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김희진의 행복 그리고 책임감 “정아야, 이제 우리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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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1 17:48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막내였던 김희진이 어느덧 다음 올림픽을 이끌어야 할 중요한 위치에 섰다. 부담보다는 책임감을 더욱 앞세우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이후 눈코 뜰 새 없는 나날들. 김희진은 최근 방송계의 떠오르는 샛별로 자리 잡았다. 올림픽에서의 눈물겨운 부상 투혼을 시작으로 185cm 신장에 그렇지 못한 비글미까지. 반전 매력이 넘쳐난다.
지난 16일 IBK기업은행 체육관에서 김희진을 만났다. 배구 앞에서는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팬들의 주접스러운 멘트가 나올 때면 부끄러워하면서도 무심한 척 장난스러운 표정이 가득했다.
“안경은 패션용인가요?”, “바디워시 추천해주세요”, “어떤 별명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유튜브, 팬미팅 계획은요?", "멘탈 관리 비결이 궁금해요!” 등 팬들의 사소한 궁금증부터 올림픽에 대한 질문까지.
‘핫’한 스타로 자리 잡은 김희진은 팬들의 넘치는 사랑에 몸 둘 바 몰랐다. 그는 “인간 김희진으로서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거 같다. 근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 줄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힘이 난다”라고 했다.
한여름 밤의 꿈 같았던 도쿄올림픽은 배구 커리어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김희진에게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부상 때문. 올림픽 전, 무릎 수술을 받았던 김희진의 몸상태는 온전치 못했다. 회복도 되기도 전에 도쿄로 향했던 김희진은 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김희진은 “현재 몸상태는 올림픽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오른쪽과 왼쪽 다리 근력 차이도 많이 줄였다. 이제는 힘을 온전하게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힘겨운 상황에서 치렀던 도미니카전 5세트. 김희진은 8-7에서 나온 백어택을 잊지 못한다. 한 점 차,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한국의 리시브가 흔들렸다. 세터 염혜선은 제대로 오지 못한 볼을 언더 패스로 김희진에게 연결했다. 김희진은 온 힘을 실어 직선 코스를 노렸다. 호쾌한 스파이크와 함께 볼은 상대 네트에 떨어졌다.
당시를 떠올린 김희진은 “가장 기억에 남는 득점 순간이다. 경기 초반에는 잘 풀어가지 못해 답답한 면이 있었는데, 5세트에서 내가 원하는 구질의 공격이 나왔다.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고, 혜선 언니가 잘 올려줘서 세게 때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처럼 잘 들어갔다”라고 설명했다.
2012 런던올림픽 막내에서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어야 할 위치에 섰다.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이 나란히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기에 책임감도 더 커졌다.
김희진은 “주장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지만 나이로나, 국가대표 경력으로나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라면서 “주장 한 사람이 아닌 선배인 선수들이 모두 리더라고 생각한다. 잘 이끌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정아와 나눈 이야기도 공개했다. 김희진은 “마지막 경기 후 정아한테 ‘정아야, 우리가 해야 한다’라고 장난스레 말했다. 정아도 올림픽 가기 전부터 느끼고 있었을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2011-2012시즌,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IBK기업은행에 입단한 김희진. 어느덧 10시즌째를 맞이하고 있다. 프로 10년차 김희진에게 2021-2022시즌은 어떤 마음가짐일까. 김희진은 굳게 말했다.
“시즌 생각을 하니 생각이 많아진다. 지난 시즌보다 견고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 싶다. 팬분들께서는 선수들이 뛰는 것만 봐도 좋아하신다고 하지만, 결과가 좋으면 더 좋아하신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도쿄올림픽으로 인해 배구 팬들이 늘어났다. 김희진은 올림픽의 배구 열기를 V-리그까지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올림픽만큼이나 시즌도 재밌다. 보고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팬들을 볼 때만 내가 좀 더 좋은 선수,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지금 모습이 다가 아닌, 더 멋진 모습으로 시즌을 맞이할 테니, V-리그와 IBK기업은행에 많은 사랑과 격려를 부탁드린다”라며 웃었다.
김희진의 더 많은 이야기는 <더스파이크> 10월호 팬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_용인/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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