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효진이 선택한 '원클럽 플레이어'... 여자배구 씁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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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이 선택한 '원클럽 플레이어'... 여자배구 씁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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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두 번째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양효진(33·현대건설)이 'V리그 연봉퀸'이 아닌 현대건설의 '원클럽 플레이어'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 그 결정을 하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여자프로배구의 씁쓸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2021~2022시즌 양효진은 돋보이기 어려운 센터 포지션임에도 외국인 선수를 능가하는 존재감을 뽐냈다.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502득점(전체 7위)을 올렸고 오픈 공격 성공률(50.9%), 속공 성공률(55.6%), 블로킹(세트당 평균 0.744개)은 전체 1위에 랭크됐다.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1위 구심점은 양효진이라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오히려 연봉이 깎였다. 양효진은 지난 6일 원소속팀 현대건설과 3년 총 15억원(연봉 3억 5000만원+옵션 1억 5000만원)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여자부 최고 몸값인 연간 7억원(연봉 4억 5000만원+옵션 2억 5000만원)에서 2억원이 깎여 연봉퀸 자리를 KGC 인삼공사의 이소영(총액 6억 5000만원·연봉 4억 5000만원+옵션 2억원)에게 내줬다.

양효진은 지난 18일 2021~2022 V리그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15년간 현대건설 한 팀에 있었고 현대건설이 좋아서 남았다. 어렸을 때부터 이 팀에서 흘린 땀과 성취감이 있다. 아직 체육관에 들어서면 신입생 때 느낌이 든다. 그런 것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낭만적이다. 2007~2008 V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양효진은 사실상 구단 최초이자 V리그 출범 후 여자부 첫 원클럽 플레이어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원클럽 플레이어의 기준을 10년 이상 뛴 것으로 잡는다면 V리그(2005년 시작) 이전 실업리그 시절을 통틀어서도 조건을 충족하는 선수는 호남정유의 이도희(54), 장윤희(52), 정선혜(47) 등 3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2007~2008시즌 신인 시절 양효진(오른쪽)이 블로킹을 하고 있다./사진=한국배구연맹양효진의 연봉 삭감에 대해서는 선수가 자신의 활약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MVP 투표에서 기자단 31표 중 28표로 몰표에 가까운 득표를 했음에도 연봉 동결은 고사하고 도리어 총액 2억원이 깎인 것은 쉬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구단으로선 샐러리캡을 의식했을 수 있다. 이번에 현대건설에선 양효진 외에도 내부 FA가 3명 더 있었다. 고예림과 3년 총 8억 1600만원(연봉 2억 2000만+옵션 5200만원), 이나연과 3년 총 4억 9500만원(연봉 1억+옵션 6500만원), 김주하와 2년 총 1억 7000만원(연봉 7000만+옵션 1500만원)에 재계약했다. 이들 FA 4명의 연봉과 옵션을 모두 합하면 10억 2200만원에 달한다.

갈수록 높아지는 인기에 비해 여자부 샐러리캡이 낮다는 말은 이미 많이 나왔다. 같은 리그의 남자부 샐러리캡은 2013~2014시즌(20억원)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2~2023시즌이면 41억 5000만원이 된다. 그에 반해 여자부 샐러리캡은 10년 전에 비해 12억원이 올랐을 뿐이다(11억원→23억원). 동결도 수 차례 있었고, 그마저도 2년 전 '투명성 확보'를 이유로 옵션캡을 도입한 뒤 2022~2023시즌까지 3년간 변동이 없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정규리그 평균 시청률에서 여자부가 남자부를 앞선 점을 이유로 여자배구 흥행과 발전을 기대한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KOVO에 따르면 V리그 여자부 평균 시청률은 지난 3년간 1.05%→1.23%→1.18%로 증가 추세였고, 남자부 평균 시청률은 0.83%→0.81%→0.75%로 감소했다.

더욱이 샐러리캡의 원래 취지와도 다소 거리가 있다. 프로스포츠의 샐러리캡 제도는 구단간 지나친 경쟁을 통한 과도한 지출을 방지하고 빅마켓 팀이 대형 선수를 싹쓸이해 '슈퍼팀'이 만들어지는 걸 막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V리그 여자부는 다른 샐러리캡이 있는 리그와는 또 다른 양상을 띤다. 전력 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구단이 보이질 않는다. 미국의 프로농구(NBA), 프로야구(MLB)에서 빅마켓 팀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그걸 막기 위해 샐러리캡 제도가 활성화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양효진(가운데)과 현대건설 선수단./사진=한국배구연맹내수 시장 차이를 이유로 미국과 비교가 적절치 않다면 우리나라 프로야구(KBO)만 돌아봐도 온도 차가 확연히 다르다. 지난 겨울 KBO리그 FA시장에서 1000억원이 넘는 돈이 쏟아졌다. 2023시즌부터 도입될 샐러리캡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연봉을 많이 주는 기형적인 계약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반면 최근 3년간 여자부 FA시장에서 이적한 선수는 대상 선수 총 43명(2020년 18명, 2021년 12명, 2022년 13명) 중 4명에 불과하다. 2020년 이다영(26·현대건설→흥국생명), 조송화(29·흥국생명→IBK기업은행), 2021년 이소영(28·GS칼텍스→KGC인삼공사), 2022년 이고은(27·한국도로공사→페퍼저축은행)이 그들이다. 활발한 이적을 통한 팀간 전력 평준화와 선수 권익 증대라는 FA 제도의 기능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합쳐져 여자부에는 짧은 V리그 역사에 비하면 원클럽 플레이어 후보들이 유독 많다. 원클럽 플레이어는 돈과 우승이 우선시되는 프로 무대에서 희소성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당한 FA 권리를 얻었음에도 이적이 사실상 제한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원클럽 플레이어가 만들어지는 상황은 리그 전체를 위해서도 긍정적이지 않다.

물론 선수가 남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존중해줘야 하지만, 그 결정으로 인해 7개 팀으로 구성된 리그에 생긴 '슈퍼팀'은 리그 흥행과 발전에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현대건설(승점 82)은 2위 한국도로공사(승점 70)와 승점 12점 차가 나는 압도적인 1위 팀이었다. 3위 GS칼텍스(승점 62)와 4위 KGC인삼공사(승점 46)의 격차도 상당해 이미 4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3위까지 진출(4위도 3위와 승점 3점 차 이내면 가능)하는 포스트시즌의 향방이 갈렸다.

또한 승점 11점으로 6위 흥국생명(승점 31)과도 현격한 차이로 리그 꼴찌를 기록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는 경직된 FA시장 속에 단기간에 전력을 끌어올릴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페퍼저축은행은 유명 선수들이 원클럽 플레이어로 은퇴한 이후 수준이 하향된 리그에서야 상위권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굳어진 리그는 뻔한 승부를 양산하고 질적 저하와 흥행 부진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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