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선수들은 은퇴 후에 무엇을 할까?
[이준석 객원기자] 테니스 선수들은 은퇴 후에도 테니스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투어 코치를 하는 것이다. 선수로서 뛰어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코치가 되어 자신을 뛰어넘는 선수를 길러내기도 한다. 반면 전 세계 1위,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획득했던 선수들이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여 선수들의 그랜드슬램 타이틀 획득을 돕기도 한다.
그랜드슬램 우승 노하우를 전하는 투어 코치
전 세계 1위, 그랜드슬램 6회 우승의 보리스 베커(독일)는 2013년 12월부터 3년 동안 노박 조코비치의 코치를 맡았다. 보리스 베커의 지도 기간 중 조코비치는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2개의 호주오픈, 2개의 윔블던, 1개의 US오픈, 2개의 투어 파이널, 14개의 1000시리즈 타이틀을 획득했다. 우연하게도 베커는 자신의 그랜드슬램 우승 횟수인 6회 만큼 조코비치의 우승을 조력했다. 게다가 자신은 준결승 진출 3회에 그친 프랑스오픈에서 조코비치의 우승을 도움으로써 조코비치가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되는데도 일조했다.
스테판 에드베리(스웨덴)가 페더러의 코치를 맡았던 일도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에드베리 역시 전 세계 1위에 6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갖고 있다. 에드베리가 코치를 맡기 시작한 2013년도 말 페더러는 부상으로 인한 랭킹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페더러는 에드베리에게 ‘코치라기보다는 멘토 역할’을 기대했다. 2015년 말에 코치 관계가 종료되었고 기간 중 페더러는 그랜드슬램 3회 준우승의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에드베리 코칭 기간 중 페더러는 경기 운영에서 서브 앤 발리 및 네트 플레이 비중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페더러의 부활을 알린 2017년 호주오픈과 윔블던 우승은 에드베리 코칭의 효력이 나타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는 전 세계 1위로 프랑스오픈 우승 타이틀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형택이 시드니대회 우승 당시 상대 선수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는 은퇴 후 호텔 사업과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2017년 7월에 당시 세계 11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의 코치를 맡았으나 견해 차이로 2018년 2월에 관계가 종료된다. 2019년부터 당시 16살이던 카를로스 알카라즈(스페인)의 코치를 맡게 된다. 알카라즈는 2019년 7월부터 3개의 퓨처스, 4개의 챌린저 타이틀을 획득하여 랭킹을 올렸다. 투어급 대회 참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21년에는 크로아티아 오픈에서 첫 번째 타이틀을 획득했고, 프랑스오픈 3라운드 진출의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US오픈에서는 8강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는데, 이는 오픈 시대 이후 US오픈 8강에 진출한 최연소 기록이다. 비록 다리 부상으로 기권을 하며 추가적인 기록을 작성하지는 못했지만, 4라운드에서 세계 3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를 꺾으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알카라즈는 치치파스와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페레로는 항상 내가 코트 위에서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얼굴에 미소를 갖고 임하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우린 그것을 이번 결과로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페레로는 경기에서 긴장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선수가 즐겁게 경기에 임하고 불필요한 긴장감을 줄이면, 경기 상황을 더 잘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페레로는 또한 “강건한 태도로 끝까지 싸워라. 코트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해라. 어디에서 경기하는지 누구와 경기하는지는 신경 쓰지 말라”고 주문한다. 알카라즈의 뛰어난 성적은 그의 타고난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페레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적절한 코칭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혜성같이 등장한 알카라즈의 코치를 맡고 있는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
챔피언스 투어에서 선수 생활 지속
1997년 런던의 유서 깊은 ‘로얄 알버트홀’에서는 흥미로운 이벤트가 벌어졌다. 1981년 US오픈 결승전에서 존 매켄로와 비외른 보리의 마지막 대결 이후 근 30년 만에 두 선수가 경기를 가졌다. 보리의 이른 은퇴로 계속되지 못했던 두 선수의 라이벌 대결을 그리워하던 테니스 팬들에게는 놀라운 선물이었다. 이후 매년 은퇴한 두 라이벌은 경기를 펼쳤고 그 무대가 바로 ‘챔피언스 투어’다.
챔피언스 투어는 은퇴한 챔피언들이 경기를 펼치는 무대이다. 이 무대에서 앤디 로딕과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가 2003년 US오픈 결승전을 재현하기도 하고, 패트릭 래프터(호주)가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에게 2001년 윔블던 결승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기도 한다. 알렉스 코레차(스페인)와 카를로스 모야(스페인)가 1998년 롤랑가로스 결승을 재현하면서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챔피언스 투어 경기들은 현역 경기처럼 긴장감이 넘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수들의 여유로운 모습과 녹슬지 않은 샷들을 보면서 팬들은 추억에 잠기고 즐거움에 빠진다.
챔피언스 투어에는 최근 은퇴한 선수들도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 3위로 2013년 롤랑가로스 준우승자인 다비드 페러(스페인), 2006년 호주오픈 준우승자인 마르코스 바그다티스(키프로스)는 2019년 대회에 참가했다. 그 외에도 제임스 블레이크(미국), 토미 하스(독일), 미하일 유즈니(러시아) 등 불과 몇 년 전에 은퇴한 선수들도 만날 수 있다.
현재 챔피언스 투어는 1년에 4회 개최되고 있다. 영국의 챔피언스 테니스(Champions Tennis), 스웨덴의 스반홀름 오픈(Svaneholm Open), 스코틀랜드의 브로디스 인비테이셔널(Brodies Invitational), 미국의 델레이비치 오픈(Derlay Beach Open)이 그것이다. 대회는 보통 2~4일간 개최되며 팀 대항 혹은 개인 간의 단/복식 경기로 구성한다.
하지만 은퇴한 선수라고 해서 모두 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 1위에 오른 적이 있거나, 그랜드슬램 단식 결승전에 오른 적이 있거나, 데이비스컵 우승 팀에 단식 선수로 참가한 적이 있어야 한다. 물론 기존 선수들의 추천으로 와일드카드를 받은 선수가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 챔피언스 투어도 은퇴 선수들에게는 ‘좁은 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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