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귀화 남자 마라토너 오주한을 어찌할꼬… [이종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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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귀화 남자 마라토너 오주한을 어찌할꼬… [이종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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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됐지만 케냐까지 가 지도할 코치 없어
코치 선임해도 ‘독불장군’ 오주한이 말 안들어
기량은 급강하…대한육상연맹 대책 못세워 쩔쩔


망가진 케냐 귀화 남자 마라토너 오주한(34‧청양군청)의 회생 처방을 놓고 대한육상연맹(회장 임대기)의 고민이 깊다. 지난 17일 2022 서울마라톤 겸 항저우 아시안게임 파견선수 선발전에서 2시간11분16초의 기록으로 국내부 1위에 올랐으나 뚝 떨어진 그의 경기력을 다시 끌어올릴 묘안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오주한을 전담할 마땅한 지도자가 없고 또 지도자를 선임한다고 해도 오만해진 ‘독불장군’ 오주한이 제대로 훈련에 임할 것 같지 않아서다. 역대 아시안게임 남자마라톤 최다우승국인 한국(7회)은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지영준이 우승한 이후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거푸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이번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11분23초로 국내부 2위를 한 박민호(23‧코오롱)가 오주한과 함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가지만 우승을 노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9월 아시안게임에는 아프리카 귀화 용병이 나서는 바레인 등 중동국가와 2시간 5분대의 일본 선수 참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창석 감독 별세 후 오주한 기량 급강하

오주한이 2019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뛰고 있다. 사진=대한육상연맹 제공작년 갑자기 별세한 오창석 국가대표팀 감독에 의해 2011년 발굴된 오주한은 2016년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5분13초의 대회 최고 기록을 수립하는 등 2018년까지 서울마라톤 4회, 경주마라톤 3회 등 국제대회에서 7회나 우승한 한국마라톤의 간판이다. <도표 참조>

오주한은 2011년 한국 데뷔 무대인 경주마라톤에서 2시간9분23초로 우승했지만 이후 6차례의 서울과 경주 마라톤에서는 2시간 5~7분대 기록으로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었다. 2018년 9월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라는 케냐 이름을 버리고 오주한으로 개명해 한국에 특별귀화한 그는 2019년 10월 2020 도쿄올림픽 파견선수 선발전을 겸한 경주마라톤에서 2시간8분21초를 기록, 대회 참가 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을 가볍게 통과했다. 당시 오창석 감독은 필자에게 “발뒤꿈치 부상만 아니었으면 2시간 5~6분대도 가능했다”고 아쉬워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10년 가까이 오주한을 지도해오던 오 감독이 별세한 뒤 오주한의 경기력은 급속히 저하했다. 대한육상연맹은 케냐 현지에서 오 감독을 보좌했던 엘리자 무타이(43)를 국가대표팀 코치로 임명했으나 훈련과정에 문제가 많아 작년 8월8일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오주한은 13.6km 지점에서 허벅지 통증으로 중도 기권했다. 이후 오주한은 전담 코치 없이 케냐 캅타갑 캠프에서 현지인들과 자가 훈련을 해왔으나 청양군청 소속으로 나가야 하는 10월 전국체전 5천m 경기에 이어 11월 프랑스 라로셀 마라톤에도 불참했다.

육상연맹·청양군청 방치…음주, 훈련소홀 일삼아

지난 1월 중순부터 두 달간 케냐 현지에서 함께 훈련했던 청양군청 선수들에게 따르면 오주한은 이 기간에도 음주를 일삼으며 제대로 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주한의 부실한 훈련 결과는 이번 서울마라톤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25km 지점까지는 이 대회 우승의 모시네트 게레메우 바이(30‧에티오피아)등 10여 명의 선두그룹과 함께 뛰었으나 28km 지점인 어린이 대공원 사거리 지점 부근에서 쳐지기 시작해 2군으로 밀렸다. 30km 지점을 선두그룹에 약 3분 뒤진 1시간 31분 48초에 통과하더니 37km 지점인 잠실대교에서는 시야에서 사라질 만큼 뒤처져 혹시 중도 기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자아냈다. 다행히 완주는 했지만, 그의 기록은 2시간11분16초로 전체 11위에 그쳤다. 그동안 7번이나 우승하며 종반 35km 지점 이후 보여주었던 막판 뚝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최고 기록에 무려 6분이나 뒤졌는데 이를 거리로 따지면 2km나 쳐진 것이다. 한마디로 대한육상연맹과 청양군청이 방치한 가운데 전담 코치 없이 혼자 훈련한 결과다. 무엇보다 체력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무타이 코치, 오주한 장악 못해 훈련 차질

그렇다면 5개월도 남지 않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오주한은 가능성은 없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금부터라도 전담 코치가 제대로 지도하고 오주한이 잘 따라준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는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오주한의 각오와 자세다. 우선 오주한은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케냐에서 훈련해야 하는데 누가 케냐까지 가서 오주한을 지도하겠느냐 하는 문제다. 오창석 감독은 케냐에서 오주한과 함께 생활하며 스케줄에 따라 훈련 시켜 왔는데 그렇게 할 국내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도쿄올림픽에서 오주한의 중도 기권에 책임이 큰 무타이를 다시 기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창석 감독 사망 이후 오주한은 자신의 기량을 과신, 지도자의 말을 듣지 않는 오만함이 넘쳐 지도가 어렵다는 것이다. 작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케냐 고지 훈련에 나섰던 김재룡(56) 한국전력 마라톤팀 감독은 “오주한은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무타이의 지시 사항을 듣지 않고 오히려 대들어 훈련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고, 무타이도 오주한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현장 상황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육상연맹 김돈순 사무처장은 “오주한은 그동안 청양군청 소속이었으나 이제 국가대표로 선발된 만큼 전담 지도자를 이른 시일 안에 연맹 경기력 향상위원회가 선임할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현재로서는 누가 선임될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소속팀 청양군청 “훈련 등 부실하면 계약해지”

이와 관련 오주한에게 8천만 원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 청양군청 관계자들은 “오주한이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상 대한육상연맹이 코치를 선임해 제대로 훈련을 시켜야한다”면서 “지난 19일 청양군청에 들른 오주한에게 육상연맹에서 지정하는 장소에서 육상연맹이 선임한 지도자로부터 훈련받고, 전국체전 참가 등 선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 뜻을 분명히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오주한이 청양군청 소속인데도 사전 협의도 없이 한국인 사업가와 대리인 계약을 맺어 불필요한 수수료를 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있다”고 지적했다.

유인탁 촌장 “선수촌 입촌…전임코치 지도받아야”

유인탁 국가대표 선수촌장은 지난 19일 제51회 종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대구 현장을 방문, “오주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소기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선수촌에 입촌해 지도자의 감독 아래 훈련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며 “대한육상연맹이 협조를 요청해오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세(용인대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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