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과제와 부족한 국제무대, 한국 남자배구 그래도 탈출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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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1 17:47
지난 8월 8일 막을 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대부분 크게 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4강 신화를 일궈냈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일본전과 터키전 역전승은 많은 국민을 중계방송 앞으로 불러들이기 충분했다. 실제로 한국으로 돌아온 여자대표팀은 엄청난 환대를 받았고 이후에도 엄청난 방송 섭외와 인터뷰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여자배구와 달리, 최근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남자배구는 다시 관심을 불러올 요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시 무산된 국제대회 출전 기회
그리고 일본
스포츠에서 관심을 불러오는 데 국가대표 경기는 더없이 좋은 무대다. 평소 인기가 없는 종목이라고 하더라도 국가대표 경기가 열릴 때면 그래도 좀 더 언급되고 또 조명을 받을 수 있다. 한국 남자배구는 그런 면에서 이번에 다시 한번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은 본래 9월 12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2021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대표팀에 소집될 선수 명단도 일차적으로 정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코로나19를 둘러싼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가운데 안전을 고려해 국군체육부대(상무) 단일팀으로 아시아선수권을 치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상무 선수들은 백신 접종을 모두 마쳤다). 2020년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전을 마지막으로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남자대표팀은 소중한 국제무대 경험을 쌓을 기회를 다시 한번 미루게 됐다.
한국 남자배구 국제 경쟁력이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는 하루 이틀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국제무대 출전 자체도 없던 남자배구이기에 현재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회 출전이 중요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남자배구는 올림픽, 세계선수권과 같은 세계 무대 진출은 고사하고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정상에 서 본 지 오래다. 올림픽 출전은 2000 시드니올림픽이 마지막이고 아시아선수권에서 결승에 오른 것도 2013년이 마지막이다(당시 결승전에서 이란에 0-3 패배).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2006 도하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다.
이런 와중에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남자배구가 8강에 오르면서 더 비교되는 모양새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했고 조 편성도 반대 조에 비하면 쉽긴 했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아시아 최강이라는 이란을 꺾고 8강에 올랐다. 국제무대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정도는 아니어도 아시아 내에서는 이제 가장 높은 곳을 넘볼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올라왔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남자배구에 산적한 과제
갈 길이 너무 멀다
한때 여자배구와 비교해 인기와 화제 면에서 우위에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남자배구는 여자배구와 비교해 화제를 몰고 다닐 요소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상황 반전을 위해서는 국제무대 선전이 비교적 확실하고 좋은 카드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떨어진 국제무대 경쟁력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문제를 언급할 수 있다. 우리와 신체조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일본과 비교를 통해서, 적어도 선수 구성상의 이야기로 남자배구가 대표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몇 가지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해외 강팀과 맞붙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좌우 쌍포는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탈리아 리그에서 활약 중인 이시카와 유키와 함께 아포짓 스파이커로 니시다 유지가 뛰어난 화력을 보여주는 덕분에 결정력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 여기에 올림픽에는 부진했지만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는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친 다카하시 란도 있다. 날개 공격수 3인방 경쟁력이 올라오니 일본도 힘을 낼 수 있었다.
한국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줄 확실한 날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전 당시 한국은 이란과 접전을 펼쳤다. 그때까지는 이란과도 맞붙을 힘이 있었다는 의미다. 마지막 불꽃을 태운 박철우를 비롯해 대표팀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명성을 과시한 전광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철우는 이제 30대 중반으로 배구선수로 치면 노장으로 분류되고 이는 문성민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대를 이어줄 선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2019년 아시아선수권 당시 허수봉과 임동혁이 차출돼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더 많은 국제무대에서 활약상을 보여줘야 한다.
또 하나는 이미 현장에서도 계속해서 강조하는 미들블로커 장신화 작업이다. 미들블로커는 윙스팬과도 별개로 기본 신장 자체가 매우 중요한 포지션으로 꼽힌다(한 감독은 미들블로커는 1, 2cm 차이도 매우 크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신장 자체에서 크게 뒤지지 않아야 특히 신장에 우위가 있는 해외 강팀과 맞붙어도 약점을 드러내지 않는다. 2미터 이상 미들블로커 유망주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주고 성장을 도우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이 부분에서 변화에 성공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 주전 미들블로커 두 명 신장은 모두 2미터 이상이었다(오노데라 다이시 201cm, 야마우치 아키히로 204cm). 존재감이 아주 두드러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우선 신장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미들블로커가 버티고 있기에 얻는 이점은 분명 있었다. 현재 유망주 풀까지 고려했을 때 한국 남자배구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 여기다.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전을 마치고 귀국했을 당시 신영석이 한 말처럼 한동안 남자배구를 이끈 신영석, 한선수, 박철우 등의 세대는 이제 대표팀에서는 끝났다. 다음을 준비해야 하고 젊은 선수들 성장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아마추어 선수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짚고 넘어갈 수 있지만 당장 해결은 어렵다. 우선 지금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프로에서 뛰는 선수들, 그리고 곧 프로에 입성할 선수들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국제무대에서 부딪쳐야 한다. 무엇이 문제고 우리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이미 한국 남자배구가 아시아에서조차 중심에서 멀어진 건 자명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과 아닌 건 차이가 있다. 새로운 기수가 될 선수들의 기량 체크도 국제무대에서 뛰어봐야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로 국제무대 기회가 다시 한번 사라진 건 아쉽다.
남자배구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반등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고 과제도 산적했지만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FIVB
사진. FIVB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제공 더 스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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