./AP연합뉴스

실전 경험치가 뚝 떨어지자 샷은 무뎌졌고 발은 느려졌다. 조코비치는 세계 30위권 이내 선수가 본인 포함 3명밖에 안 나온 소규모 대회(250시리즈)인 세르비아 오픈에서도 1세트는 상대에게 내주고 2·3세트를 이겨 역전하는 흐름을 반복하며 결승까지 힘겹게 왔다. 결승전에서도 루블레프에게 첫 세트를 쉽게 내줬고, 두 번째 세트에선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겨우 가져왔다. 하지만 거기서 체력을 다 썼다. 3세트는 한 게임도 못 따내고 끝났다. 그는 “고향 팬들에게 우승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내 안의 연료가 바닥나서 도저히 뛸 수 없었다”고 했다.

아가미 달린 조류가 없듯이, 뱃살 있는 조코비치는 지금껏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조코비치는 2010년대 들어 밀가루 음식을 완전히 끊고 채소와 과일, 닭고기 위주로 먹는 식이요법으로 깡마른 근육질 체형을 다졌고, 마라토너 같은 체력을 바탕으로 메이저 20회 우승 역사를 썼다. 이번에 팬들은 그가 허리를 숙일 때마다 밀가루 반죽 같은 흰 뱃살덩이가 바지 고무줄 사이로 삐져나오는 것을 봤다. 뱃살은 그의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증거다.

조코비치는 고향 팬들의 일방적으로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뛰었지만 안드레이 루블레프(오른쪽)에게 져 준우승에 만족했다./EPA연합뉴스

조코비치는 “몬테카를로 오픈 직전에 밝히고 싶지 않은 병을 앓았는데, 회복세가 더뎌서 체력에 악영향을 줬다”며 “현역 은퇴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라파엘 나달(36·스페인)은 그가 못 뛴 올해 호주오픈에서 메이저 21승을 달성했다. 조코비치는 역사상 최고의 테니스 선수로 기억되길 원한다. 그가 5월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한다면 사상 첫 트리플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에서 3회씩 우승)을 달성할 수 있지만 뱃살을 본 팬들은 기대가 없다. 조코비치는 ‘백신 스캔들’ 이후 15년간 동행했던 마리안 바이다 코치와 결별했고, 최근엔 전담 물리치료사였던 밀랸 아마노비치와 헤어졌다. 둘 모두 조코비치를 권좌에 올려놨던 주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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