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의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3전2승제 마지막 경기의 마지막 세트가 듀스까지 이어졌다. 심지어 피 말리는 듀스 승부도 영원히 끝날 것처럼 계속됐다. 이렇게 점수가 21-21까지 달한 상황에서 비로소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KB손해보험 주공격수 케이타가 서브 범실을 범한 것. 여기에 연이은 플레이에서 케이타 공격이 곽승석 블로킹에 잡혔다. 이때까지 케이타는 경기 내내 대한항공 코트를 맹폭하며 무려 57득점을 쏟아내던 중이었다. 그러나 대한항공 선수단은 이런 케이타의 맹공을 기어코 버텨냈다.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시즌 내내 무너지지 않았던 선수들이 마지막 고비까지 넘기고 승리의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대한항공은 3-2(25-22 22-25 24-26 25-19 23-21)로 승리했다. 점수표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역대급 명승부다. 특히 5세트는 피말리는 듀스가 무려 8번이나 이어졌다. 이 승부에서 대한항공 외국인 공격수 링컨이 34득점으로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앞선 1차전에서도 승리 주역이었던 링컨은 챔프전 MVP로 선정됐다. 팀 기둥인 정지석도 꼭 필요한 순간 대활약했다. 성공률 62.16%의 고감도 공격력 속에 31득점으로 쌍포 역할을 해냈다. 정지석은 블로킹, 서브, 후위공격 득점을 3개 이상 해내는 트리플크라운도 달성했다.

KB손해보험은 케이타가 54%라는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면서 무려 57득점을 해냈다. 정규리그 최다인 56득점을 뛰어넘는 믿을수 없는 활약이었지만 끝내 마지막 듀스 접전에서 체력 부족 속에 무너졌다. 마지막 공격에 실패한 뒤 한동안 코트에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는 케이타 모습은 팬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석권하는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3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삼성화재에 이어 리그 역사에서 연속 통합우승을 기록한 두번째 팀이 됐다.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팀이 더 단단해졌기에 가능했던 쾌거다. 지난해 남자부 최초로 외국인 감독 로베르토 산틸리를 영입해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대한항공은 한 시즌 만에 또 한 번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엔 핀란드 출신의 토미 틸리카이넨을 새 사령탑으로 지명한 것. 놀랍게도 그의 나이는 팀 리더인 세터 한선수보다도 어린 35세에 불과했다. 낯선 나라에서 온 젊은 사령탑이 시도한 변화는 지난 시즌보다도 더 과감했다. 스타 플레이어 한두 명이 아닌 더 많은 선수들이 득점에 참여하는 배구를 시도해 소수의 주축 선수 활약상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던 V리그 풍토에서 벗어나려 했다. 시행착오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정지석이 사생활 문제로 이탈하는 악재까지 겹치며 1라운드에서 2승4패로 7개 팀 중 6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변화를 통해 성장하는 법을 몸에 익혀 온 대한항공 선수단은 새 체제에 빠르게 적응해냈고 끝내 더 단단한 배구를 완성했다. 결국 2라운드 이후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해 끝내 정규리그 1위로 올라섰고, 연속 통합우승까지 달성해 리그 명가로 가는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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