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정지훈(상암)]

벤투호의 중원 사령관 황인범이 빠졌지만 걱정은 없었다. 벤투호에는 '축구 도사' 이재성이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이란에 2-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승점 23점이 되며 이란을 내리고 조 1위로 올라섰다. 11년 동안 이어져온 이란전 무승 징크스도 완전히 깼다.

11년 동안 이어져온 징크스를 깨기 위해, 조 1위로 올라서기 위해 승리가 절실했던 경기였다. 그러나 우려가 컸다. 벤투호가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를 위해 꼭 필요한 중원 사령관 황인범이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황인범의 대체자로 기대를 모았던 백승호와 김진규마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낙마했다.

중원 사령관이 없는 상황에서 전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선택은 '마이웨이'였다. 벤투 감독은 "항상 해왔던 것처럼 볼 점유를 통해 경기를 지배하고자 한다. 최대한 상대 미드필드 지역에서 플레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최대한 많이 공격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라며 이란전 승리 전략을 설명했다.

벤투 감독이 예고한대로 큰 변화는 없었다. 총력전이었다. 벤투 감독은 이란을 맞아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 황의조를 중심으로 2선에 손흥민, 이재성, 권창훈, 황희찬을 배치해 공격을 전개했고, 정우영이 경기 조율과 4백 보호를 맡았다. 4백은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이 나섰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두 팀의 상황은 정반대였다. 한국은 조 1위를 위해 승리가 필요했고, 이란은 승점 2점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원정에서 무승부도 나쁘지 않았다. 이에 이란은 수비 라인을 내리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시간을 최대한 많이 보내면서 한국의 약점을 노렸다.

경기를 주도한 팀은 한국이었다. 특히 한국은 2선에서 권창훈과 이재성이 원터치 패스를 주고받으며 빌드업을 주도했고,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은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찬스를 만들었다. 결국 한국은 전반 추가시간 터진 손흥민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한 골이 더 필요했다. 이때 '축구 도사' 이재성이 빛났다. 이재성이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중원을 지배했고, 간결한 터치와 상대를 속이는 드리블로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에 정교한 킥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조율했고, 적재적소로 패스를 공급했다. 결국 이재성의 발끝에서 추가골이 나왔다. 후반 18분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측면을 허문 후 패스를 연결했고, 이재성이 논스톱으로 패스를 돌려놨다. 이것을 문전에 있던 김영권이 감각적인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승자는 한국이었다. 그것도 완승. 황인범, 백승호 등 중원 사령관이 빠져 우려가 있었던 경기였지만 내용과 결과 모두 완벽했고, 이 중심에는 '축구 도사' 이재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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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