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올랐지만…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
2020~2021시즌 V리그 남자부에서 창단 첫 통합우승을 해낸 대한항공은 위업 달성 후 유럽으로 돌아갈 의사를 밝힌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을 대신해 핀란드 출신 토미 틸리카이넨을 새 감독으로 지명했다. 여러모로 놀라운 결정이었다. 산틸리 뒤를 이어 또 한 번 외국인을 선임했을 뿐 아니라 틸리카이넨 나이가 대한항공 베테랑 세터 한선수보다도 어린 35세에 불과했기 때문. 대한항공의 변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결정이었다. 학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젊음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까지 총동원해 마음껏 개혁을 해보자는 뜻이었다.
결국, 대한항공은 또 한 번 왕좌에 올랐다. 정규리그를 제패한 뒤 지난 9일 KB손해보험과 2021~2022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해 2년 연속 통합우승을 해낸 것. 프런트 의도대로 시즌 내내 팀 변화를 이끌면서 동시에 성과까지 만들어낸 틸리카이넨 감독도 다시 조명을 받았다. 이런 쉽지 않은 과제를 해낸 그는 우승 순간 어떤 기분이었을까? 지난 14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질문을 가장 먼저 던졌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공허했다”라고.
치열하게 한 시즌을 보냈기에 느껴지는 감정이다. 그는 “사실 매 시즌 마지막 점수가 난 후에는 행복함만큼 공허한 기분이 든다. 처음 설정한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시즌 내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그의 목표는 단순히 좋은 성적만이 아니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한국에 올 때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체육관에 새로운 훈련 문화를 만드는 것, 스피드와 기술 및 솔루션을 더한 새로운 스타일의 배구를 만드는 것, 배구 실력을 향상시키고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우승은 틸리카이넨 감독 세 가지 목표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랬기에 부임 직후 이미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해낸 강력한 팀을 밑바닥부터 새롭게 다시 변화시켜나갔다. 경기장에서는 스타 플레이어 한두 명이 아닌 더 많은 선수들이 득점에 참여하는 배구를 시도했다. 소수의 주축 선수 활약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던 V리그 풍토에서 벗어나려 했고, 훈련장에서는 선수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시행착오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팀 기둥이었던 정지석이 사생활 문제로 이탈하는 악재까지 겹치며 1라운드에서 2승4패로 7개 팀 중 6위에 머물렀다. 이 시기에 그는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대화는 일방적이어선 안 된다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질문하면 선수도 솔직히 대답하면서 문제가 개선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물론 소통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스포츠문화와는 이질적인 그의 ‘어린 나이’도 어려움에 한몫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일본 배구팀에 소속돼 있었기에 이런 나이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면서 “제 기본 가치에 따라 행동했고, 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여기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배구를 사랑한다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가졌던 마음가짐을 떠올렸다.
결국, 대한항공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성적도 반전을 이뤄 마침내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타이틀까지 손에 쥐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기 스타일도 변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에서 감독이 아닌 선수들이 작전타임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은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에게는 게임의 다양한 영역을 책임지는 리더들이 있다. 아울러 선수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한 시즌 여정을 거친 대한항공은 이제 완성됐을까? 하지만 틸리카이넨 감독은 “항상 다른 아이디어, 다른 도전, 다른 상황이 있을 것”이라면서 “변화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제 자신감은 있다. “감독은 틀을 줄 뿐 색칠은 선수들이 한다. 우리 선수들은 우리가 그리고자 하는 큰 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잠재력은 항상 무한하다. 우리는 그 잠재력을 더 많이 보여줄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이끌어나갈 또 다른 시즌이 자연스럽게 기대되는 자신만만한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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